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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태극선법 현동선원 원문보기 글쓴이: 공명
전통무예
이 글은 중앙일보에 연재된 내용을 발췌한 것입니다.
기천
삼성궁
국선도
택견
뫄한뭐루
무예24반(경당)
수박도
선무도
신선도
고무도
해동검도
마상무예
수벽치기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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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1. 기천
(사진 1. 지리산과 설악산등 명산을 두루 돌아다니며 권, 권법 연마에 정진하고 있는 기천 수련생들. 그림 위는 기천 수련의 첫 단계인 단배공의 연마 순서.)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종목 채택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전통무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태권도와 택견등 일부 무예를 제외하곤 대중화가 아직은 미흡한 실정이다. 이에 따라 숨겨져 있는 전통무예를 찾아 모두 13회에 걸쳐 그 유래와 비법을 연재한다.]
'보이지도, 잡히지도 아니하고 무게도, 형체도, 이름도 없으니 위력은 바람처럼 지나간 뒤에 나타나니라...' 할아버지께서 구수하게 풀어놓던 엣날이야기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전통무예인은 바람같은 고수이다 깊은 산속에서 심신수양에 전력하는 신선같은 모습이었다. TV나 영화에도 종종 등장하는 이들은 그러나 황당하다고만 생각될 뿐 진짜 실존하는 무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전설같은 이 산중무술이 하산, 묵정밭에 한줌 흙을 뿌리듯 조용한 몸짓으로 속세에 뿌리 내려 가고 있다. 이름하여 기천. 강한 파괴력과 실전응용력이 높아 전통무예의 최고봉으로 일컬어지는 기천은 하늘과 땅의 기운이 합일을 이루는 민족 고유의 선도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무술을 통한 깨달음의 경지에 도달한다는 것이 이 무예의 최종 목표다.
그러나 예로부터 깊은 산속의 지킴이(백두산과 태백산맥등 산의 정기를 지켜나가는 사람)에게만 비전돼온 탓에 최고의 무예로 여겨지면서도 진수와 유래는 가려져 왔었다. 다만 [70년대 부산에 10대 소년이 출몰, 골절된 팔뼈를 통증 하나 없이 접골시키는등 불치병 환자를 어루만지는 것만으로 고치다 홀연히 사라졌다. 이후 75년께 관악산의 작은 암자에 기천을 수행하는 몇몇 젊은이가 있다]는 소식이 등산객을 통해 이야기로 전해졌을 뿐이다.
이들 젊은이에게 기천을 전수하던 사람은 현재의 문주인 박대양씨. 그는 젖먹이때 산속에 버려졌다가 어느 스님의 손에 목숨을 건진뒤 선대문주인 원혜도인에게 맡겨져 기천을 닦기 시작했다. 그가 하산했을 때의 모습은 [늑대소년 같았다]는것이 그로부터 배운 제자(5명)들의 증언이다.
그의 제자는 현재 기천보급에 전념하고 있는 박성대씨를 비롯, 수벽치기를 보급중인 육태안씨, 미국에서 태권도사범으로 진가를 떨치고 있는 전진효씨등 5명에다 뒤늦게 입문한 탤런트 나한일씨등이 있다.
박 문주로부터 기천을 배운 제자들은 이 무예를 일반에 보급, 민족정기를 심어나가기 위해 89년 서울연수원을 설립했다. 이후 단학을 기본으로 하는 이 무예의 특성이 알려지면서 학습능률을 향상시키려는 수험생이나 건강을 중시하는 현대인에게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현재는 전국 5개 도장에서 2만여명의 수련생을 배출하고 서울대, 연세대에 동아리가 생긴 것을 비롯, 전국 20여개 대학에서 동아리 결성이 추진되고 있다. 박성대 씨는 '장길산'등 영화에도 진출하고 있으며 무용계에서도 기천을 응용한 전통무 개발에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무.단학 함께 연마 - 기천수련 어떤과정 거치나]
기천은 무와 단학을 함께 연마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수련과정은 크게 정공과 동공의 과정을 거쳐 심법으로 나아가며 심법에 이르면 수행과정은 최고조에 달한다. 그러나 일반인이 접근하기 힘든 초월적인 요소가 많아 도장에선 정공과 동공을 가르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공에선 단배공(단에 기를 모은뒤 하는 큰절), 내가신장등을 통해 기를 모으게 된다. 정공을 거쳐 동공과정에 입문하게 된다. 동공은 태극의 흐름을 닮은 반장흐름을 중심으로 권, 검법을 연마한뒤 여기에 익숙해 지면 춤사위를 공부하게 된다. 춤사위는 기천무라는 말로도 알려져 있다. 지난해 서울무용제에서 대상을 탄 밀물현대무용단의 [신용비어천가]도 기천을 응용한 것이었다.
내가신장의 경우 단전호흡을 통해 축적된 기가 신체의 각 부위에 자연스럽게 공급되도록 하는 일종의 준비과정이라 할 수 있다. 운동선수도 내가신장만큼은 3분을 넘기지 못하고 주저앉을 정도로 힘들지만 일단 끝내면 온몸이 개운해지는 현상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단전호흡을 통해 기를 모으는 초보단계를 지나 중급단계에 들어서면 용틀임, 등천, 복호법, 범도, 대도, 소도, 월광여수등을 배우게 되고 상급수에서는 금계독립수, 수락어각, 골개바람, 대풍력수, 음파내공법등을 익힌다. 수행정도에 따라 행인, 공인, 법인, 정인, 도인, 진인, 상인등 7개 품계로 나뉘어 있다. 품계마다 짧게는 2개월, 길게는 몇년간의 수련이 필요하다. 문주 박대양씨는 동공과정을 거친뒤 심법에 상당히 접근, 진인으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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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2. 삼성궁
[고조선 춤사위... 무아의 아리랑 검법]
한민족의 모산으로 불리는 지리산 품속 깊이 청학동 도인촌이 있다. 이곳에서 산길을 휘돌아 1.5Km가량 걸으면 해발 8백 50m에 위치한 청학선원 삼성궁을 만난다. 그러나 궁이란 이름과는 어울리지 않게 사람의 그림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다만 돌로 쌓은 성곽과 [민족통일대장군] [만주회복여장군]이라 쓰인 장승, 산길 우측에 매달린 징만이 나그네를 맞이할 뿐이다.
이 징을 세번 치면 바위틈으로부터 고구려시대 복장에 삿갓을 쓴 수자가홀연히 나타난다. 수자가 내민 고구려 복장으로 갈아입고 삼성궁에 첫발을 들여놓는 순간 지리산 자락에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넓은 평지위에 수백개의 솟대와 연못, 단전호흡을 하는 움집이 눈앞에 펼쳐진다. 그 넓이는 눈에 보이는 것만 3만여평, 지리산자락 옆쪽으로 다져놓은 곳까지 합하면 모두 10만여평에 달하는 광활한 대지이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것은 솟대이다. 한풀선사가 20년동안 혼자 축조한 이 솟대는 5백개에 달한다. 그 사이사이로 수자들이 두드리는 [둥-둥] 북소리와 풍악에 맞춰 검의 춤사위가 흐르고, 솟대와 솟대 사이를 훌쩍 날아다니며 권, 검법을 연마하는 무사의 몸놀림이 자연과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들이 닦고 있는 무예는 선무. 선무에는 예무(자기 방어적 무), 군무(군대의 집단 무술), 기무(기의 운용을 바탕으로 하는 무술)가 있다.
삼성궁은 특히 기무에 힘을 쏟고 있다. 이른 6천여년전 만들어진 고조선의 삼일신고에 기록되어 있는 것, 삼성궁에서는 수십년전부터 삼일신고의 가르침에 따라 삼법수행을 수련하고 있다. 삼법은 모든 삿된 생각을 끊고 삿된 것을 보지도 듣지도 않은 상태에서 숨을고르게 쉬는 것을 이른다.
선무는 우선 춤사위를 배우는 것부터 시작된다. 춤사위를 마치면 아시(처음)검, 아린(풋것)검등 십여가지의 과정을 거친 뒤 마지막으로 아리랑가락에 맞춰 구사하는 아리랑검법으로 완성의 검에 도달한다. 이 아리랑검법은 삼성궁에서만 볼수있는 검법이다. 각 과정에는 또 다시 얻기(기초), 떼(모습갖추기), 불임(마치기)의 3단계 고행과정이 있다.
이 외에 삼성궁에선 무에 24반, 택견등 모든 전통무예를 닦고 있는데 무예마다 각기 다른 사범들이 있어 체계적인 전수가 이루어진다. 다만 결제시기(여름, 겨울)와 해제시기(봄, 가을)를 명확히 해 결제시기에 집중적으로 수련한다. 전국에서 대학생, 회사원등 4천여명의 수자들이 모여드는 것도 바로 이때다. 아직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삼성궁의 무예는 지난해부터 음력 10월의 청학 단풍제와 개천대제때 일반에 잠깐씩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누구든 원하는 사람에게는 수련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궁은 한풀선사가 지은 도장]
삼성궁은 한풀선사가 혼자힘으로 지은 도량이다. 이 도량은 고조선이 지배하던 동아시아의 모습을 하고 있다. 수련도 고조선시대의 계율에 따르고 있다.
한풀선사는 맑은 눈빛과 긴 수염, 가볍게 말을 달리는 모습등 전형적인 도인의 모습이다. 지리산에서 태어난 그는 6세때 부친(의사)과 절친하게 지내던 낙천선사 문하에 들어가 선도를 배우다가 검정고시로 중앙대에 진학해 역사학을 전공, 석사학위지 받았다.
