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예술극장3관에서 극단 위드프로덕션의 곤도 히로미츠 작, 이왕구 각색/연출의 <사랑을 하고도>를 보고
공연명 사랑을 하고도
공연단체 위드 프로덕션
작 곤도 히로미츠
각색/연출 이왕구
공연기간 2013년1월11~2월3일
공연장소 대학로예술극장3관
관람일시 2월2일 오후7시
대학로예술극장 3관에서 극단 위드프로덕션의 곤도 히로미츠 작, 이왕구 각색/연출의 <사랑을 하고도>를 관람했다.
이 연극은 죽은 약혼녀의 영혼을, 영매사(靈媒師)라는 영혼 매개사(媒介師)의 주술(呪術)로, 잠시 다시 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과정을 그린 연극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굿을 통해 무당이 그 역할을 한다. 특히 오구굿은 사람의 죽은 영혼을 저승으로 천도하기 위하여 하는 굿으로, 죽은 영혼을 주관해 저승길로 인도해 주는 오구 신(神)에 대한 제의(祭儀)다.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 지방에서 두루 불리는 명칭이며, 경기도 지방의 <진오귀굿>, 함경도 지방의 <망묵굿>, 전라도 지방의 <씻김굿>이 이에 해당한다. 보통 죽은 사람 개인을 대상으로 지내지만 여러 명을 한꺼번에 집단 위령제(慰靈祭)의 형식으로 지내는 경우도 있다.
죽은 사람의 상황에 따라 사후결혼식(死後結婚式)이 행해지고 물에 빠져 죽은 경우에는 넋을 건지는 굿을 한 다음에 일반 오구굿 형식으로 진행되기도 한다. 경상도에서는 사후결혼식이 빈번하고, 씻기는 의식이 약한 데 비하여, 전라도에서는 고를 풀고 씻기는 의식이 중요시되는 등 근본적으로 같은 구조적 특성을 지니면서도 지역성을 강하게 지닌다. 서사무가(敍事巫歌)에서는 <바리데기>를 부르고, 죽은 영혼이 저승으로 가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오구굿의 의미는 첫째, 죽음에서 발생한 부정을 가시게 한다는 것이며 둘째, 죽은 영혼을 이승과 분리시켜 저승으로 보내서 빨리 안주시킨다는 것이다. 죽은 영혼이 이승에 한(恨)을 남기지 않고 저승으로 천도되어야 죽은 사람 자신이 편안하며 산 사람에게 탈이 나지 않는다는 믿음으로 오구굿을 행한다.
서양에서는 심령술사(心靈術師 a (psychic) medium, a psychic)나 주술사(呪術師 magician, sorcerer)가 제의(祭儀)를 대행한다.
무대는 일본식 다다미방이 아니라 아파트의 거실모양으로 만들어놓았다.
배경 막 가까이 방벽에 그려놓은 여인의 초상화와 오른쪽 벽에 걸린 추상화, 그리고 왼쪽 벽에 돌려놓은 캔버스는 이 집 주인이 화가가 아닌가를 생각하게 되지만 직업은 새로 개발한 핸드폰 제품을 홍보와 연관된 일을 한다.
침대, 의자 탁자, 소형 장식장이 배치되어 있고, 무대 오른쪽에 등퇴장 로가 있다.
연극이 시작되면 영매사가 등장하고, 집주인인 젊은 남자와의 대화에서 남자의 약혼녀가 결혼을 며칠 앞두고, 10일전에 교통사고로 사망을 했는데, 그녀를 잊을 수가 없어, 그녀의 영혼과 잠시라도 접할 방법을 찾기 위해, 영매사를 초청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런데 영매사가 신출내기인데다가 터무니없는 고가로 값을 부르는가 하면, 그것도 선불조건이지만 사랑하는 약혼녀의 영혼을 접할 수 있다는 일념으로 남자는 순순히 응한다. 영매사의 주술(呪術)이 시작되고, 영매사의 눈에 약혼녀가 먼저 들어온다. 약혼녀는 영매사에게 터무니없는 고가를 부른 것을 힐책한다, 약혼녀는 자신의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줄 터이니, 남자에게 돈을 돌려주라고 부탁한다. 영매사는 마지못해 수락을 한다. 향후 영매사와 약혼녀, 그리고 남자가 주술에 따라 현실에서의 영적결합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펼쳐진다. 남자가 약혼녀와 만나게 된 동기도 소개된다. 남자는 성격이 여성처럼 수줍고, 신체도 허약한 편이라, 우선 허약한 신체부터 건강하게 만들어야, 영적결합이 용이해진다는 영매사의 말에 운동에 전념한다. 약혼녀도 함께 운동에 들어간다. 영매사는 영혼을 접할 수 있는 기간이 불교에서의 49재처럼 그 기간 안에라야 이루어진다며, 10일전에 교통사고로 죽었으니, 남은 39일 동안에 영적결합을 위한 수련을 계속하라고 독려하고, 자신의 집에 다녀올 때마다 부적(符籍)을 들고 와서는 남자에게 고가로 파는 등 인생의 목표가 돈임을 들어내기도 한다. 39일째 되는 날, 드디어 남자는 약혼녀와 의사소통을 하게 된다. 견물생심(見物生心)이라고, 남자는 약혼녀의 음성만 듣는 것이 아니라, 모습도 보기를 간절히 원한다. 그러나 기일이 마감일인데 어쩌랴? 헌데 영매사가 달력을 들춰 보이며 금년이 윤년이라, 하루가 더 남아있음을 알린다. 그리고 약혼녀를 직접 눈으로 보기 위해서는 남자의 수줍고 머뭇거리는 성격도 청산해야 한다고 이른다.
마지막 날, 남자는 연단 앞에 서서 안간힘으로 자신에 관한 프리젠테이션(presentation)을 눈물범벅 땀범벅이 되어 하기 시작한다. 처음에는 떠듬거리고 힘겹게 펼치다가 약혼녀의 응원과 혼신을 다한 열정과 노력으로 남자의 어눌했던 말씨가 차츰 또박또박하게 이어지고, 드디어 유창한 소리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온다. 객석에서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온다. 오! 과연... 남자의 눈앞에 꿈에 그리던 약혼녀가 소복(素服)을 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다가가 손을 꼭 마주잡는다.
대단원에서 영매사는 두 사람의 지고지순의 사랑을 접한 후, 자신의 목표가 돈이 아님을 행동으로 밝히듯 영매수고비를 받지 않고 떠나가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사랑을 하고도>는 곤도 히로미츠의 희곡 <달은 오늘도 날 내려다본다,>를 제목을 바꿔 공연한 연극으로 희극이면서 아름답기도 하고 감동적이다.
차경호와 김상태가 영매사, 정재훈, 이희석이 남자, 김경선, 이주빈이 약혼녀로 각기 더블 캐스트로 출연해 호연으로 관객의 갈채를 받는다. 영매사로 출연한 김상태의 연기는 인상적이고 기억에 남는다. 위드프로덕션의 차기작과 이왕구 연출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2월3일 박정기(朴精機)
첫댓글 좋은 작품 소개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시간을 놓쳐서 아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