잡아함경_1028. 질병경(疾病經) ①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위국 기수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가리예 강당에 모여 있었는데 대부분 질병에 걸려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해질 무렵에 선정에서 깨어나시어 가리예 강당으로 가셨고, 대중들 앞에서 자리를 펴고 앉아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바른 기억[정념]과 바른 지혜[정지]로 때를 기다려야 하나니, 그것이 곧 내가 말하는 교법을 수순(隨順)하는 것이니라.
비구여, 어떤 것이 바른 기억인가?
이른바 비구가 안의 몸을 몸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에 머물면서, 방편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로 세간의 탐욕과 근심을 항복 받고,
바깥의 몸을 몸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와, 안팎의 몸을 몸 그대로 관찰하는 염처에 머물고,
또 안의 느낌ㆍ바깥의 느낌ㆍ안팎의 느낌과,
안의 마음ㆍ바깥의 마음ㆍ안팎의 마음과,
안의 법ㆍ바깥의 법도 마찬가지이며,
안팎의 법을 법 그대로 관하는 염처에 머물면서, 방편으로 열심히 노력하여,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로 세상의 탐욕과 근심을 항복 받는 것이니,
이것을 비구의 바른 기억이라고 하느니라.
어떤 것이 비구의 바른 지혜인가?
이른바 비구가 오거나 가거나 바른 지혜로써 머물고, 바라보고 관찰하는 것과,
굽히고 펴는 것과, 구부리고 우러러보는 것과, 옷이나 발우를 지니는 것과,
다니고ㆍ서고ㆍ앉고ㆍ눕고 자고 깨는 것과,
나아가 50번ㆍ60번에 이르기까지, 말하고 침묵하기를 바른 지혜로 행하는 것이니,
비구들아, 이것을 바른 지혜라고 하느니라.
이와 같이 비구들아,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로 머무는 사람이 능히 즐거운 느낌이 일어날 경우, 이것은 인연이 있는 것이지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인연인가?
즉 몸을 인연하는 것이니 이렇게 생각하면 된다.
‘내 이 몸은 무상한 것이요 유위의 것이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것이다.
즐거운 느낌도 무상한 것이요 유위의 것이며, 마음을 인연하여생긴 것이다.’
그리하여 몸과 즐거운 느낌에 대해 무상한 것이라 관찰하고, 나고 사라지는 것이라고 관찰하며,
욕심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관찰하고, 사라져 없어지는 것이라고 관찰하며,
버려야 할 것이라 관찰하면,
그는 이 몸이나 즐거운 느낌 따위는 다 무상한 것이라는 이치를 관찰해 알고는,
……(내지)……
그것들을 다 버리게 된다.
그래서 몸과 즐거운 느낌에 대한 탐욕의 번뇌도 영원히 다시는 번뇌가 되지 않을 것이다.
이와 같은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가 있는 이가 만일 괴로운 느낌이 생길 경우, 그것도 인연이 있는 것이지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인연인가?
그 때도 몸을 인연하여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내 이 몸은 무상한 것이요 유위의 것이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것이다.
괴로운 느낌도 무상한 것이요 유위의 것이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것이다.’
그리하여 몸과 괴로운 느낌에 대해 무상한 것이라 관찰하고는,
……(내지)……
그것을 다 버리면,
그때에는 괴로운 느낌과 성냄의 번뇌도 영원히 번뇌가 되지 못할 것이다.
이와 같이 바른 기억과 바른 지혜가 있는 이가, 또 만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이 생길 경우,
그것도 인연이 있는 것이지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
어떤 인연인가?
이른바 몸을 인연하여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내 이 몸은 무상한 것이요 유위의 것이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것이다.
또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 따위도 다 무상한 것이요 유위의 것이며, 마음을 인연하여 생긴 것이다.’
그리하여 그 몸과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 따위는 다 무상한 것이라고 관찰하고는,
……(내지)……
그것들을 다 버리면,
몸이라는 존재와, 괴롭지도 않고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 대한 무명의 번뇌도, 영원히 다시는 번뇌가 되지 못할 것이니라.
많이 들어 아는 거룩한 제자로서 이렇게 관찰하는 사람은,
빛깔을 싫어하여 여의고,
느낌ㆍ생각ㆍ의도ㆍ인식을 싫어하여 모두 여읜다.
이런 것들을 다 싫어하여 여의고 나면 탐욕도 여의게 되고,
탐욕을 여의고 나면 해탈하고 또 해탈지견이 생긴다.
그래서, ‘나의 생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은 이미 마쳐, 후세의 몸을 받지 않는다’라고 스스로 아느니라.”
그때 세존께서 곧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즐거운 느낌을 느낄 그 때도
그것을 즐거운 느낌이라고 인식하지 말라.
탐욕이란 번뇌의 부림을 받아
거기서 벗어날 방법을 알지 못한다.
괴로운 느낌을 느낄 그 때도
그것을 괴로운 느낌이라고 인식하지 말라.
성냄이란 번뇌의 부림을 받아
거기서 벗어날 방법을 알지 못한다.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에 대해서도
등정각께서 말씀하셨으니
그것도 사실 그대로 알지 못하면
마침내 저 언덕에 이르지 못하리라.
만일 비구로서 열심히 노력하고
바른 지혜로 흔들리지 않으면
저 일체의 느낌에 대해
지혜로서 참되게 다 아느니라.
그 모든 느낌을 참되게 알고 나면
현재 세상에서 모든 번뇌 다 없어져서
지혜의 힘을 입어 목숨을 마치고도
열반에 들어 중생 수에 끼지 않으리.
[다음은 <잡아함경_1029. 질병경 ②>의 게송이다. ]
지혜롭고 또 많이 들어 아는 사람이라도
온갖 느낌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괴롭거나 즐거운 느낌에 대해
그것을 분별하고 분명히 자세하게 알면
견고한 일이 무엇인지를 알련만
범부들은 거기에서 오르락내리락 한다.
즐거운 느낌에도 물들지 않고
괴로운 느낌에도 흔들리지 않으며
그 태어남을 받거나 받지 않는 것
탐욕ㆍ성냄ㆍ느낌에 달린 것임을 안다.
그것들을 모두 다 끊어 버리고
그 마음이 잘 해탈하여
묘한 경계를 반연하여 생각을 매어 두고
바로 향하여 죽음을 기다린다.
만일 비구가 열심히 노력하여
바른 지혜로 흔들리지 않으면
여기에서 일체의 느낌에 대해
지혜로운 이는 능히 깨달아 아나니
그 모든 느낌을 깨달아 알고 나면
현재 세상에서 온갖 번뇌 다하고
지혜의 힘을 입어 목숨을 마치고는
열반에 들어 중생 수에 끼지 않으리.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자,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