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마처세대의 딜레마
신생아 출산율이 0.78%로 전 세계 최하위를 차지하고 있는 대한민국이다.숫치상으로 대부분의 부부들이 한 자녀조차 출산을 하지 않고 있다는 통계이니, 인구는 시나브로 쪼그라들 처지의 대한민국이다.부부들이 어린 자녀들의 출산을 망설이고 있으니 어린이 집이,초등학교 등이 출생율의 저하에 따라 사라지거나 쪼그라질 운명에 처한 것이다.그러한 사회적 현상을 증거라도 하려는 것일테다. 내가 매일 출근하다시피 하는 등산길 들머리 근처의 'H 어린이 집'이 문을 닫았다. 1년여의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거쳐 심기일전을 하려나 여겼더니,아예 어린이 집의 간판을 내리고 요즘 잘 나간다고 하는 노인들의 저승 대기실인 요양원으로 갈아 탄 것이다.
새로 태어나는 인구는 점점 줄어들어 어린이 집을 비롯하여 초등학교 등의 교육시설은 이렇게 존폐의 기로에 서 있는 즈음이다.문명의 혜택으로 위생시설의 비약적인 발달과 의학의 발전은 인간 수명의 연장으로 이어져 노인들이 사뭇 불어났다.출생율의 저하로 어린이 집을 비롯하여 초등학교 등이 존폐의 시기를 견뎌내고 있다면 수명이 불어 숫자가 증가한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은 호황장세다.수요가 줄어들면 공급도 줄어들게 마련이고,수요가 늘게 되면 공급이 불어나게 되는 경제 논리가 이곳에서도 이미 작동되고 있는 것이다.
어린이 집에서는 방과 전후를 막론하고 밝은 기운이 온종일 느껴진다.리모델링 공사를 하기 전의 누런 바탕의 외벽에서조차 그러한 기운은 항시 가시지 않았으며,방과 후의 텅빈 건물에서조차 어린이들이 재잘거리며 떠들고 웃는 긍정적인 여운이 가시지 않고 온종일 은은하게 남아 있었던 거였다.그러나 1년여의 공사를 거치고 새롭게 단장한 요양원 건물에서는 밝은 기색은 고사하고 따사로움조차 느껴지지 않는,다소 어둡고 우울한 적막이 가득한 거였다. 흑갈색과 백색,그리고 검은 색 등의 색상으로 외벽을 새롭게 단장한 건물은,백색은 의사의 흰 가운이 연상이 되고, 검은 색 바탕은 우울,비탄,슬픔 등 부정적인 느낌이 감도는 거였다.
노인들을 위한 요양원이면 저승 대기실이나 다름 없을 터,부러 저승 대기실 티를 낼 이유는 더욱 없지 않은가.대개 노인들은 화려한 색의 바탕색을 좋아한다는 통계를 접한 적이 있다.늙으면 다시 어린 애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도 들은 것 같다.울긋불긋 화려함으로 치장을 하려 하거나 백발을 새카맣게 염색을 하여 늙음을 애써 커버하려는 무의식은 동심의 노스탤지어를 의미한다고도 했다.요양원 같은 노인들의 시설도 어린이 집처럼 밝게 꾸밀 수는 없었을까. 어린이 집에 대한 수요는 역설적으로 어린이 양육의 어려움과 안락한 삶을 위한 개인주의가 낳은 시대적 산물이다.
농경사회 위주의 대가족 사회 구조에서는 불요불급한 시설이었겠지만 생활환경이 산업사회로 바뀌면서 가족의 행태는 소가족의 가족구조로 순식간 바뀌게 됨으로써 어린이 집에 대한 수요는 자연스레 증가하게 된 것이다.어린이 집에 대한 수요는 개인소득이 증가하면서 시나브로 거품이 빠지듯이 사그라들기 시작한다.산업사회가 가져온 풍요로움과 개인주의가 빌미일테다.거름이 넉넉하고 자연 환경이 안락한 기름진 풍토에서는 많은 숫자의 열매를 얻지 못하는 법이며,적은 숫자의 열매라도 넉넉하게 삶을 즐기고 후손을 안전하게 양육할 수 있기 때문이다.출산 개체수가 적은 먹이사슬 상위층과 개체수가 부지 기수인 먹이사슬 하위층의 출산율 비교를 따져봐도 단박에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척박한 박토(薄土)에서는 열매가 수없이 열리지만 기름진 옥토(沃土)에서는 열매가 상대적으로 적거나 열리지 않는 법이다.부유한 국가일수록 인구가 정체되거나 줄어들고, 가난한 나라일수록 인구가 점점 늘어나는 이치도 이와 같은 현상을 대변한다.어쨌든 신생아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노인은 시나브로 불어나는 시대에 놓여 있다.마처세대를 아는가? 마지막으로 부모를 부양하고 처음으로 자녀에게 부양받지 못하는 세대를 일컫는 신조어다.어린이 집은 언감생심이었던 세대라고 하지만 마처세대들 대부분은 요양원 신세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을 테다. 마처세대들이여,수복강녕(壽福康寧)하시라!! (2023,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