그가 하루 20톤의 돌을 지어날라 세운 솟대는 삼성궁의 상징이다. 이곳의 맷돌도 1만 2천여개나 있고 골동품도 1만여점 소장돼 있다. 지금도 삼일신고의 정신에 따라 3천 3백 33새의 솟대를 세우고 있고 전국에 흩어진 맷돌을 수집하고 있다고 한다.
한풀선사는 [솟대는 환웅이 나라를 다스릴때 제천을 지내던 소도를 의미하며, 음양의 이치로 만들어진 맷돌은 민초들의 민족정기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궁에는 한배임, 한배웅, 한배검등 삼성과 역대 왕조의 태조, 각 성씨의 시조, 현인, 무장을 모시고 있다.
수행하고 있는 수자는 크게 직계수자, 방계수자, 일반수자(일반 참배객)로 나뉜다. 직계수자는 삼성궁에서 최소한 3년이상 수련을 쌓고 계율에 따라 움직이는 수자이며, 방계수자는 각 대학동아리(전국에 8개)와 삼성궁의 정신에 뜻을 함께 하는 수자를 일컫는다. 삼성궁은 지난해 11월부터 부분 개방된 이래 평일에는 1천여명, 주말이나 휴일에는 3천여명의 참배객을 맞고있다.
한 수자는 [관광지나 종교성지로 오인하는 경우가 많아 수행하는데 어려움이 따른다]며 [부득이 참배객만으로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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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3. 국선도
국선도 國(人+天)道
<그림생략>
공중에서 자유자재
국선도 수련자들이 기화오공법의 하나인 공중올라 앞차고 돌아내리기와 기돌려 검쓰기를 익히고 있다.
땅+사람+하늘이 하나
비전의 슈퍼맨 무술
외공의 극치 - 위력 상상초월
수도자의 숨이 멎은 것같다. 천천히 몸을 비트는가 싶더니 어느새 몸이 허공을 가른다. 순간 윙윙 바람소리와 함께 한복자락이 펄럭인다.공중에 거꾸로 뜬채 수차례의 회전돌려차기가 빠르게 펼쳐진다. 손가락 끝에 사람의 옷깃이 스치듯 지나가자 상대가 풀썩 주저앉는다. 정형화된 품세같은건 없다. 그저 몸이 자유스러울 뿐이다.사방으로 뻣어나가는 손가락과 주먹,팔,다리의 움직임이 산속을 떠도는 바람과 다를바 없다. 품속에서 꺼낸 부채(학우선)가 춤을 추며 칼날보다 빠른공격과 방어를 펼친다.
본지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돼는 기화법(氣化法)이다. 일종의 외공(外攻).한때 극히 일부분이 공개(60년대말)돼었으나 자기과신의 무기로 사용돼는등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아예 전수의 문이 닫혔던, 세상에 알려지지않은 전통무예다.
흔히 국선도하면 옛부터 비전돼오던 단전호흡을 처음으로 보급시킨 우리의 문화쯤으로 생각돼 왔다. 신라의 석학 최치원이 난랑비서문에서 지적했던 현묘지도,화랑의 풍류도의 맥정도로 이해됐다. 그러나 국선도에는 이와같은 비전무예가 있다.
국선도는 그 이름에서 보듯 땅(地-國)과 사람(人)과 하늘(天)이 하나 되는 삼위일체를 지향한다. 수도법은 행공법(行功法-내공)과 기화법 두가지로 크게나뉘며 행공법은 단전호흡이라 할수 있다. 그러나 업격하게 말하면 단전호흡은 행공법의 수련의 전단계다. 단전호흡법에 익숙해져야 비로소 9단계의 행공법에 들어가기 때문이다.행공법이 어느정도 익숙해지면 피부로도 숨을 쉬고 몸을 마음대로 조정할수 있는 경지에 이른다. 그러나 행공법만 연마해서는 고수의 경지에 다다를수 없다. 외공인 기화법을 단계적으로 함께 연마해야만 한다.
현광(玹侊)법사는 기화법의 위력은 상상을 초월할 뿐 아니라 수도 무궁무진해 일반인은 무예의 존재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이를 완전히 터득한 사람은 국선도를 처음보급한 청산거사(靑山선사)뿐이라고 말했다. 기화법은 크게 10단계로 나뉜다. 기화오공법(氣化五功法), 기화팔공(氣化八功)등 9단계를 거쳐 마지막엔 최고의 경지인 기법(氣法)에 도달하는 것이다. 보통은 5단계만 달성해도 지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는 경지가 되며 그 이상이면 투시,공중머물기등 상상을 초월한 능력을 갖추게 된다고 한다. 현광법사는 앞으로 어느정도 내공이 쌓인사람을 대상으로 공개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02-743-3540.
국선도 기화법 수련과정
67년 청산거사가 하산,일반에 보급하면서 세상에 모습을 들어낸 국선도는 행공법이 알려지면서 국선도=단전호흡으로 인식되기도 했다.이후 단전호흡 붐이 일면서 국민의 생활문화로까지 자리잡고 있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국선도의 기화법은 말 그대로 기를 쓰는 법이다. 기화법은 10가지 큰줄기를 이루고 있다. 기화오공법이 그 첫단계로 음양오행(수,화,목,금,토)의 법칙에 따라 오장육부를 강화시키고 기를 쓰는 기본적인 방법을 익히게 된다. 두번째로 기화팔공으로 팔상법(八象法,음)과 팔형법(八形法,양)으로 나눠 8가지 수에 의해 변화무쌍한 기의 조화를 발산하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선공법(선功法),기화용법(氣化勇法),기화생법(氣化生法),칠정법( 七情法),삼통법(三通法),무공법(無功法),학우도(鶴羽刀),기법(氣法)등 으로 진행된다.
현광법사는 기화오공법 기화팔공법 정도는 다른 무술의 고단자도 수련을 통해 익힐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기화법은 고도의 내공이 겸비돼어야 하는 까닭에 접근하기조차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각 기화법에는 음양의 법칙에 따라 수백,수천가지의 체계가 있다. 예를 들어 학우도의 경우 지(地,음)과 천(天,양)으로 나누어지고 지에는 다시 정도법(正刀法),창봉법(槍棒法),학우선법(鶴羽煽法)등 12가지(12간지에따른것),천에는 투비법(投匕法)등 12가지가 있어 모두 24가지로 갈라진다. 또 가지마다 다시 수백개의 맥이 있는등 9백여가지의 체계가있다.
기화법을 체게적으로 전수한 사람이 없서 진수가 배일에 가려있는 점도 부인할 수 없다. 단지 국선도의 법사,사범,수사,들에게 일부씩 전수되고 있다. 현재 국선도는 서울본원을 중심으로 전국에 27개의 지원 및 연구장이 있고 해외에 7개 지원이 설립돼 있다. 또 동국대, 원광대에선 정식과목으로 개설했으며, 고려대, 경찰대등 전국 11개 대학에서 동아리활동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외에도 국회, 국방연구원, 현대그룹등 22개 기관,기업에 연구장이 개설돼 있다.회원수도 40만명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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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4. 택견
日帝도 겁낸 「의병무술」 武냐... 舞냐...
"태권도와 비슷한 유의 무예인 줄 알았는데 막상 와서 보니 춤사위 같아 여자도 쉽게 배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호신술로, 혹은 미용 건강법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데 효과가 만점입니다."
수련 4개월밖에 안된 변영희양은 자신있는 어조로 택견을 권유한다. 변양은 용인대 태권도학과 3학년에 재학중인 태권도 공인 4단이다. '어릴 때부터 태권도를 배워왔다'는 변양은 '택견을 배우면서 전통무예의 진수를 좀 더 깊이 알게됐다'고 털어 놓는다.
실제로 택견 특유의 기합소리인 '이크'와 함께 변양이 선보인 "는질러차기"와 "째차기"에는 태권도에서 보기 힘든 춤사위가 섞여 있었다. 마치 탈춤같기도 하고 아리랑무(舞)같기도 했다. 그렇다고 빠르기나 힘이 부족해 보이지도 않았다.
과학기술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박현식씨의 경우 2년 4개월만에 초동(단)을 딴 노력파다. 박씨가 선보인 택견 특유의 굼실거리며 능청맞은 동작은 도저히 남자의 몸짓같지 않은 부드러움이 배어 있었다. 그는 처음엔 동작이 여자같아 부끄러움도 없지 않았으나 배우면 배울수록 깊은 맛을 느끼게 된다고 설명한다.
택견하면 얼핏 태권도의 변형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오히려 태권도의 원류라는 편이 더 가깝다. 이 때문인지현재 택견을 연구하고 보급하는 사람들의 상당수가 태권도 유단자들이다.
태권도가 절도와 강함을 강조하는 직선적인 무예라면 택견은 부드럽고 곡선적이다. 태권도는 상대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는데 효과적이지만 택견은 상대를 순식간에 넘어 뜨려 상대가 스스로 무능을 깨닫고 물러나게 하는 인간적인 무예다. 따라서 택견에는 정형화된 품세는 없으나 손바닥이나 발바닥등 부드러운 부위를 주로 사용하는 것이 특징으로 꼽힌다.
