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칼럼] (49) 인류복음화성 신임 장관을 위한 조언 / 윌리엄 그림 신부
인류복음화성 장관으로 새로 임명된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이 로마로 갈 준비를 하고 있을 지금, 그는 아마 새 임무에 관해 여기저기서 수많은 조언을 들을 것이다.
그가 로마에 도착하면 더 많은 조언을 들을 것이며, 아마도 “우리는 여기서 늘 이런 식으로 일해 왔습니다” 투의 그 조언들은 가톨릭교회의 주된 행정 언어인 이탈리아어로 건네질 것이다.
그렇게 되기 전에, 나도 영어로, 영어에 관한 몇 가지 조언을 보태고 싶다.
신문에 오피니언 칼럼을 쓰는 사람들은 다 그렇겠지만, 내가 의도한 독자가 내 의견을 받아들이기는커녕 아예 이 글을 읽지도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은 잘 알고 있다. 사실 이 글을 확실히 읽을 유일한 독자는 편집자뿐이다.
글을 써도 들을 사람이 없다면 그저 잡음에 그칠 수도 있겠지만, 어쨌거나 나는 잡음이라도 내 보려고 한다.
중세와 르네상스 시대에 유럽의 모든 지식인은 라틴어를 읽었을 뿐 아니라 라틴어로 말하고 글을 썼다. 특히 르네상스 시대가 열렸을 때부터, 그들이 썼던 그 라틴어는 고대 로마의 길거리에서 썼던 언어, 전례에서 쓰인 라틴어, ‘로마의 모든 창녀’도 썼던 라틴어가 아니었다. 르네상스 지식인들은 키케로를 비롯한 위대한 라틴 저술가와 웅변가와 시인의 라틴어를 말했다.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는 모국어인 네덜란드어보다 라틴어를 더 유창하게 구사했다고 알려져 있다.
라틴어를 쓰는 교황청 행정에 활용할 수 있는 인력 자원은 당시 가톨릭교회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유럽 교회의 범위에 국한됐다. 교황청 관리들은 지리적 제약 없이 라틴어를 통해 교회 소식과 견해와 생각에 접근했고 등용됐다.
오늘날 교황청의 언어는 이탈리아어다. 내 신학교 시절 라틴어 스승은 이탈리아어를 두고 인구 6100만도 안 되는 작은 나라 안에서만 쓰이는 “변질된 사투리 라틴어”라고 꼬집었다. 그 언어로 일할 수 있는 인력 자원은 거의 이탈리아인이거나,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이민자 부모에게서 더듬더듬 익힌 이들, 요식업과 패션과 예술과 교회에 관련된 직종에서 일하기 위해 외국어로 배운 이들로 제한된다.
그러나 오늘날 가톨릭교회는 수많은 문화와 모국어를 배경으로 하는 10억 이상의 인구로 구성된 전 세계적 공동체이다.
주요 국제단체와 기업들은 공식 업무 수행 언어로 영어를 쓴다. 아시아주교회의연합회(FABC)로 대변되는 동아시아 가톨릭교회는 이미 공식 활동에서 영어를 쓰고 있다. 가톨릭교회 전체가 그렇게 되면 안 되는가?
교황청이 라틴어 시절처럼 다시 한 번 전 세계적 언어로 활동할 수 있다면, 특정 국가 출신 또는 교회 안에서 출세의 수단으로 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성직자들에 국한하지 않으면서 더 폭넓은 재능과 지식과 정보와 경험의 세계에 다시 기댈 수 있다.
현대 세계의 보편 언어인 영어를 보편 교회의 언어로 삼으려는 시도는 현재 언어 권력을 쥐고 있는 이들에게 저항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변화는 꼭 필요하다.
그래서, 타글레 추기경에게 드리는 내 조언은 이것이다. 국제 언어로 일하는 첫 교황청 부서가 되는 길을 인류복음화성에서 시작하시라. 인류복음화성은 포교성성이라는 예전 이름으로 더 잘 알려진 만큼, 결국 이 부서의 활동은 온 세상을 향한 것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움직임은 언어를 넘어, 마침내는 지리적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내 친구 하나는 교황청을 활화산 발치로 옮겨야 한다고 지적했다. “매일 아침 그들은 로마에서 창문을 열고 영원한 도성을 바라본다. 느긋하기 짝이 없게.”
세계적이라고 주장하는 교회는 세계화되어야 한다. 그리고 전 세계 선교 사명을 지원하는 부서가 그 세계화의 첫걸음을 떼야 한다. 유엔처럼, 교황청도 주요 부서들을 본부 밖으로 옮겨, 의사소통과 국제수송과 세계정신이 효율성을 높이고 전망을 더 넓혀 줄 곳들에 두어야 한다.
모든 대륙에는(아직 기후 변화로 완전히 녹아내리지는 않은 남극 대륙을 제외하고), 지금 로마에서보다 교회 부서들이 전 세계 가톨릭 신자들과 일반인들이 맞닥뜨리는 현실을 더 잘 접하면서 활동할 수 있는 곳들이 있다.
전 세계적 교회의 행정 기구들을 온 세계 곳곳에 흩어 놓자. 교황청 관리들이 현대 커뮤니케이션 도구의 활용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교황청 구성원들이 세상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세상에 말을 건네고 들을 수 있는 길이 더 넓어질 것이다.
윌리엄 그림 신부(UCAN 발행인)
윌리엄 그림 신부는 메리놀 외방전교회 사제로서 일본 도쿄를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일본 주교회의가 발행하는 주간 가톨릭신문 편집주간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는 아시아가톨릭뉴스(UCAN) 발행인으로 여러 매체에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