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집백연경 제8권
8. 비구니품(比丘尼品)
76) 가시(伽尸) 비구니가 몸에 가사를 입고 태어난 인연
부처님께서는 바라내국(波羅奈國)의 녹야원(鹿野苑)에 계시었다.
당시 범마달다왕(梵摩達多王)의 부인이 임신을 하여 열 달 만에 딸아이를 하나 낳으니, 몸에는 가사를 입었는데 그 모습이 이 세간에서 보기 드물 만큼 수승하고도 단정 미묘하므로 관상쟁이를 불러 아이의 상을 보게 하였다.
상사가 상을 보고 나서 왕에게 물었다.
“이 아기께서 태어날 때 어떤 상서로운 모습이 있었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이 아이가 태어날 때 이상하게도 몸에 가사를 둘렀으므로 이름을 가시손타리(伽尸孫陀利)라 하였다.”
그 뒤 아이가 점점 장대함에 따라 가사옷도 몸에 알맞게 커지고 성품이 더욱 착하고 인자하며 효성스러웠다. 어느 때 그 가까운 벗들과 함께 성문을 나가서 유희하다가 점차 녹야원에 이르러 불 세존의 그 32상(相) 80종호(種好)로부터 마치 백천의 햇빛 같은 광명이 비춤을 보고 환희심을 내어 부처님 앞에 엎드려 예배한 다음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 그를 위해 4제법(諦法)을 가르쳐 주시자, 마음이 열리고 뜻을 이해하게 되어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어서 집에 돌아온 즉시 그 부왕에게 말했다.
“제가 이제 성문을 나가서 구경하다가 녹야원에 이르러 세존의 그 온갖 복덕을 갖춘 장엄한 몸매와 조용한 위의와 거룩한 용모를 보았습니다. 원컨대 자비하신 부왕께서는 저를 출가하도록 허락해 주옵소서.”
이에 부왕은 딸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굳이 만류할 수 없게 되자, 아이는 곧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출가하기를 원하므로,
부처님께서 곧 말씀하셨다.
“잘 왔도다, 비구니여.”
그러자 머리털이 저절로 떨어지고 법복이 몸에 입혀져 곧 비구니의 모습을 이루었으며, 부지런히 도를 닦고 익혀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고 3명(明)ㆍ6통(通)ㆍ8해탈(解脫)을 구족하여 온 천상과 세간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여러 비구들이 이 사실을 보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 가시손타리 비구니는 전생에 무슨 복을 심었기에 출생할 때 이미 가사를 몸에 두르고 호족(豪族)으로 태어났으며, 지금 또 도과(道果)를 얻었나이까?”
세존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자세히 들으라. 내가 이제 너희들을 위해 분별 해설하리라.
한량없는 과거세 때 가나가모니(加那加牟尼)부처님께서 이 바라내국에 출현하시어 비구들과 함께 여러 곳을 순회하면서 교화하실 무렵에 어떤 왕녀(王女)가 부처님을 만나 뵙고 환희심을 내어서 엎드려 예배한 뒤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청하였다.
‘원컨대 세존께서 석 달 동안 저희의 네 가지 공양[四事供養]을 받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곧 그렇게 하기를 허락하시자, 왕녀는 정성껏 석 달 동안의 공양을 마치고 다시 미묘한 옷 한 벌씩을 부처님과 스님들께 각각 보시하였는데,
이 공덕으로 말미암아 저 왕녀가 항상 천상과 인간으로 태어나 모든 존경과 귀여움을 받을 뿐만 아니라 태어날 때에는 으레 가사옷을 몸에 둘렀느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알아 두라. 그 당시의 왕녀가 바로 지금의 이 손타리 비구니니라.”
여러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 말씀을 듣고, 다 환희심을 내어서 받들어 행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