택견은 민중에겐 민속놀이로, 무사들에겐 상예(常藝)로, 궁중에선 궁중무예로, 국가가 누란의 위기에 처했을 땐 의병들의 든든한 방어막 겸 퇴격법으로 민중에 널리 퍼져 왔다. 그러나 일제의 말살정책으로 모습을 감추게 됐다. 현재도 택견의 모든 기량을 보유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73년 택견의 기능보유자였던 송덕기옹이 현재 미국에서 태권도 사범으로 진가를 떨치고 있는 임창수씨에게 전수하던 모습을 담은 필름이 진수를 가름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 필름도 대한태권도협회 자료실에 보관돼 오다 국기원이 설립되면서 국기원 기념관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분실, 택견 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택견복장은 흰색 한복바지·저고리와 솜버선·짚신을 착용, 옛 서민의 향취가 물씬 풍긴다. 현재 유동(단)자는 370여명에 달하며 여성 유동자도 40여명에 이른다. 문의 02-516-2707.
다양한 발길질 일품
지난 85년 서울 종로구 사직공원내 황학정(黃鶴亭).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가 순백의 옛 서민 한복에 짚신을 신은 청년을 상대로 맞대결을 펼치는 진기한 풍경이 연일 이어졌다. 거동이 불편한 듯 가볍게 몸을 비틀며 제자리에서 청년의 날카로운 손발공격을 막아내던 할아버지는 때론 훌쩍 공중을 나는가 하면 때론 연체동물 같이 유연하고 빠른 발동작을 뿜어내곤 했다. 87년 96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인간문화재 송덕기옹이 사라져가는 전통 무예 택견을 제자 에게 전수하던 모습이다.
서민의 무예인 택견은 송옹의 외곬사랑과 송옹과 20일 차이를 두고 나란히 세상을 떠난 또 다른 기능보유자 신한승씨의 남다른 노력에 힘입은 바 컸다. 83년 중요 무형 문화재 76호로 뒤늦게 지정된뒤 일반인에게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다.
택견의 기원은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단오나 추석등 명절에는 씨름과 함께 택견 대회가 빠지지 않고 열려 이웃간의 화합을 다지곤 했다. 따라서 택견은 공개적이고 개방적이며 대중성을 가진 무예로 비전성이나 폐쇄성을 가진 다른 전통무예와는 성격이 다르다.
민속놀이로서의 택견은 일종의 편싸움이다. 두 마을에서 한사람씩 나와 "서거라"하면 다른쪽에서 "섰다"로 응수, 겨루기가 시작된다. 먼저 넘어지는 사람이 패하게 된다. 민족 지도자인 김구 선생도 택견의 고수로 알려져 있다. 백범일지에는 택견의 타법 가운데 하나인 는질러차기(발을 높이 들어 발바닥으로 밀어내듯이 찬다)와 째차기(발등으로 안에서 밖으로 비틀어 찬다), 칼잽이(손아귀로 상대의 목을 쳐민다)등 으로 일본군 대위의 칼을 막고 퇴격하는 면이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택견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발길질이다. 옛시인이 백기신통비각술(白技神通飛脚術)이라고 묘사했을 정도다. 택견의 발길질을 제대로 구사하려면 품밟기(굼실거리는보법)와 활개짓(두팔을 사방으로 저으며 굼실거리는 동작)으로 대표되는 앞엣거리(준비동작)를 먼저 익혀야 한다. 앞엣거리는 흡사 전통무(舞)를 연상케 할 정도로 부드럽다.
택견연구회 이용복회장은 "유연한 무예인 까닭에 여성도 배우기가 쉽고 익히는 속도도 여성쪽이 훨씬 빠르다"며 "이 때문에 최근 들어 여성들이 호신술로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위계표시는 째(급)와 동(단)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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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5. 뫄한뭐루
중국말 같기도 하고 불경에 나온는 용어 같기도 한 생소한 이름의 무예 뫄한뭐루란 경상도 충무, 통영의 토박이 말이다."뫄"는 마음과 몸의 해탈을 뜻하고, "한"은 하늘과 생명의과 도가 하나라는 고유사상이며,"뭐루"는 "마루얼"곧 종가(宗家)정신을 이른다. 즉 무예를 통해 민족의 얼을 함양하고 몸과 마음의 해탈에 도달한다는 목적을 담고있다. 뫄한뭐루 입문자들은 이름에 담겨있는 이같은 철학대로 민족고유의 미풍양속을 지키고 질서지키기등 도덕운동을 함께 펴고 있다.
뫄한뭐루 창시자인 총령(總領)하정효(河政효:59)씨는 [충무공이 단 12척의 배로 1백33척의 일본대군을 물리칠때 펼친 학익열진(鶴瀷烈陣)을 인체에 적용,지난 57년에 만든것]이라고 무예창설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학익열진은 일본대군의 침공에 고심하던 충무공이 한산도앞 바다에 학이 내려앉는 꿈을 꾸고 이를 형상화한 전법이다. 좌우 척후장,좌우돌격장을 학의 날개로 배치하고 전, 중, 후부장을 몸체로 해 전투상황에 따라 진을 변화시키면서 효율적으로 적을 공격했던 해상전법이다.
한간대첩을 형상화한 그림이 바로 학익열진을 표현한 것이다. 총 8천 1백92가지의 돌굼(품세)을 지닌 뫄한뭐루의 특징은 철저한 실전형이란 점이다. 또 강한 파괴력과 부드러움, 리듬등 무예가 지녀야할 요건과 전통적인 정서를 두루 갖추고 있다.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여 동북쪽방향으로 동녁돌굼, 서쪽으로 달녁돌굼, 남쪽으로 물녁돌굼, 북쪽으로 뭍녁돌굼, 사방사이의 간방돌굼등 8방향에 기본돌굼이 있고 방향마다 1천24개의 동작이 입체적으로 전개된다. 마치 한민족의 진취적인 기상이 사방으로 뻗어나는 듯하다.
또 각 돌굼을 맨손으로 익히면 이를 다시 봉술과 검술등 병기술에도 그대로 적용할수 있어 하나를 알면 열을 구사할 수 있는 무예로 일컬어진다. 작게 구사하면 관절을 꺾는 호신술이 되고 크게쓰면 상대를 던지는 동작이 된다고 한다. 특히 고정된 중심이 없고 이동하며 중심을 잡아 공격과 방어를 하기 때문에 상대의 여측을 불허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특이한 점은 도덕적 생활을 중시하는데다 뫄한뭐루 특유의 건강수련법(呼節明)이 따로 있어 병자는 물론 가족단위의 수련생이 많다는 점이다.
수련생인 윤리교사 곽석영씨는 [첨엔 호기심으로 시작했는데 수련하면 할수록 정신과 몸이 맑아지는것 같다]며 [지금은 온 가족이 함께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곽씨는 [건강이 나빠 상당기간 고생했으나 뫄한뭐루를 닦으면서 회복됐다]고 덧붓였다.
현재 서울과 청주, 대전, 충무, 부산등지에 11개의 마루터(연무장)이 있고 태백산, 남한산, 회령산, 지리산, 가리왕산, 와룡산, 해동산 등 전국 명산에 12개의 입산수도관이 있다. 회원수는 대학동아리등 10만명. (02)422-9420.
뫄한뭐루 어떻게 수련하나?
지난해 대전액스포가 열릴 당시 한산대첩 수륙대제전이란 이름으로 시범을 보여 호평을 받기도 했던 뫄한뭐루는 시중도장 (연무관)에서의 수련과 입산수련등 두가지 방식이 있다. 시중 도장에선 손, 발쓰기, 기본돌굼, 호흡수련, 대련(그림자대련, 실전대련), 병기수련(봉,창,검,부체등),회복수련(건강법) 등을 배운다. 말하자면 신체단련 중심의 수련을 말한다. 이같은 수련후 입산수도에 들어가게 된다. 본산과정에 이르면 산간도문(山間道門)에서 전해지는 수도생활을 그대로 모방한, 뼈를 깍는 81개의 과정을 거친다.
뫄한뭐루는 시중 도장에서의 위계(단)와 본산과정에서의 위계가 따로 있어 본산과정에 입문 위계를 받어야만 비로소 사범자격이 주어진다.
뫄한뭐루의 특성은 크게 여섯가지로 집약할수 있다는 것이 이용복씨등의 무예연구가들의 지적이다.
*공격과 방어의 구별이 없다.
*고정된 중심이 없고 움직이며 그때그때 중심을 잡는 이동중심이다.
*전후좌우로 회전할수 있고 입체적으로 전개된다.
*한가지 돌굼 수련으로 맨손,봉,검,총검,내공술등을 한꺼번에 체득할 수 있다.
*일대다수의 실전대련에 능숙해진다.
*호흡수련으로 원력(元力)을 얻어 신체가 건강해진다.
일례로 첫번째 돌굼인 나앞나기만 수련해도 꺾기, 던지기, 치기, 조르기, 봉검술등의 기술을 구사할수 있게 된다. 뫄한뭐루의 8천1백92가지 돌굼에는 맨손, 총검, 봉, 검, 기물, 망사, 밧줄, 투창 등 기구를 사용한 방대한 기술이 함께 융화되어 있다.
또 손에서 기를 발싼해 물건을 깨는등 내공 12차력의 호흡수련법과 맘쓰기,얼쓰기 과정등도 지니고 있다. 하정효총령은 [아직 5백여 돌굼은 전수하지 않고 있다]며 [8천1백92가지의 돌굼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제자들을 대상으로 전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대한무술인총연합회 총재가 된 하총령은 [무술은 호국의 기틀]이라며 [무예의 관장기관이 현재의 문체부가 아닌 국방부여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뫄한뭐루는 충남대, 배재대, 대전산업대, 한서대등 주로 충청도의 대학을 중심으로 동아리활동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세대와 한국 외대에도 동아리가 결성돼 있다. 또 멀리 알래스카, 영국, 미국등에도 5개의 지원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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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6. 경당
<사진 1> "정신일도" 무예24반을 닦는 경당의 수련생들이 임동규(가운데)씨로부터 대련을 통해 월도(왼쪽)와 본국검, 등패 등의 구사법을 배우고 있다.
