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줄잇는 ‘공개 자퇴’ 왜?
파이낸셜뉴스 | 입력 2011.11.17 17:06 | 김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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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고려대·연세대 등 일명 '스카이(SKY)' 대학으로 불리는 한국 최고의 명품 대학이 불합리하다며,
공개적으로 자퇴를 선언하는 학생들이 이슈가 되고 있다.
지난해 3월 고려대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씨(25)가 첫 공개 '자퇴선언'을 했고,
지난달 서울대 사회학과 3학년 유윤종씨(23)에 이어
연세대 신문방송학과 4학년 장혜영씨(24)도 지난 15일 공개 자퇴를 알리는 대자보를 붙이고 학교를 떠났다.
17일 대학가에 따르면, 외국에서는 스티브 잡스나 빌 게이츠 같은 세계적인 경영자들도
대학 1학년 때 명문대를 버리고 자퇴한 뒤에 창의적인 정보기술(IT) 사업 분야에 뛰어들어 성공한 사례가 많았지만,
아직 '학벌주의'에 매몰된 한국에서는 명문대 자퇴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은 진리 추구의 전당이어야 할 '상아탑'이 취업학원, 자격증 취득소, 경쟁식 기업화, 서열화되고 있는 문제점 등과
함께 연간 최고 1000만원대에 달하는 학비를 대기 위해 허덕여야 하는 현실 등을 개탄하는 목소리를 내고 떠났다.
연세대 자퇴생인 장씨는 졸업을 앞둔 4학년이라는 점에서 이번 공개자퇴가 더 안타깝게 여겨지고 있다.
장씨는 경기 하남시 한국애니메이션고를 졸업하고, 2006년 실업계 특별전형으로 연세대에 입학했다.
성적이 우수해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우등생이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장씨는 "딱딱한 학벌 폐지론자가 아니라, 단지 자유를 더 소중하게 생각해 자퇴를 결심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 "시 한 줄 읽을 여유가 없는 학우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장씨는 마지막으로 캠퍼스에 남긴 '공개 이별 선언문'에 'ALL YOU NEED LOVE(당신에게 필요한 것은 사랑뿐)'라는
문구와 함께 프랑스에서 가져왔다는 낙엽을 붙여 글을 맺었다.
고려대 자퇴생 김씨는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멩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떡없을 것이다"라는
문구를 남기고 학교를 떠났다. 그는 "학비 마련을 위해 고된 노동을 하고 계신 부모님이 눈앞을 가린다. 죄송합니다"
라며, 부모에 대한 불효를 언급하기도 했다.
청소년 인권보호 운동을 해온 서울대 자퇴생 유씨는 대학 서열화와 입시 위주의 교육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유씨는 대자보에서 "대학 서열화나 입시 문제는 대학 교육에도 악영향이 있으며, 등록금 문제도 서열화 및
초과수요 문제와 깊은 인과관계가 있다. 사회에서의 학력·학벌 차별 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고, 저항하고 싶다"고
자퇴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요즘 설문조사 보조, 언론 모니터링, 인권 강연 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비를 벌고 있다.
유씨는 자신을 비판하는 것을 두고 "자퇴는 문제의식을 던지는 방식이다.
당장은 바뀌지 않아도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판이 커지고, 변화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