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운경 제6권
[믿고 공경한다]
“선남자야, 보살에게 다시 열 가지 법이 있으면 믿고 공경한다고 한다.
무엇이 열 가지인가?
선근이 깊고 두터우며 전생에 덕본(德本)을 심은 것,
정견(正見)을 얻어 다른 믿음을 따르지 않고 남에게 귀의하지 않는 것,
지성(志性)이 항상 바르고 허망하지 않은 것,
그 마음이 순수하고 정직해 아첨하지 않는 것,
근기가 날카로워 지혜와 공덕을 다 갖춘 것,
수행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제거해 그 마음이 청정한 것,
항상 선지식을 의지하고 악지식을 멀리 여의는 것,
교만을 꺾어 굴복시키는 것,
깊고 미묘한 법을 들으면 잘 알아 받아들이는 것,
여래의 깊고 깊은 법장(法藏)을 잘못 알거나 마음대로 이해하는 일이 끝내 없으며 위덕이 자재한 것이다.
선남자야, 이러한 열 가지를 갖추면, 이를 보살이 깊이 믿고 공경하는 것이라 한다.”
이때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지금 여래의 대위덕(大威德)에 대해서 약간의 법을 말씀하시어 제가 들을 수 있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너를 위해 여래 요법(要法)의 위덕을 조금만 말해 보리라.”
제개장보살이 아뢰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연설해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여래의 대자(大慈)는 모든 중생에게 평등하게 즐거움을 준다.
한 중생에게 자심(慈心)을 일으킬 때처럼 시방의 중생들에 이르기까지도 역시 그러하며,
모든 중생계에 두루하고 또 허공계에 가득 차니, 여래의 깊고 깊은 경계의 끝은 다 알 수가 없다.
여래는 대비심(大悲心)이 있어 성문이나 벽지불과 같지 않다.
여래는 한 중생에게 비심(悲心)을 일으키고 나아가 모든 중생에게도 또한 그러하여 그들에게 이익을 주니,
여래의 대비(大悲)는 끝이 없어 어떤 이승도 끝내 다다를 수 없는 것이다.
선남자야, 여래의 설법은 다함이 없어 일시에 두루 시방의 중생들을 위해 설법할 수 있고, 1겁(劫)이나 백천만억 겁이나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이와 같이 설법한다.
따라서 어떤 중생도 여래 설법의 한계와 시작과 끝을 알 수 있는 자는 없다.
가령 한량없는 중생이 일시에 의심나는 점을 물어도 여래는 한 생각에 각각 그 종류에 따라 한 음성으로 능히 대답할 수 있다.
이처럼 여래의 변재(辯才)는 다함이 없다.
여래에게는 한량없는 아승기의 선정삼매(禪定三味)를 행하는 곳이 있다.
선남자야, 가령 모든 중생이 모두 10주(住)를 얻어 각각 다 무량삼매(無量三味)에 들고, 백천 겁 동안 각각 다른 정(定)에 들어 이와 같이 한량없는 겁을 지난다 해도 오히려 여래 삼매의 경계는 다 알 수 없다.
여래는 또 한량없는 아승기의 응신(應身)을 나타내어 교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모든 중생들이 다들 여래를 볼 수 있도록 그들 앞에 다 나타난다.
한 생각 사이에 낱낱의 모습을 보고 각각의 차이점을 믿고 이해하게 하며,
여래는 또 일시에 모두 그 앞에 나타나 그 응하는 데에 따라 설법해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다 받아 행하게 한다.
선남자야, 여래의 천안(天眼)이 보는 경계는 한량없고 끝이 없어 육안으로 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천안의 경계를 여래는 한 생각 중에 모두 보기를 흡사 손바닥 안에 있는 아마륵(阿摩勒) 열매를 보듯 한다.
여래의 천이(天耳)가 듣는 경계는 한량없고 끝이 없어, 위에서 말한 천안과 같다.
모든 중생이 내는 다른 종류의 음성을 그 크고 작은 데에 따라 한 생각 동안에 분별하여 안다.
여래에게는 또 한량없고 끝없고 걸림 없는 지혜가 있으니, 그와 같은 것은 없어 비유할 수도 없다.
모든 중생이 마음으로 생각해 아는 것이 그 근성에 따라 갖가지로 차별이 생기나 여래는 한 찰나 사이에 모두 분별해 알며,
저 중생들이 각각 생각에 따라 지은 업과 지은 선과 악에 따라 받는 업보를 여래는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다 아는 걸림 없는 지혜로 찰나 사이에 모두 분별해 안다.