몸검, 월도 구사 "자유자재" 배달의 '혼' 살린다
운동권출신 '빗자루도사' 창설 수련생 전국에 10만명
지난 81년 대전교도소. 한 정치범이 독방과 교도소 내 운동장에서 빗자루를 들고 우렁찬 기합과 함께 무예를 연마하고 있었다. 아침 저녁으로 냉수마찰을 하며 명상에 잠기거나 케케묵은 고서적에 침잠하는 모습등 여타 수감자와는 사뭇 달랐다. 일반인보다 더 건강한 모습을 지닌 탓에 도저히 독방 옥살이를 10여년째 하고 있는 수인으로 보기 힘들었다. 교도소장을 비롯한 간수와 수감자들은 그를 '빗자루도사'로 불렀다. 대구교도소에서는 정갑섭(현 경기대교수)교도소장이 목검과 목봉을 지급해주고 그의 무예연마를 측면에서 돕기에 이르렀다. 수감자가 무기로 쓰일 수 있는 물품을 지니는 파격적인 대우를 받게 된 것이다. 또 수감자중 몇몇을 문하생으로 두기도 했다.
정 전소장은 "진지하고 결연한 의지를 보여 뭔가 이뤄내리라는 강한 믿음을 줬다"며 "기어코 전통무예를 재현했다는 소식을 문공부등을 통해 접하게 됐다"고 회고했다. 전주교도소로 이감된 후에도 계속 무예를 닦던 그는 88년 11월 출소, 막노동판을 돌아다니며 3년동안 돈을 모아 91년 문중 소유의 야산에 도장을 열었다.
이름하여 <민족무예 도장 경당>. 그는 광주일고, 서울대 상대 출신으로 통혁당 사건에 연루돼 젊은 시절을 교도소에서 보낸 임동규(59)씨다. 광주일고에 다닐땐 유도부장까지 지낸 유도의 고단자이기도 하다.
경당은 고구려시대 평민자제들에게 학문과 무예를 가르치던 교육기관. "옛것을 찾는다는 의미에서 경당으로 이름붙였다."는 임씨의 설명이다. 광주시 광산구 지산동 449.
바람이 살갗을 파고드는 추운 날씨 속에도 대학생등 10여명이 본국검과 활쏘기등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무예를 닦느라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곱상한 얼굴에 나긋한 몸매를 지녀 무예와는 거리가 멀어보이는 유일한 여자범사 정미애(26)씨도 그들중 한사람이었다. 정씨는 광주에선 웬만한 사람이면 알 정도의 '무예스타'다. "힘은 들지만 동작 하나하나를 배우면서 조상의 지혜를 느낀다"는 그녀는 "지금은 반대하던 부모님과 이웃들이 모두 후원자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목검, 월도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며 차가운 공기를 가르는 수련모습은 지켜보는 이의 혼을 빼놓기에 충분했다.
서울 면목동의 서울경당을 비롯, 전국 15개지역에 설립된 지역경당에는 10만여명의 수련생이 있고 서울대와 고려대의 '경당'동아리등 40여개 대학에 동아리가 구성되어 있다. 임씨는 "재정적으로 힘겹고 여러가지 어려움도 있지만 사명감과 자부심을 갖고 보급에 열중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참고 <무예사연구> <한국의 전통무예> (이상 임동규저, 학민사)
사진 2> 경당의 수련생들이 용진정 앞 수련장에서 제독검 수련에 열중하고 있다.
'무예 24반'이란
한, 중, 일 망라한 <무술고전> 조선 정조때 군사훈련용으로 체계화
무예24반은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군사용 무예다. 임진왜란을 겪은 조선은 군사력 강화를 위해 영조대에 기존 무예를 종합해 18반 무예를 체계화했다. 이후 정조대에 이르러 마상술을 보강해 24반무예를 완성, 무예도보통지를 펴내게 된 것이다.
따라서 비전무예라기 보다는 군사훈령용이라는 편이 타당하다. 무예도보통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등 3국 무예를 총망라해 공격과 방어법을 설명하고 있다. 동양무예를 종합, 체계화했다는 평을 받고 있는 무예의 고전이다.
특이한 점은 한국의 무예를 큰 줄기로 삼고 중국과 일본무예의 장점과 단점을 비교적 상세히 기술,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예24반은 장창(길이 4.5), 죽장창(대나무창으로 길이 6), 기창(길이 2.97로 기습공격과 혼전에 사용하는 창), 당파(작살형의 창), 낭선(창자루를 줄기로 날이 선 곁가지가 9개가량 달려있는 창), 쌍수도(칼날 1.51-중국 명나라때 왜구를 막기 위해 고안한 검법), 예도(칼날 0.99, 단도), 왜검, 교전(검 대련법), 제독검, 본국검(화랑이 쓰던 검), 쌍검(양손에 검을 한개씩 모두 2개로 검법을 구사한다는데서 붙여진 이름, 칼길이 0.76), 마상쌍검(말 위에서 쌍검구사), 월도(창처럼 긴 자루에 나뭇잎형태의 긴 칼이 달려있음), 마상월도, 협도(긴 자루에 검이 꽂혀있다), 등패(등나무로 만든 방패), 요도(초생달모양으로 둥글게 휜 칼), 표창(창자루에 표창모양의 날이 달려있다), 권법, 곤방(길이 2.12의 흔히 볼 수 있는 창), 편,곤(곤은 긴 봉이며 편은 곤에 쌍절곤처럼 봉이 하나 더 붙은 것), 마상편곤, 격구(말을 타고 즐기는 공놀이의 일종으로 고도의 무예수련자가 아니면 제대로 구사할 수 없다), 마상재(말 위에서 부리는 재주)등 맨손에서 각종 무기와 방패쓰는 범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가 방대하다.
또 이 책에는 각 무예를 교습할 때 갖춰야 할 복장에 대해서도 기술하고 있어 당시의 의복을 연구할 수 있는 사료적 가치도 지니고 있다.
현재 말 위에서 구사하는 마상쌍검-마상월도-마상편곤등 마상6기는 기본동작만 재현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당에서는 여기에다 전통맨손무술인 택껸과 활쏘기를 추가해놓고 있어 전래돼 오는 모든 무예를 닦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경당의 수련생들은 하루 1백여발의 활을 쏘고 수련장 내에 있는 정자(용진정)에서 고서적도 탐독하는 등 신라 화랑의 수련법을 그대로 본뜨고 있다. 현재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칼놀이 칼춤>도 무예 24반에 있는 검술을 기초로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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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7. 수박도
國內선 홀대...外國서 인기폭발
美 5백여 道場 5만명 수련 배우 척 노리스도 "首弟子"
사진 : 한 사람이 왼발 옆차기, 다른 사람이 낮은 자세에서 오른손 얼굴 막기같은 자세로 막으면서 왼손으로 낭심을 공격하고 있음.
오랫동안 전래되어 오는 우리의 전통무예 가운데 한국의 외교사절 역할을 톡톡히 하는 무예를 꼽으라면 사람들은 서슴지 않고 태권도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태권도의 명성 못지않게 수박도의 인기가 대단하다. 우리의 무예이면서도 소홀히 다뤄지다가 이국땅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에서의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다. 50개주에 모두 지부를 두고 있고 5백여도장에서 5만여명이 수련하고 있을 정도다. 지난 63년 수박도가 미국에 첫발을 내디딘지 11년만인 74년 미국연맹이 생겼고 5백여도장까지 갖췄으니 가히 놀라운 발전인 셈이다.
美 육사 武藝 정규과목
미국 웨스트포인트(육군사관학교)의 무예정규과목에 수박도가 들어있다는 사실도 수박도의 인기와 기술의 우위를 반증한다. 현재 웨스트포인트에서 정규과목으로 채택하고 있는 무예는 수박도와 유도, 단 두가지 뿐이다.
또 태권도 유단자로 잘못 알려진 미국의 유명한 배우 척 노리스, 브루스 리도 사실은 수박도 수련생이다. 척 노리스의 스승이자 수박도의 산증인인 황 기(黃 琦, 82)옹은 요즘도 미국과 영국등을 돌아다니며 보급에 여념이 없다. "택견을 보고 무예계에 뛰어들었다가 무예도보통지를 근거로 수박도를 복원하기에 이르렀다."고 설명하는 黃옹은 "5.16군사쿠데타가 터진뒤 태권도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던 정부에 의해 무도계 통폐합작업이 이뤄졌으나 수박도는 이를 거부, 국내에서 설자리를 잃게 됐고 결국 외국으로 나가게 됐다."며 외국에 더많은 수련생과 지부가 있는 원인을 설명했다. 사실 60년대만 해도 유단자들이 무려 40만명에 달했었다는 게 수박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6.29선언이후 비로소 자유로워진 것같다."는 黃옹은 또 "세계를 제패한 수박도가 종주국인 이 나라에서 뿌리내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가슴아픈 일"이라고 말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어떤 무예든 유파가 있게 마련인데 수박도 만큼은 유파가 없다는 점이다.黃옹의 절대적인 힘과 열정이 수박도 문하생들을 단합시키고 있다고 한다.
