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1총선 현장을 누빈 본사 총선취재반이 11일 편집국에서 치열한 선거전을 되돌아 보면서 방담을 하고 있다./성민건 기자/
제19대 총선 공식선거전이 지난달 29일 0시부터 10일 자정까지 13일간의 열전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총선은 크게는 새누리당 후보와 야권단일 후보, 무소속 후보간 대결로 압축된다. 도내 16개 선거구 중에서 15개 선거구에서 새누리당과 야권단일 후보의 대결이 성사돼 18대 총선에 비해 격전지가 크게 늘었다. 그만큼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도 힘들었다.
55명의 후보가 마지막까지 완주하는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새누리당은 경선과정의 잡음과 일부 선거구에서 공천이 늦어지면서 내홍을 겪었다. 야권 후보들은 단일화 과정에서 경선절차 등의 문제점이 노출돼 본선 후보 결정이 늦어졌다.
이로 인해 후보들은 자신을 알릴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고, 유권자들 또한 이들을 검증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선거구에서는 후보간 비방전이 난무해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11일 오전 그동안 총선 현장을 누빈 본사 총선취재반이 편집국에서 치열했던 선거전을 되돌아봤다.
-이번 총선의 특징은 무엇이었나요.
▲무엇보다 야권단일화가 이뤄져 양자대결이나 3자대결 구도로 치러진 선거구가 많았다는 것입니다. 창원 의창구, 창원 마산합포구, 김해을, 양산 선거구 등 4곳이 1 대 1 맞대결을, 창원 성산구, 창원 마산회원구, 김해갑, 거제, 의령·함안·합천 선거구 등 5곳이 3자대결을 펼쳤습니다.
결과는 투표함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격전지가 많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든 선거였습니다. 하지만 야권단일화가 당선을 목적으로 한 단일화 자체에 무게중심을 두다보니 곳곳에서 마찰이 발생했고, 정책의 다양성 실종과 소수정당과 여성 후보들의 설 자리가 좁아지는 등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또 새누리당의 후보 공천이 지연되고 야권단일화 등으로 인해 각 당의 예비후보들이 경선 경쟁 등에 매달리면서 정책선거가 실종됐다는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또 다른 특징은 없었나요.
▲이번 총선은 전반적으로 선거 분위기를 느끼기 힘들 만큼 조용한 선거였습니다. 도시지역 후보들은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한 ‘나홀로 선거’를 진행하고 출·퇴근길 인사도 유세차량에서 로고송을 트는 요란한 방식이 아닌 후보나 선거운동원들이 피켓 등을 들고 인사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습니다. 후보들이 상가 등을 중심으로 명함을 나눠주며 유권자들과 만나다 보니 일부 유권자들은 후보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선거공보물에 의해 지지 후보를 판단해야 한다는 불만도 제기됐습니다. 후보들이 가구 방문이나 유권자와 만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등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이러한 선거 분위기는 유권자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쳤나요.
▲유권자들이 선거에 극도로 무관심했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활성화됐지만 특수계층에만 국한되면서 전반적으로는 후보자의 자질과 인성에 대한 공유가 부족했다고 봅니다. 이는 경남신문이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잘 나타났는데요. 후반부로 가면서 줄기는 했지만 초반에는 부동층이 50%에 이르는 곳도 있었습니다.
-총선 후보들의 공약을 검증해 보니 어땠나요.
▲경남신문은 이번 선거에서 매니페스토를 통한 정책선거를 이끌려는 노력을 보였습니다. 다만, 국회의원이 되려는 후보자들의 공약이 지나치게 지역사업 중심으로 논의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지역발전 계획과 함께 국회의원이 되면 어떤 법안을 발의하고 어떤 상임위에서 의정활동을 펼치겠다는 복안이 좀 더 구체적이고 이에 대한 논의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당선돼 막상 국회의원이 되면 지역구 다리 놓고, 도로를 닦기 위해 의정활동의 시간을 허비한다면 의원 본인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엄청난 손실입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해야 할 일인데도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의 기준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격전지를 중심으로 지역별로도 한 번 살펴보겠습니다. 창원 마산회원구와 합포구는 통합시 청사 문제로 여야가 확연히 엇갈렸죠.
