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문학의 진화와 신변잡기
김 귀 선
*신변잡기: 자기 신변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일을 적은 수필체의 글
*수필: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국어사전).
*잡문: 일정한 체계나 문장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되는대로 쓴 글(국어사전)
( 수필과 신변잡기, 잡문의 풀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
신변잡기는 얼마든지 쓸 수 있다. ‘신변잡기’자체로서는 하등의 비하 받을 이유가 없다.
단, 문학에서의 ‘신변잡기’란
창작작품(예술작품)이 아닌 것을 예술작품으로 발표한 데 대한 비판적인 말이다.
창작문학인 시와 소설, 희곡에서는 신변잡기라는 말이 없다.
대신 졸작이 있다. 예술작품이기 하나 수준이 낮은 작품이다.
<수필의 진화>
*문학은 유기체인 생물과 같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여러 형태로 진화 발전한다.
몽테뉴 시대: 사실의 이야기-풍부한 인용문(essay란 불어로 ‘시험하다’라는 뜻임)
베이컨 시대: 비유적인 문장-몽테뉴의 문장과 확연히 다른 비유법의 연속
찰스램 시대: 인간의 ‘경험정서’를 작품의 소재로 함
(본래의 essay 문장 세계와는 차원이 다른 창작적인 문장세계)
<우리나라 수필의 역사>
수필: <창작적 변화를 용인>하는 산문 양식--(조연현교수)
수필이란 서양의 미셀러니를 우리말의 뜻풀이에 맞는 한자어로 번역한 말이다.
에세이는 중수필,
미셀러니는 경수필이라고 배웠다.
‘미셀러니’라는 말은 언제부터 쓰였으며 왜 나타나게 되었던 것인가?
‘먼저 miscellany와 essay와의 관계에 대해서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양자는 엄밀한 의미에서 그 개념이 서로 다르다. essay는 문학의 한 장르이나 miscellany는 그 어의가 뜻하는 잡문·신변잡기이다. 문학은 예술이요, 예술이어야 하기 때문에 엄밀히 선택되고 조직되고 연마되어 예술적으로 형상화되어야 한다.
17세기 영국에 miscellany라고 자처하는 일군의 잡문가들이 있었다. 이들은 F.Bacon의 essay에 대하여 개인적인 신변이야기를 썼다. Bacon류의 essay파가 그것이 무슨 essay냐고 공격을 하자 이들은 스스로 miscellany라고 자칭하고 나섰다. 이로부터 miscellany파(잡문파)가 생겨난 것인데, 이것이 우리나라에 잘못 전해져 수필인양 탈바꿈하게 된 것이다.(『문학개설』장백일 홍석형 공저 267p)
잡문파인 miscellany가 essay파의 곁다리로 붙은 것이다.
수필의 개념: 수필은 문학 갈래 중에서도 독특한 성질을 지니는 문학이다. 시 소설 희곡과 같이 창작문학에 가까우면서도 형상화에 의한 순수한 창조문학이 아니고, 비평적이면서도 이해와 성찰에 의해 평가에 이르는 순수한 비평도 아니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
몽테뉴에서 이어온 essay가 아닌, 찰스램의 순문학도 아닌,
미셀러니(잡문)가 우리나라 기존 수필의 근간을 이루고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그때그때 보고 느끼고 흥미 있는 것을 ‘붓 가는 대로’의 산문으로 표현한 용재수필의 ‘수필’과 잡문이라는 뜻의 미셀러니가 서로 맞아 떨어졌던 것으로 본다. 용재수필의 ‘수필’을 반대로 고품격의 수준으로 의미있게 해석하는 사람도 있는데, 실제 작품이 예술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한 이상 그런 말들은 옹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이랬든 저랬든 수필이 예술문학으로 인정받지 못했던 부분은 부정할 수 없다.
찰스 램은 essay의 완성자라고 불린다.
그 말은 일반산문(비창작문학)인 essay를 창작작품(예:꿈속의 아이들)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예술문학의 영역에 들어 ‘수필의 완성자’이라는 이름이 주어졌다.
*사전을 보면 수필과 잡문의 풀이가 크게 다르지 않다.
수필: 일정한 형식을 따르지 않고 인생이나 자연 또는 일상생활에서의 느낌이나 체험을 생각나는 대로 쓴 산문 형식의 글(국어사전).
잡문: 일정한 체계나 문장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되는대로 쓴 글(국어사전)
‘신변잡기’라는 말 자체로서는 비하 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다름 아닌 ‘신변잡기’를 문학작품(예술작품)으로 발표하는데 대한 비판적인 말이다.
수필(미셀러니)이란 글자 뜻 그대로 ‘생활문(잡문)’이라고 발표했다면 ‘신변잡기’라는 비하의 말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수필문학에서 ‘신변잡기’라는 말과 연관된 것을 정리해보면
하나, 영국에서 인정하지 않은 잡문인 미셀러니를 문학으로 받아들인 것.
둘, 일부의 사람들이 그것이 문학인 줄 알고 대를 이어 가르치며 백 년을 이어온 것.
셋, 잡문인 수필을 문학작품으로 발표해 온 것.
넷, 신변잡기를 평할 기준이 없다는 것.
다섯, 고전수필은 도의 문학이고, 현대문학은 창작이 중심이다.
전형적인 신변잡기를 살펴보면,
1. 전체 작품의 열쇠 역할을 해야 할 서두 문장이 없는 경우이다.
2. 주제 파악이 안 된 글쓰기이다.(읽은 독자는 ‘그래서 뭐 어쩌란 말이지?’라는 생각이 든다.)
3. 소재의 재현, 재생, 나열에 그친 글쓰기이다.
4. 소재의 흥미에 끌려 글쓰기를 한 경우이다.
5. 자기 혼자만의 이야기로 끝나버려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일이 없다.
6. 문학적 구성(문학작품의 결정적 역할)이 되지 않은 글이다.
수필도 현대문학 이론에 근거한 창작문학을 한다면, 수필을 두고 쉽게 아무나 할 수 있는 문학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할 것이다. 수필문학 이론을 정립한 후 잡문과 별 차이가 없는 수필의 사전풀이도 정정해야할 것이다.
수필문학의 미래가 걸린 문제다.
첫댓글
친절도 하셔라.
조곤조곤 설명도 따뜻하네요.
저는 오늘로 30꼭지를 썼습니다.
좀 쉬려고 합니다.
'나의 수필 쓰기'는 정임표회장님의 야심 코너입니다.
더 많은 분들이 으샤으샤 참여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소진 선생님!!
선생님 쉬시면 진행이 안됩니다.
조금만 쉬었다 얼른 오십시오.
선생님의 응원으로 저도 감히 용기 내어 이곳에 올릴 수 있었습니다.
공부했던 지난 것들 들여다보게 되고
다시 정리해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