黃옹의 설명에 따르면 택견을 보고 무술을 배우려는 욕망이 일어 무도계에 뛰어들었으나 수박도를 재현해놓고 보니 택견은 수박기(技)의 한 갈래라는 것이다. 그의 말대로라면 태권도보다는 택견이 한수 위고, 택견보다는 수박도가 한차원 높다는 말이 된다. 그러나 아이러니컬하게도 현실은 수박도보다는 택견이, 택견보다는 태권도가 더 잘 알려져 있다.
黃琦옹 '명예전당' 헌액
黃옹은 89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블랙벨트紙에서 올해의 무도인으로 선정, 명예의 전당에 헌액돼 있고 '위대한 마스터'로 불린다.
현재 수박도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등 전세계 25개국에 10만여명의 수련생을 두고 있으며 국내에도 20개 도장을 갖고 있다. (02)794-0809.
글 : 金基讚기자 사진: 吳宗鐸기자
기원과 특징
東洋철학과 科學원리 "접목"
상고시대 東夷族이 체계화 中.日로 확산
허리힘 강조... 화려한 발기술, 徒手 압권
"우리는 수련목표가 활(活)에 있다.즉 방어나 공격에만 끝나는 것이 아니고 한걸음 더 나아가서는 모든 것이 '삶'에 있다. 적이라 할지라도 살리는데 그 목적이 있는 것이고, 우리는 자연원칙에 입각하여 '활'에(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무덕관의 모든 지침을 세우고 미와 선과 속도에 치중하여 과학적으로 수련에 이바지하는 것..."
수박도의 총본산인 무덕관의 헌장이다. 수박도의 헌장이라해도 무리는 없다. 수박도 유단자들의 띠는 푸른색이다. '활'에 수련의 중심을 두고 있어 그렇다. "검은색은 죽음, 완성, 종착을 뜻하지만 푸른색은 미완성, 수련자의 겸손, 예(禮)를 말한다."는게 황기(黃琦)옹의 설명이다.즉 끊임없이 갈고 닦고,인간으로서 갖추어야할 소양을 기르는 것. 때문에 수박의 수(手)는 고수(高手), 명수(名手)처럼 사람을 뜻한다.
수박이란 말은 후한의 반고(班固 32~92년)가 저술한 한서예문지 수박육편에 처음 나온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사 충혜왕조에 수박희(戱)가 처음 표기되어 있고 이때의 수박희는 모든 맨손무예를 총괄해 부른 것이 아닌가하는 것이 무예 연구가들의 지적이다.
수박도는 아직까지 당수도(唐手道)란 이름과 혼용되기도 한다. 예전에 당수도란 이름으로 보급되다가 55년 수박도로 개칭됐다. 黃옹은 "수박도는 상고시대부터 동이족의 무예로 정착돼 있었으며 중국과 일본에서 이 수박도를 배워갔다가 조선이 다시 역수입했으므로 뿌리는 당나라나 일본이 아닌 동이족, 즉 우리민족"이라고 설명한다. 黃옹의 설명은 북한과 일본이 공동조사한 고분벽화에서 일본 스스로 가라테가 고구려 수박에서 유래했다고 밝힌데서도 입증된다. 또 최근 보급이 활발한 '수벽치기'와 혼돈하는 경우도 많으나 기술과 힘의 원리등이 전혀 다른 별개의 것이다.
수박도의 기본원리와 동작은 13세(품세)와 3공법에 기초를 두고 있다. 3공법에는 수기, 족기, 대련을 중심으로 하는 외공과 고른 호흡을 통해 익히는 내공,즉 심공이 있다.
외공은 신체근골을 강건하게 하고, 심공은 신체내부기관의 기능을 단련해준다. 13품세는 동양철학의 5행, 8궤에 기초를 두고 이들의 조화를 중시한다. 특히 수박도는 체중과 거리, 속도, 인체의 각도, 작용과 반작용등 과학적인 원리를 응용한 점이 독특하다. 이때문에 가라테나 쿵푸와는 달리 허리 힘을 유난히 강조하며 화려한 발기술과 도수(徒手)가 특징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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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8. 선무도
瀞과 動의 조화 高僧들의 무술.
경주 도심에서 감포 수중문무대왕릉쪽으로 20Km가량 들어가면 함월산자락 한켠에 위치한 골굴사(骨窟寺)를 만난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굴안에 관음상과 지장불, 약사여래불을 모신 법당이 있는 곳이다.골굴사에는 굴속 법당외에 남근석과 여근석이 기묘한 모습으로 서있고 깍아지른듯한 바위를 뚫고 샘물이 솟아 신비감을 더해준다.
특이한 점은 다른사찰에선 들을 수 없는 기합소리가 독경소리와 묘한대조를 이루며 산속을 메아리친다는점. 머리깍은 승려들이 숲과 폭포.법당등을 배경으로 무예를 닦는 소리다. 임진왜란 당시 국운이 풍전등화같던 시기에 나라를 구한 서산대사.사명대사등 고승들이 수행하던 무예가 선무도(禪武道)다.정확히 말하면 불교금강영관(佛敎金剛靈觀). 석가가 수행의 한 방법으로 무예를 통해 마음을 다스린데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 뒤에 이 무예는 작게는 사찰을 지키고 크게는 나라를 수호하는데 사용됐다.
그러나 무예수련의 궁극적 목표는 해탈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 신라시대에는 원효대사가 화랑들에게 심신수련과 호국무술의 일환으로 경주 기림사(골굴사에서 약 1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에서 선무도를 가르쳤다는 승가의 필수 수행법으로 전래됐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접어들면서 숭유억불정책과 무예를 경시하는 풍조에 밀려 고승들만이 일부 닦아왔을 뿐이였다. 이후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말살정책에 휘말려 선무도는 사라지다시피 했다.
이 선무도가 다시 빛을 보게 된것은 60년대. 부산 범어사 청련암에서 수도에 열중하던 양익(兩翼)큰스님을 중심으로 불가의 몇몇 뜻있는 승려들이 불가의 전승무예를 발굴, 「금강영관의 체계를 세우게 됐다. 이체계를 바탕으로 교리위주의 설법만으로는 대주에게 접근하기 힘들다는 생각에 따라 금강영관을 포교하는 방법으로 택하게 됐다. 금강영관에는 다른 무예에세 보기 힘든 다양한 건강수련법이 있다. 현재 선무도진흥회의 회주(會主)는 조계종 총무원의 규정국장과 연수국장, 경주 기림사 주지등 요직을 두루 거친 적운(寂雲)스님이 맡고 있다.
선무도는 골굴사 본원을 중심으로 서울, 부산등에 17개 지원을 두고 미국과 캐나다에도 포교원을 개설한 상태. 포교원을 거쳐간 인원만 5만여명에 달하며 현재도 3천여명이 수련하고 있다. 또 골굴사에서는 1박2일의 주말회원제를 실시, 직장인을 위한 건강수련법을 강의하고 있다.회원으로는 판사,교수,의사등 각양각색의 직업인들이 몰려들고 있다. (0561)44-1689.
佛家서 秘傳돼온 수행방법
불교의 가르침에는 현교(顯敎)와 밀교(密敎)의 두가지 방편이 있다. 선무도는 밀교적인 형태로 발전된 불가의 비전 수행방법이다. 선무도의 큰줄기는 수행관.건강관.무도관으로 대별된다. 수행관은 해탈을 위한 선(禪-참선)의 수행법을 이르는 것이며, 건강관은 수행을 통해 병마에서의 탈출을 의미하고 무도관은 무예로서 지니는 도(道)와 예절을 일컫는다. 현재 건강관의 경우 동국대 한의대에 선무기공연구학회가 설립됐을 정도로 일반인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또 무도관은 사회체육으로 발전해가고 있다. 다만 수행관은 승려들에게 주로 보급됐으며 최근에는 서서히 일반 대중에게도 마음의 평온을 찾는 교화법으로 퍼져가고 있다.
선무도의 구성은 선요가, 선무기공, 선무술로 크게 나뉘며 좌관(坐觀), 입관(立觀), 행관(行觀)등의 수행법이 있다. 선무도에는 봉, 검, 권등 각종 병장기 기술이 총망라돼있고 무엇보다 건강한 신체와 깨끗한 마음을 닦게된다는 것이 무예연구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 가운데 선호흡이나 선요가는 수천년전부터 불가에 전승되는 비법이란 것이 적운스님의 설명이다. 선호흡은 호식(呼息), 지식(止息), 흡식(吸息)의 3단계로 이루어지고 다양한 동작이 곁들여진다는 점에서 단전호흡과 다소 다르다. 선호흡에는 특히 서서 생활하는 인간에겐 척추 아랫부분에 무리가 가해진다는 점에 착안, 7종의 동물을 본떠 기의 흐름을 원활히 하는 12개의 동작이 있다. 선무술의 가장 큰 특징은 부드러움이다. 신체에 큰무리가 없으면서도 강력한 파괴력을 구사한다. 다른무예가 공격과 방어의 개념으로 구성돼 있다면 선무도는 신체의 유연성과 균형을 바탕으로 불교의 이상세계를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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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9. 신선도
<사진 1> '좌공기철좌법(座功氣鐵座法)'을 수행하는 이해창회장 주위에서 수련생들이 신선기공을 연마하고 있다.
자기 수양 속 해탈의 고행
장생술은 의학계서도 큰 관심
수백개의 날카로운 철심이 촘촘히 박힌 방석에 꼿꼿하게 앉아 수시간동안 행공을 쌓는 모습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보통사람도 깎아지른 절벽을 아무런 장비도 없이 힘 안들이고 제법 빠른 속도로 오를 수 있을까. 신선도는 이같은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전통무예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오는 신선의 도는 실존하는 것입니다. 끝없는 고행이 뒤따르긴 하지만 도달하지 못할 불가능의 세계만은 아닙니다."