선남자야, 여래는 항상 선정(禪定)에 들어 있다. 왜냐하면 여래는 끝내 망념이 없고, 여래의 모든 근(根)은 흔들림이 없으며, 여래는 모든 번뇌를 끓어 그 마음이 고요하기 때문이다.
만약 번뇌가 섞이면 그 마음이 산란해 청정한 법을 떠나게 된다.
여래는 이미 모든 업습(業習)을 떠나고 번뇌가 영원히 다해 번뇌가 없고 일체 조작이 없으며,
법에 있어서 모든 삼매와 삼마제(三摩提)의 한량없는 경계에 자재해 이미 저 언덕으로 건너갔다.
여래는 항상 삼매에 들어 항상 변함없는 위의를 가지며 마침내 열반에 이르니,
여래가 한량없는 백천억 겁 동안 모든 행을 닦아 모아 얻은 것은 어느 중생도 사유하고 분별해서 그 양(量)을 알 수 없다.”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아승기겁 동안 공덕을 쌓아 모으신 것이 아닙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선남자여, 왜냐하면 보살은 여래의 경계를 생각해 헤아릴 수 없으니, 여래의 경계는 생각으로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단지 천박한 중생을 위해 3아승기 동안 닦아 모아 얻은 것이라고 말했을 뿐이니, 보살이 실제로 발심한 이래의 시간은 계산할 수도 없다.”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중생이 오랫동안 선근을 닦아 행해야 할 업을 모두 행하고 모든 장애를 없애며 깊이 믿고 이해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이 가면 여래의 한량없는 위덕을 듣게 되고, 이 법을 듣고 나면 환희하며 믿고 즐거워하게 됩니다.
하물며 다시 받아서 기억하고, 독송하고, 경을 베껴 쓰고, 공양하고, 다른 사람을 위해 널리 설하는 사람이겠습니까?
오래지 않아 역시 반드시 대위덕을 얻고 법기(法器)를 감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말한 것과 같다. 그렇다. 이러한 중생은 부처님의 보호를 받는다.
오랫동안 선근을 심어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하였으므로, 부처님이 대위덕이 있다는 사실을 들어도 선남자와 선여인은 그 사실에 대해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선남자와 선여인은 마음이 혼란스럽지 않고, 혼란스럽지 않으므로 여래에게 대위덕이 있음을 사유해 깊이 진심으로 존경하며 믿고 즐거워하는 마음을 낼 것이다.
7일 낮 7일 밤 동안 깨끗한 옷을 입고 공양하고 공경하며, 여래의 대공덕을 오로지 생각해 이 보배로운 마음을 바꾸지 않으면 반드시 부처님을 보게 될 것이다.
설령 7일을 채우지 못한다 해도 하루 낮 하루 밤만이라도 하면 목숨이 끊어질 때 역시 부처님을 보게 되리라.”
제개장보살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을 믿음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중생이 꽤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곧 대답하셨다.
“선남자야, 있다. 혹 어떤 중생은 부처님의 말을 듣고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깊이 괴롭히고 방해하려는 마음을 내며, 설법하는 사람을 악지식이라 생각한다.
그들은 이런 인연으로 몸이 무너지고 목숨이 끊어지면 지옥에 떨어질 것이다.
선남자야, 만약 어떤 중생이 여래에게 대위덕이 있다는 사실을 듣고 세존이라는 생각을 내고 큰 스승이라는 생각을 낸다면,
그 사람은 이미 전생에 여래의 한량없는 공덕을 들었으며 이런 인연으로 지금 다시 이어서 듣게 된 것이다.
그들은 곧 스스로
‘우리는 전생에 부처님에게서 이와 같은 법을 들었던 것이 틀림없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이때 여래께서 곧 넓고 긴 혀를 내밀어 스스로 그 얼굴을 덮으셨다.
그 혀는 넓고 길어 이마 끝단을 덮고 나아가 머리까지 덮고, 머리를 덮고 나서는 다시 그 몸을 덮고,
또 보살과 성문과 연각과 세상을 보호하는 사천왕과 범천과 제석을 덮고, 한량없는 모든 대중을 두루 다 덮었다.
부처님께서는 그 혀를 도로 거두시고 모든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들이여, 이와 같은 혀의 모습은 거짓이 없지 않느냐?
선남자야, 만약 이 일을 믿으면 오랫동안 안온히 모든 이익과 즐거움을 얻게 될 것이다.”
이 말씀을 하실 때 8만 4천 중생이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고 한량없는 중생들이 티끌을 멀리하고 더러움을 떠나 법안이 깨끗해졌으며, 미처 보리심을 내지 못했던 한량없는 중생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