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8월 10일 금요일
휴- 이번 여름은 무척 덥다. 우린 95년생이어서 겪어보지 못했지만 폭염이 40일이나 계속되었다던 94년 여름! 어른들은 올 여름이 그 해만큼 덥다고 하신다. 결국, 이번 여름이 우리 생애 최초 최고의 더위라는 뜻이다. 엄마들은, 우리를 임신하고 입덧과 최악의 더위에 많이 시달렸다는 그 94년 레파토리를 자꾸 반복해서 들려 주신다. 우리도 두고두고 올 여름을 기억할 거다. 습기와 땡볕, 올림픽, 박태환, 보충수업,전지현의 '썅년' 을 두고두고 기억하겠지.
오늘은 보충 마지막 날이다. 8교시까지 꽉 차게 수업을 듣고 그랬던 때에 비하면 혼자 공부해야 하는 시간이 많았다. 방학하자마자 집에 배달된 성적표를 생각하며 그리고 300여일 뒤의 우리 모습을 그려보며 나름 열심히 공부했다. 늘 계획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어서 집중을 못하고 흘려 버린 시간도 있었고, 새벽 3시에 축구보는 미친 짓도 했고, 뭔가 답답해서 머리카락을 튀기고 다리며 기분 전환이라는 이름으로 한 나절을 쓴 적도 있다. 그렇게 때로는 이기고 때로는 지면서 자신과의 싸움을 했는데, 어느덧 훌쩍 3주가 지나가 버리다니.....
마녀는 방학 중에 논술 특강이 있어서 오후 수업만 있었다. 우리 중 몇몇만 마녀의 수업을 들었고, 조례와 종례도 김정림 샘이 했다. 그래도 아침에 교실에 도착해 보면 창문이 다 열려있고 공기 중엔 마녀가 뿌린 향수 냄새가 떠돌 때가 많았다. 화이트 보드에 마녀의 사인이 그려져 있기도 하고...... 우리가 여전히 마녀의 레이더망 안에 있다는 걸 알리려는 걸까? ㅋㅋ 우린 마녀 없이도 교실 바닥에 휴지 한 조각없이 잘 관리하며 지냈는데.....
우정원에서 사진을 찍고 피자헛으로 몰려가 쫑파티를 했다. 고생한 우리들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2학기 때 더 잘하라는 은근 압력이기도 하다. 즐겁게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떨었다. 중국 여행, 간부 수련회, 신길동 매운 짬뽕, 귀신 얘기, 예쁜 병 모으는 얘기, 다이어트, 통영 살인 사건, 마녀의 요리 얘기, 8월 24일 모의고사 얘기, 영어 공부, 미술 학원 다니게 된 얘기, 올림픽, 심지어 군대 얘기까지 두서없이 화기애애하게 웃고 떠들었다. 2학년이 시작되기 전 겨울방학 보충 쫑파티 때는 서로 서먹서먹해서 얘기도 없이 꾸역꾸역 피자만 먹었는데 오늘은 세월을 실감할 수 있는 따뜻함과 편안함이 있었다. " 2차는 마녀 집에서 하자"는 수진이의 터무니없는 요구에 마녀가 대답 대신 서둘러 자리를 뜨려 했고, 우린 팬미팅 현장의 사생팬처럼 일제히 "어- 어- 가지 마요" 어리광부렸다. 마녀는 "야, 창피해. 무슨 짓이야? 닥치지 못해?" 그렇게 빵 터트리고 자리를 떴다.
우정원에서 나눠준 마녀의 편지! 그 내용대로 이제 또 새로운 시작이다. 책상 서랍도 뒤집어 정리하고 머리도 깨끗이 다듬고 그러면서 의지를 다져야 한다. 함께 기대고 서로 도와가며 가을 , 겨울을 지내고 나면 우린 또 어떤 자리에 서있을까? 용기 잃지 말고, 새 마음으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