14세때 길에서 만난 도인(삼초선인)을 따라 지리산 영신대와 한라산 영실, 소백산 오복동등에서 23년동안 약초와 소나무 껍질등을 씹으며 수련한 뒤 2년전(93년 4월) 저자거리에 도장을 내고 신선도 보급에 열중하는 이해창 신선도 협회장의 말이다. 그러나 이회장은 시퍼런 칼날 위에서 봉술을 연마하는 정도는 도술이 아니라고 단언한다. 진정한 도는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완성을 통한 해탈의 경지에 나아가 몸과 마음이 자유로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민족의 고유한 도는 삼일신고와 천부경등에 나타나 있듯 단군에서부터 전래돼온 신선도"라고 주장하는 이회장은 "따라서 신선도는 격투기도, 호신술도 아닌 자기수양법"이라고 강조한다. 신선사상 속에는 화약의 원리나 광물의 연구, 약의학의 개발등에 관한 놀랄만한 정보가 들어있다는 것이 신선도측의 설명이다. 특히 의학방면엔 높이 평가할 부분이 많다는 것.
의학계에서 관심을 갖는 분야는 장생술, 일명 신선철산법이다. 두 주먹으로 앞을 치고, 이를 마주치고, 두 손바닥 마찰로 뜸을 낸 다음 눈과 귓밥등을 비비고, 왼손(오른손)주먹날로 오른(왼)쪽 용천혈을 치고, 단전에 힘을 주고 한숨에 단전을 치는 등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12가지 23과정의 건강법을 요체로 하고 있다. 이외에도 신선도에는 신선기공 36동작과 같은 정신수련, 신체연마의 수련법이 있다.
신선도를 거쳐간 사람은 지리산 수련때부터 지금까지 2천명이 넘는다. 현재는 서울본원을 중심으로 순천, 수안보, 문경등 3개지회에 50여명이 수련에 열중하고 있다.
<사진 2> 본격적인 무예수련에 들어가기 앞서 거쳐야 하는 운기법을 닦고 있는 수련생들.
신선도란...
도, 의, 무 망라한 '비술'
운기행공, 무예기본 거쳐 '도인'수련 입문
신선도협회 이해창회장은 입산한지 3년이 지나면서 철심방석 위에 앉아 운기행공을 하는 '좌공기철좌법'을 배웠다고 한다. 수련의 도가 꽤 깊어지면서 '영사인경법'을 비전받았다는 것. '영사(靈砂)'는 간질, 신장, 암, 관절염등 다방면에 걸쳐 사용되는 약재로 수은과 유황을 혼합한 뒤 섭씨 1천도 이상의 온도로 가열, 고체화하기를 10여번 반복해야 얻어지는 영약이라는 설명이다. 이처럼 신선도는 단전호흡에서부터 무예와 의학에 이르기까지 실로 방대한 비전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신선도측의 주장이다.
신선도 수련의 기본은 단전호흡이다. "우리나라는 예부터 기가 왕성한 땅이어서 이 기를 받으면 소화불량이나 위장병, 불면증, 신경성 질환등을 없앨 수 있다. 단전호흡은 기를 모아 행공의 단계로 나아가는 기본 단계로 보아야 한다"는 것이 이회장의 설명이다.
단전호흡을 어느정도 마치면 철산법, 운기법, 신선기공 36동작을 익히게 된다. 그 뒤 좌공기철좌법을 수련하고 본격적인 무예수련에 들어가기까지는 최소한 2년이상의 기간이 소요된다. 무예수련에는 봉술, 회전공법, 검술, 일도검, 호신술 36동작, 수기술수련 등이 있다.
그러나 신선도에서 무예수련은 수련의 중간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무예수련을 마치면 또다른 경지가 기다리기 때문. 고도의 경지인 다음 단계에 입문하면 어두운 밤길도 환하게 볼 수 있는 '안광력', 바위와 나무도 몸에 부딪치면 깨진다는 '신장쇄', 자신의 형상을 남이 볼 수 없도록 만드는 '팔진법', 행적을 아무도 모르게 하는 '은신법', 별,달등 천기를 보고 길흉을 판단하는 '야간천기관법',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타심술', 일반인은 위치를 가르쳐줘도 찾을 수 없는 신비의 명당찾기법인 '지세법'등 그야말로 도인의 경지를 향한 수련이 기다리고 있다.
이회장은 병을 고치는 행위는 삼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 이유는 "속가에 나온 것도 스승과의 약속을 깬 것인데 물려받은 것으로 잔재주를 피우기까지 한다면 신선도를 속세의 화젯거리로 만들어 돈벌이에 사용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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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10. 고무도
<사진 1> 고무도 수련생들이 낫, 삼지창, 장봉 수련을 하고 있다.
농기구로 수련하는 '농민무술'
위나라 침공 때 백제서 위력 떨쳐
옛날에는 농민과 군인의 구별이 없었다. 농사를 짓다가도 전쟁이 터지면 곧바로 전투에 참여했다. 그렇다고 집집마다 병기가 지급된 것도 아니었다. 낫이나 도리깨, 갈고리등 무기로 대용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집어들고 백의종군했었다. 따라서 농기구와 무기의 구별이 따로 없었다.
요즘도 간간이 볼 수 있는 쟁기의 원래 이름은 '잠기'다. 잠기는 무기인 '잠개'가 바뀐 것으로 18세기에는 '장기'로 불렸다. 병장기는 이 '장기'라는 말의 잔존 형태라는 것이 국어학자들의 지적이다. 또 낟알을 떨어내는데 사용된 도리깨는 국어사전에 '옛날 병기의 한가지'라고 풀이하고 있다.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당파창(긴 봉 끝에 세개의 칼날이 갈라져 달린 창)의 경우 거름을 떠내는 쇠스랑이 바뀐 것임을 한 눈에 알 수 있다. 폭정에 항거해 일어난 동학농민전쟁때 농민군의 주 무기는 농기구였다.
<남제서>에는 '백제가 중국 산동, 절강과 왜국을 속국으로 두고 대국의 위용을 갖추었던 490년에 위나라가 두번이나 10만이 넘는 대군을 이끌고 왔으나 징원된 농민의 위세가 이를 격파했다.'고 기술, 농사로 단련된 농민의 힘이 백제를 지탱한 전력이었음을 짐작케 한다.
병기가 점차 현대, 첨단화하면서 비로소 농기구와 병기의 구별이 명확해졌고 농기구 무예는 점차 자취를 찾을 수 없게 됐다. 최근들어 이같은 민중의 무예를 연구하고 보급하는 고무도협회가 설립돼 주목받고 있다. 태권도가 단일협회로 통합되기 전까지 전국 각처에 1백여개의 도장을 거느리며 무도계를 이끌던 충무관 관장 이도윤(58)씨가 각지의 향토사학자와 중국(특히 만주등 독립운동지)을 돌며 평안도 박치기, 씨름, 유술, 장구치기, 족치기, 농기구 사용법등을 기초로 종합, 복원한 것이다. 고무도는 60년대 서울 마포에 도장이 개설됐었으나 곧 부산 범일동으로 옮겨 오늘에 이르고 있다.
중국 심양의 동북조선족대학 명예교수와 소림무술학교 명예교장직을 맡고 있는 이도윤씨는 태권도와 합기도, 쿵푸등 각종 무예에 정통하다. 그는 해외에도 수많은 백안의 제자를 두고 '그랜드 마스터'로 불리고 있다. 현재 고무도는 독일 알렉산더대학 체육학과 정규과목으로 채택돼 한국의 얼을 심고 있으며 동북조선족대학과 소림무술학교에서도 강의되고 있다.
고무도란...
농사가 곧 훈련... 철저한 실전형
무기술, 권법, 박치기등 6가지로 세분
고무도는 장대, 낫, 괭이, 쇠스랑, 도리깨, 노등 농기구를 사용하는 것과 맨손무예 등으로 크게 구분되지만 무기의 원래 기원이 농기구에서 비롯된 점을 감안, 활, 칼등을 이용한 무예도 넓은 의미에서 포함된다. 즉 현존하는 모든 격투기 기술이 망라돼있다.
고무도는 무기술과 유술, 권법, 장법, 박치기, 족치기로 나누어진다. 무기술은 장,중,단봉, 도리깨봉, 노봉, 죽창, 삼지창, 수리검, 낫, 철퇴, 쌍절봉등이 있고, 유술은 씨름, 굴리기, 쪼우기(조르기), 꺽기, 비틀기, 업어던지기, 메어치기. 권법은 장구치기, 주먹치기, 팔굽치기. 장법은 밀어날리기, 후려날리기, 당겨날리기. 박치기는 이마박기, 정머리박기, 뒷머리박기, 날려박기. 족치기는 앞차기, 옆차기, 돌려차기, 후려차기, 휘어차기, 어차기, 날려차기, 활차기 등이다.
수련과정은 기본인 권법이나 발기술을 상당기간 익힌 후 운동량이 많은 장봉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수련이 시작된다. 봉술에서는 12개의 품세에다 조봉을 곁들여 실전연습을 하는 점이 특이하다.