▲네, 그렇습니다. 마산지역은 선거 초반부터 통합창원시 청사 유치 문제로 모든 선거 정책 프레임을 집어삼켰습니다. 여당 후보들이 통합시청사 마산유치를 전면에 내세우자 야당 후보들은 유권자를 현혹한다며 일제히 공격하고 나선 것이죠. 특히 여당 후보들은 통합시청사를 어떤 근거로 마산으로 유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습니다. 통합시청사 유치는 창원시의회의 결정사항인데도 몇몇 국회의원의 힘만으로 이 사안이 결정될 것처럼 말해 씁쓸했습니다.
하지만 야당도 정책선거가 아닌 이명박 정부의 실정과 통합시청사 밀실 야합 등에 대한 정치적 쟁점만 부각한 부분은 안타까운 점이었습니다. 선거가 끝나고 어느 후보가 당선되든 통합시청사 문제로 다시 지역 사회가 시끄러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진해지역은 초반에 8명의 후보가 등록하는 등 혼잡했지만, 막판 후보단일화 등으로 후보군이 줄면서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게 됐죠.
▲진해구는 막판 범야권 단일화 성사로 새누리당 김성찬 후보와 무소속 김병로 후보간 접전을 펼쳤습니다. 새누리당 지원 유세를 받은 김성찬 후보의 지지율은 만만찮게 상승한 것으로 분석됩니다. 하지만 범야권 단일후보로 선정된 김병로 후보가 민주통합당 김종길 후보와 무소속 김하용·변영태 후보의 지지율을 얼마만큼 흡수하느냐가 결국 승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또 무소속 후보 2명이 후보 등록후 사퇴하고 야권 단일후보로 선출된 민주통합당 김종길 후보가 막판 무소속 김병로 후보와 여론조사로 단일화하면서 시민단체가 무소속 김병로 후보 지지를 밝히자 무소속 임재범·최충웅 후보가 단일화를 비난하는 회견을 하는 등 혼탁양상이 나타났습니다. 또다른 시민단체는 통합시 출범에 찬성한다면서 김성찬 후보를 지지하는 등 시민단체간 갈등도 보였습니다.
-김해갑·을은 끝까지 초접전이었죠.
▲네, 그렇습니다. 개표결과를 봐야겠지만, 일단 김해는 민주통합당의 ‘낙동강 벨트’ 전략이 주효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초 ‘낙동강 벨트’는 문재인의 부산 사상, 문성근의 부산 북·강서을, 김경수의 김해을 세 곳으로 대표됐습니다. 그러나 선거운동이 본격화되면서 트라이앵글에 끼인 김해갑마저 초박빙 접전이 벌어졌습니다. 유권자들로선 3선에 도전하는 여당 사무총장 출신의 새누리당 김정권 후보가 정치신인인 민주통합당 민홍철 후보와 대등한 대결을 벌일 것이라곤 미처 예견하지 못했습니다.
낙동강 벨트의 한 축인 김해을은 예상대로 대접전을 벌였습니다. 조사기관 및 시기에 따라 여론조사 결과가 엎치락 뒤치락하는 양상을 보이면서 여야 지도부의 애간장을 태웠습니다. 새누리당은 ‘선거의 여왕’이란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두 번이나 김해를 방문했고,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대표와 문재인 대권주자가 수시로 김해를 찾을 정도로 이곳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습니다.
-진주지역은 어땠나요.
▲선거운동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진주갑은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의 ‘LH(한국토지주택공사)’ 전북 전주이전 발언이 선거 쟁점으로 부상하면서 후보간 과열양상을 보였습니다. 민주통합당 정영훈 후보는 한명숙 대표가 전주 지원유세에서 ‘LH 전주이전’ 발언을 한 것이 선거쟁점으로 부각되자 진화에 나서는 등 후보자간 선거쟁점화를 두고 공방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진주을 선거구는 선거초반 야권후보단일화로 잡음이 일었지만 통합진보당 강병기 후보의 사퇴로 일단락됐습니다. 또 후보 단일화를 이룬 무소속 강갑중 후보 측에서 새누리당 김재경 후보측이 이장단 회의에서 지지를 호소하는 등 관권선거가 개입됐다고 주장하는 등 혼탁양상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거제지역을 살펴보겠습니다. 거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민주통합당, 통합진보당, 진보신당이 야권후보단일화를 이루면서 관심을 많이 받았었죠.
▲새누리당의 치열한 공천경쟁에 이어, 야권후보 단일화, 무소속 후보 단일화는 거제지역 총선에서 처음 있는 일입니다. 야권후보 단일화는 거제시민유권자모임과 시민사회단체의 후보 설득의 결실로 거제지역 선거문화의 패턴을 바꿔놓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다만 다른 당 후보측의 소극적인 선거운동 모습이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정리= 권태영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