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연합소식지.531호.2015.07.13.3면.살림의 마음] 사람과 마음이 머무는 집을 짓다.
[글. 기노채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 이사장]
5년 전, 협동조합 활동가인 지인이 전해 준 협동조합이 그려내는 사람 중심의 사회에 대한 이야기는 내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그 후 협동조합에 대한 국내외 자료를 읽고 조합 활동가들을 만나면서, 전공영역인 주택산업 분야에 협동조합을 도입하고 싶어졌다. 2011년 9월 지인들과 ‘주택건설협동조합 포럼’을 만들어 전문가와 소비자가 모여 주택협동조합과 관련된 학습과 연구를 진행하면서 향후 주택협동조합의 방향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러한 학습과 연구를 바탕으로 2013년 6월 4일, 주택 소비자들이 모여 우리 나라 최초의 주택소비자협동조합인 ‘하우징쿱주택협동조합’(이하 하우징쿱)을 설립하게 되었다. 하우징쿱은 ‘주택을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이 자주적인 협동 조합 활동을 통하여 양질의 주택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마련하는 것과 동시에, 상생의 주거 공동체 건설을 지원해 주는 협동조합’으로 개인과 가족의 행복을 담는 주택, 이웃과 함께하는 커뮤니티 중심 주택, 부담 가능한 경제적인 주택, 지속 가능한 친환경 주택을 주택 공급의 4대 기본 원칙으로 정하여 사업을 추진하였다.
그 첫 결실이 서울 은평구의 ‘구름정원사람들주택’이다. ‘구름정원사람들주택’은 지주가 직접 하우징쿱에 찾아와, 본인이 거주하는 낡은 주택을 하우징쿱 철학이 담긴 주택으로 개발하고 싶다고 요구하면서 시작되었다. 당시 하우징쿱은 사업을 추진할 자금도, 조합원을 모집할 매체도, 공 급 실적도 없는 신생 협동조합이라 입주 조합원 모집과 선정에 약 5개월이 소요되었고, 건축설계도 소비자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느라 약 6개월이라는 긴 기간이 소요되었다.
‘구름정원사람들주택’은 주택에 대한 개인의 꿈을 최대한 반영시키기 위해 설계 과정에 조합원을 참여시켰고, 입주자 간 소통을 위해 개발 기간 중 입주자 모임을 지속하였고, 건물 내부에 이웃이 함께 사용하는 커뮤니티 공간을 만들었다. 공사비 절감을 위해 장식 배제, 단순한 디자인, 실행 공사비 수준의 공사 예산 책정, 개발이익의 소비자 환원, 공동 개발을 통한 취득세 절감 등을 도모하였으며, 지속 가능한 친환경 주택을 위해 철저한 단열 시공, 친환경자재 사용 확대, LED조명 사용 및 태양광 설치 등을 도입하였다. 협동조합이 공급한 주택은 기존 개발업체나 건설업체가 공급한 주택에 비해 소비자 만족도가 높고, 이웃과 함께 어울려 살아 더 행복하며, 구입 비용과 유지 비용이 낮아 경제적 부담이 적고, 화석 에너지 사용 절감을 통한 환경적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어 소비자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주택 불안과 주거 공동체 파괴 문제가 심각한 우리나라 환경에서 협동조합주택 또는 협동조합형 공유주택은 새로운 주거 유형의 하나로 인식되면서 빠르게 확산될 것이라 확신한다. 소비자의 주거권 향상과 인본주의 경제 환경 조성을 위해 행복한 사회를 꿈꾸는 많은 이가 스스로 집을 짓는 주체가 되어 사람과 마음이 머무는 집을 만들어 갔으면 좋겠다.
[글을 쓴 기노채 님은 소비자를 위한 경제적이고 좋은 주택을 개발하고 건설하는 건 축기술사이며, 우리나라 협동조합주택과 공유주택을 개척하는 ‘하우징쿱주택협동 조합’의 이사장입니다. 조합원들과 함께 물질이 아닌 인간이 중심이 되는 행복한 사 회를 꿈꾸며, 주택협동조합의 발전을 위해 열심히 연구하며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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