45cm가량 되는 도리깨봉은 외국에선 이미 경찰에 지급돼 상당한 효과를 보고 있는데 작지만 강력한 파괴력과 상황에 따른 효용성이 뛰어나다는 평이다. 봉술에 익숙해지면 낫, 철퇴, 쌍절봉, 철갑, 수리검(표창), 삼지창등을 배우게 된다. 현재 독일과 파라과이에 해외지부가 있고 국내에는 10개의 지회를 두고 2천여명이 수련에 열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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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11. 해동검도
竹刀대신 木劍사용
心相, 雙手, 本國, 長百 등 고유검법 접목
사진 옆의 글 : 해동검도 수련생들이 伏虎勢등 검술동작을 익히고 있다 (왼쪽은 羅漢一 한국해동검도협회 회장). <金鎭錫기자>
우리나라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둔 지난달 24일, 중국 연변대학에서는 나한일(羅漢一)씨가 현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대학 실내체육관 맨 위쪽을 차지하고 앉아 있었다. 체육관 왼쪽에 도열해 있던 40여명의 중국인과 조선족이 한명씩 중앙으로 나와 정중히 예(禮)를 갖췄다.
예를 갖춘 이는 힘찬 기합과 함께 왼손에 들고 있던 목검을 재빠르게 움직이며 그동안 닦은 기량을 선보였다. 이마에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히고 검의 사위가 멈춘뒤 다시 예를 갖춘 그는 羅씨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이들 가운데는 나이어린 소녀도 있었고 60세가 족히 넘어보이는 듯한 노인도 있었다.
한참을 지켜본 羅씨의 판정이 있었고, 다음 대기자가 중앙으로 나와 예를 갖췄다. 지난해 연변에 설립된 '연변해동검도'도장의 수련생들이 한국해동검도협회 회장인 나한일씨를 초빙, 승단심사를 받는 광경이다.
해동검도는 이처럼 중국, 미국, 노르웨이, 캐나다등 20여개국에 보급되어 있고, 오는 4월에는 카자흐에도 도장이 설립된다.해외수련생만도 4만여명에 달하고 국내에도 1백50여개 도장에 10만여명이 수련 중이다.
해동검도란 이름이 우리에게 알려진 것은 불과 10여년. 짧은 기간이지만 무도계에선 엄청나게 큰 규모로 발전했다. 이처럼 발전하게 된데는 탤런트 나한일씨의 역할이 컸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현재 해동검도는 대한해동검도협회(회장 金正鎬)와 한국해동검도협회(회장 나한일)로 나뉘어 있다. 가르치는 분야도 약간 다른데 '대한'측은 본국검을 비롯, 쌍수검법, 예도, 장백검법 등 고유의 전래검법을 고집하고 있다.
한국측은 이를 약간 변형, 70년대 원광(圓光)스님이 창안한 심검도를 가미해 가르치고 있다. 이들 협회는 원래 '대한'으로 단일화되어 있었으나 그동안 갈등을 겪은 끝에 나한일씨와 일부 이사들이 갈라져 분가하게 됐다.
해동검도는 자리를 잡아갈 무렵 대한체육회 산하단체인 대한검도회 등으로부터 '검도'명칭 사용중지 요청을 받기도 했다. 또 羅씨는 유단자 사칭 등을 이유로 고소당하기도 했다.결국 무혐의처분을 받았으나 반목은 이후에도 계속됐었다. 수년전에는 MBC-TV의 주선으로 해동검도와 대한검도간의 진검대결이 벌어질 뻔했었으나 대한검도회측의 불참으로 피를 볼 뻔한 대결은 무산됐고, 오히려 해동검도의 명성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요즘은 '대한'과 '한국'모두 저마다 경기규칙을 만들어 생활체육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546-2889(대한),508-1491(한국). <金基讚기자>
고유리듬 3박자... 부드럽지만 강한 파괴력
내, 외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해동검도는 일본검도와는 달리 죽도 대신 목검과 한국식 복장을 채택하고 있다(한국해동검도측은 90cm가량의 짧은 죽도와 가볍게 만든 護具도 착용한다.). 또 우리 고유의 리듬인 3박자를 추구,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파괴력을 자랑하고 있다.
해동검도에는 대한검도에서 볼 수 없는 여러가지 검법이 있다. 우선 검의 품세라 할 수 있는 검형(劍形)이 있고 심상(心相)검법, 쌍수(雙手)검법, 예도(銳刀), 본국(本國)검법, 장백(長百)검법, 쌍검(雙劍)등 다수의 고유검술이 있다. 심상검법은 자기수양을 위한 검법으로 산중검법으로 통하기도 한다. 이 검법은 부드러우면서도 일도필살의 연속적 공격이 뒤따르며, 상대를 만나면 어떠한 일이 있어도 물러나지 않는 임전무퇴의 검법이다.
장도(長刀), 용검평검(用劍平劍)이라고도 불리는 쌍수검법은 양손으로 검을 잡고 허리나 비껴베기에 용이한 검법. 예도는 칼날은 무디고 끝은 예리한 검으로 전쟁터보다는 주로 자객들이 사용한 것이다.
본국검법은 신검(新劍)으로도 불리며 신라 화랑인 황창이 만든 검법으로 한국검술의 기본이 되는 검법이다. 장백검법은 고구려 무사들이 활동한 백두산등 장백산맥을 끼고 태동한 검술로 고구려 장수 밀우(密友)가 이 검법의 대가로 알려져 있다.
유일하게 우리나라에만 남아있는 쌍검은 검을 양손에 들고 구사하는 검술로 전쟁에 나가기 전이나 제사때 주로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해동검도측은 여기에다 한손으로 구사하는 검술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 심검도의 선공, 선방검법을 가미해 가르치고 있다. 한편 대한해동검도측은 올해말께 컴퓨터 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개발, 수련에 사용할 계획이어서 새로운 무예수련의 이정표를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프로그램은 컴퓨터가 만들어내는 가상의 사부와 적을 상대로 배우고 격전을 벌일 수 있다. 따라서 목검을 사용하는데 따른 위험부담을 줄이고 가상의 사부로 충무공(忠武公)등 역사의 인물을, 가상의 적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등을 설정해 자신의 기량을 테스트해 볼 수 있다. <金基讚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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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12. 마상무예
<사진> 마상월도 수련생이 달리는 말 위에서 월도를 구사하고 있다.
기마민족 얼 "생생"
작년 10월 첫 시범
12가지 기술 재현
칭기즈칸의 몽고족이 유럽을 평정할 수 있었던 것은 기마민족 특유의 신속성과 기동성있는 전투력을 갖췄기 때문이었다.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던 옛날에는 일단 국가간 전쟁이 일어나면 육지를 잘 공략해야 했다. 반도나 섬일 경우 해상력도 중요한 수단이었지만 대부분 지상전이 승패를 갈랐다. 그들은 지상에서 수련할 수 있는 무예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말을 달리는 무예를 익혔다. 따라서 말을 타는 무사는 상당 수준의 무예를 겸비하게 됐다.
자동차, 비행기등 교통수단이 점차 발달하면서 마상무예는 자취를 감춰갔다. 최근엔 서양의 승마가 들어와 일부계층의 취미 정도로 보급되었을 뿐 우리의 말타기 기술등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마상궁술(일직선으로 달리며 활쏘기)이 보존돼 중요행사에는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영국에는 마상창술학교가 있으며, 몽고에도 마상요도가 전해져 조그마한 행사에까지 단골메뉴로 대접받고 있다.
일제시대등을 거치면서 거의 잃어버렸던 우리의 마상무예가 최근 재현돼 보급되고 있다. 동양무술을 두루 섭렵한 김영섭(37)씨에 의해 복원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지난 90년부터 4년여에 걸친 재현작업 끝에 지난해 10월 마상무예시범을 보이게 됐다. "무엇보다 우리의 마상무예를 재현하기 위해서는 선조들이 사용했던 몽고마를 구하는 것이 급선무였다"는 그는 말 수입업체인 파오랜드의 협찬을 받아 몽고마 40여필을 구한 뒤 재현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우선 <무예도보통지>에 나오는 마상 4기(마상재와 격구는 제외)를 기초로 12가지 마상무기술을 재현했다.
김씨는 "마상무예가 상당한 수준에 달해야 구사할 수 있는 격구시범도 곧 선보일 것"이라며 "올해 말이나 내년께에는 군마제를 재현하겠다"고 말했다. 현재는 포천(5천평)과 제주도(15만평)에 수련장을 가지고 있으며 각각 40,80여 마리의 말을 기르고 있다. 여느 무예와 달리 말을 타야하는 부담 때문에 지금은 20여명의 제자에게만 전수하고 있다.
마상무예란
권법은 기본... 말, 사람, 연무 3위일체
빠른 속도 이영 파괴력, 순발력 구사
마상무예는 말, 사람, 연무 등 세가지가 일체가 되어야 한다. 어느 하나라도 모자라거나 삐끗하면 사람이 다치거나 말이 다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마상무예를 하기 전에 권법과 각종 무기술 등 이른바 '지상무예'를 익혀야 한다. 그래서 마상무예를 '무예의 꽃'이라고 부른다. 무예의 마지각 수련과정이란 뜻이 담겨 있다. 지상무예를 익힌 뒤에도 말을 타기 전에는 최소한 한달정도 말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사람과 말이 서로를 익히는 과정이다. 특히 마상무예에서 사용하는 몽고마의 경우 야생성이 강해 길들어졌더라도 일정기간이 지나면 다시 야생상태로 돌아오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해야 한다.
일단 말에 돌라타면 마상재를 수련한다. 마상재는 말을 달리면서 몸을 숨기고, 안장 위에 올라서고, 배에 붙었다가, 옆에 붙었다가, 뒤로 눕는 등 마치 서커스를 연상케하는 기술이다. 마상무예에서 사용하는 말의 안장도 이처럼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는데 편하도록 앞뒤에 방어대가 있다. 유럽식 안장은 승마용으로 앞에만 방어대가 있다. 앞뒤 방어대는 고구려벽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마상재에 익숙해지면 비로소 마상무예를 닦는다. 마상무예는 요도(달리며 베기에 용이하도록 초승달처럼 둥글게 만들어져 있는 칼), 단창(짧은 창), 궁술(활쏘기), 곤, 쌍창, 쌍검, 월도(관운장의 청룡언월도로 유명한 무게 5kg의 칼), 부(도끼), 비표(표창), 낭아곤(낭선창이라고도 한다. 봉의 양끝이 늑대이빨 모양으로 여러갈래 갈라져있는 1m80cm 크기의 봉), 편곤(긴봉에 짧은 봉이 매달려 있는 도리깨 형식의 봉), 마상투호(말을 달리면서 병 속에 화살을 넣는 경기)등이다.
기본적으로 마상무예는 빠른 속도를 이용, 순간적인 동작으로 파괴력과 순발력을 구사할 수 있어야 한다. 마상무예 복장은 중의적삼에 파풍(바람막이 옷)을 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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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전통무예 13. 수벽치기
<사진 1> '8세 동작'수련 수벽치기 수련생들이 수벽 8세 동작을 수련하고 있다.
손질위주 '양(陽)의 무술'
발질많은 택견과 대조
사물체조등 몸짓 모태
극작가 정복근씨는 지난 82년 한무라고 하는 젊은 무예연구가를 만났다. 정씨는 마루치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한국 무사의 혼과 맥을 찾아보려는 시도를 담은 희곡 '검은새'를 집필한 인물. 정씨는 한무를 통해 은류로 맥을 이어온 한국 전통무사의 형상인 '지킴이'를 보았다.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는 출연자 전원이 6개월이상 한무의 지도로 전통무예를 익힌 후 '지킴이'를 창단 기념 작품으로 무대에 내세워 85년 서울연극제, 백상연극제에서 잇따라 연출상을 휩쓸었다.
수벽치기의 재현을 위해 20여년 동안 한 길만을 걸어온 수벽치기 전인 '한무' 육태안(43)씨. 그에게 무예는 생활이자 역사이고 사명이다.
국교 6년때 건강해지겠다는 욕심만으로 합기도와 가라테도장을 전전한 그는 대학 2년때 기천과 인연을 맺으면서 무예 외길인생을 걷게 됐다. 대학원에 입학한 뒤부터는 계룡산에 입산, 산중무술을 찾아 헤매었다.
86년 육씨는 무형문화재 택견의 전수자인 고 신한승 옹을 만났다. "무예에서 발동작이 없는 손질이란 상상할 수도 없다"는 사실과 "나이가 들면서 고수가 되면 음의 성질이 강한 발질은 오히려 독이 된다"는 두가지 사실을 두고 뿌리를 찾던 두사람의 지킴이가 만난 것.
택견발굴과정에서 발질위주인 택견과 쌍벽을 이루었을 것으로 생각되는 손질위주인 수벽치기를 찾던 신옹과 '양의 무예'를 찾던 육씨의 만남은 필연이었고 육씨는 "내가 하지못한 수벽치기의 발굴과 재현을 꼭 이뤄달라"는 신옹의 유언을 받았다.
육씨는 이후 신옹에게 수벽치기를 가르쳤던 김일동 선생을 찾아 사사해 마침내 재현에 성공했고 주위사람들의 끈질긴 설득으로 중앙문화센터에서 수벽치기 보급에 나섰다. 우리 것을 찾는 젊은이들을 상대로 10년동안 몇사람의 사범급 제자들을 길러낸 그는 다시 서울을 떠났다. 결국 삼별초의 본향인 제주도로 낙향, 제주도 어린이들을 상대로 '지킴이 꿈나무'를 발굴하는 중이다.
육씨가 재현한 수벽치기는 힘이 감춰진 춤사위 그 자체다. 김덕수 사물놀이패의 사물체조를 비롯, 88올림픽 문화예술축전 때 국립무용단이 공연한 '하얀초상', '8곡병풍', 서정자 발레 '세걸음', 한국무용 홰를 비롯해 김복희,김화숙 무용단의 수많은 작품들이 모두 수벽치기를 모태로 하는 우리의 몸짓이다. 이 때문인지 그의 제자 중에는 이애주 교수, 배우 문성근, 윤석화 등 몸짓으로 표현하는 연극, 영화, 무용계의 유명인사가 많다.
<사진 2> 수벽치기 수련생이 농악의 자반돌리기와 같은 '뒤집기'를 수련하고 있다.
우리가락 3박자가 "힘의 원천"
쿵푸, 유도 등의 근원
'날개짓'은 검술과도 직결
수벽치기란...
수벽치기는 <고려사>에 수박, 수박희, <조선왕조실록>과 기타 고문헌에 수박, 수벽, 수벽타 라는 이름으로 기록돼 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은 <조선상고사>에서 '송도(개성)의 수박이 지나(중국)로 들어가 권법이 되고 일본에 건너가 유도가 되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쿵푸와 유도의 시원은 수벽치기라는 말이다.
이와 관련, 일본의 무예학자인 야마모토 기타이(덴리대학) 교수가 <한국고대의 수박>이라는 논문(덴리대학 학보)을 통해, 마쓰나미 겐시로(센슈대학) 교수가 <격투기의 문화사> 등에서 수벽치기의 근원과 일본무예의 뿌리에 대해 언급, 육태안씨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우리고유의 가락인 3박자를 기본으로 삼고 있는 수벽치기는 위아래(손뼉), 앞뒤, 옆, 가새치기와 산쌓기 동작으로 양의 기를 발동시키며 무예수련에 들어간다.
수벽치기에는 사물놀이처럼 서서하는 것(선반)과 앉아서 하는 것(앉은반)이 있다. 방안에 옹기종기 모여앉아 내기삼아 하던 것이 앉아서 하는 것이다.
수벽치기에선 손을 날개라고 하는 데 날개짓(수벽 8세)은 날개표기, 날개겨누기, 날개접기, 날개치기, 두날개내리기, 한날개내리기, 날개들기, 날개꺾기 등으로 구성된다. 이들 날개짓은 검술과도 직결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수벽 8법으로 불리는 공격기술은 손바닥, 손날(손칼모양), 고드기(손끝), 반날(손날의 반대쪽), 주먹질, 잽이(잡는 법), 찝기(손가락으로 급소를 짚는 것), 쏘기(손가락으로 퉁기는 것) 등이다.
이들 공격기술은 어깨 위쪽의 8군데, 몸통의 5군데 급소를 노리며 발질법도 있는데 배꼽밑으로 낮게 찬다. 또 발뿌리걸음, 황새다리걸음, 뒤꿈치걸음, 울력걸음, 등의 걸음새(발 기본동작)와 발끌어딛기, 제자리 발바꿈질, 뒤집기 등도 발기술에 속한다.
이들 기술은 모두 우리의 전통 몸짓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울력걸음은 처용무이고, 날개짓은 살풀이며, 발차기인 '뒤집기'는 연결동작으로 실시하면 농악의 자반돌리기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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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배달무예 "뿌리캐기"
"민족의 얼 되살렸다" 격려쇄도
<한국의 전통무예> 시리즈를 마치며
전통무예는 소수에 의해 비전돼 온 탓에 일반인은 쉽게 접할 수 없었던게 사실이다. 설사 대중에게 알려졌더라도 일제시대 등을 거치면서 상당부분 말살되기도 했다. 이때문인지 우리의 전통무예가 흔히 중국에서 흘러온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심지어 각종 무예를 연마한 사람들조차 이같은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통무예 뿌리는 우리의 배달무예에서 나왔다는 것이 뜻있는 무예연구가들의 주장이다.
중국의 유명한 무술가 만뢰성은 <중국내외공총회>에서 "우리 무술은 언제, 누구에 의해 창시되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주, 진대에 시작돼 진 말기에 번창하였다"고 밝히고 있다. 중국조차도 시원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 조상이 누비고 살았던 지금의 중국대륙. 무예연구가들은 오랜 옛날 우리의 조상들이 한족에 영토를 넘겨주기 전에 뿌려놓은 무예가 조금씩 변형되면서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동양무예는 곧 동이무예에 다름아니라는 것이다. 지난 11월부터 4개월여동안 기획된 중앙일보의 전통무예시리즈는 이같은 인식의 바탕위에 언론사상 처음으로 시도됐다.
각 무예 고수들의 협조와 독자들의 높은 관심에 새삼 놀라기도 했었다. 택견의 이용복씨는 "중앙일보의 시리즈는 우리의 무예를 새로 조명하고 민족의 얼을 무예에서 찾는 첫 시도로 역사성을 담고 있다"고 말했고, 경당의 임동규씨는 "누구든 해야 할 일을 언론에서 시작해 한국혼을 환기시키는 역할을 했다"는 등 무예계의 격려가 쏟아졌다.
독자들의 격려도 쇄도해 시리즈가 나갈 때마다 적잖은 부담을 느꼈던 것도 사실이다. 또한 회전무술 등 이번 시리즈에서 다뤄지지 않은 다른 무예계에서의 성원도 있었다. 이같은 격려와 성원 속에 전통무예 시리즈를 끝냈다. 첫시도에 따른 아쉬움과 부족함도 많았지만 그동안 시리즈에 많은 조언을 해준 무예연구가와 고수, 아낌없는 성원을 보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