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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기기의 성능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화면이 작다는 것은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그렇다고 화면을 마냥 크게 만들 수도 없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서 보던 영상을 TV처럼 큰화면에서도 볼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눈길을 끌고있다. 가장 쉽게 큰 화면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노트북에 HDMI 케이블을 꽂아 큰 모니터와 연결해서 쓰는 것이다. 노트북은 물론이고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대부분 HDMI나 MHL 케이블을 이용해 외장 디스플레이에 화면을 전송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를 무선으로 처리하는 기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가장 많이 눈에 띄는 기술은 스크린캐스팅 혹은 미러링이다. 미러링은 기기에 떠 있는 화면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을 말한다. 이름 그대로 거울에 비친 것처럼 기기에 뜨는 화면을 다른 곳에 한 번 더 보여주는 것이다. 스마트폰에서 보는 동영상 화면을 TV로, 태블릿에 띄운 발표 자료를 빔 프로젝터로 띄우는 식이다. 미러링은 실시간으로 화면의 픽셀 정보를 그대로 무선으로 전송한다. 하지만 전송 과정에서 약간의 시간차가 생기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는 것이 이 기술의 핵심이다. 꼭 모바일 기기 화면을 그대로 전송할 필요는 없다. 아직도 가장 많은 수요는 영상 콘텐츠를 전송하는 것이다. 이는 화면 정보 전체를 보내는 게 아니라 콘텐츠의 영상 신호를 보내거나 콘텐츠 파일을 스트리밍으로 원격 기기에 보내 디스플레이에서 다시 한 번 재생해서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태블릿으로는 웹서핑을 하면서 TV에서는 동영상을 재생하는 것이 가능하다. 초기에는 제조사마다 자체 기술을 개발해 쓰기도 했지만, 나라마다 사용할 수 있는 주파수가 다르고 가격에 비해 쓸 수 있는 기기들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범용 주파수를 활용한 몇 가지 기술로 정리되는 추세다. 특히 전 세계 공통으로 쓰는 무선랜의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서 더 많은 정보를 보낼 수 있게 됐고, 반응 속도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2.4GHz, 5GHz대 무선랜 신호를 활용하는 것이 주된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와이파이 미라캐스트(WiFi Miracast, 이하 미라캐스트)는 와이파이협회가 만든 무선 영상 전송 규격. 와이파이협회가 무선랜 신호를 통해 화면을 전송하기 위해 발표한 기술이다. 모든 모바일 기기에는 무선랜 장치가 들어가고, 엔비디아를 비롯해 프리스케일, 텍사스인스투르먼트, 퀄컴, 마벨 등 스마트폰과 관련된 기업들이 이 협회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에 기술 도입도 매우 빠른 편이다. 컴퓨팅 기기와 디스플레이가 직접 와이파이로 연결될 수도 있지만, 공유기나 라우터 등으로 하나의 네트워크로 묶인 환경 안에서는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거리나 공간의 제약이 별로 없다는 장점이 있다. ![]() 기본적으로 미라캐스트는 모니터와 스피커에서 나오는 화면과 소리를 압축해 무선랜으로 보내고 수신기에서 이를 다시 풀어 화면에 띄워주는 방식의 스크린캐스팅 기술이다. 현재 미라캐스트는 IEEE802.11n을 기준으로 1080p, 그러니까 1920×1080의 영상을 전송하고 사운드 역시 16비트 48kHz 스테레오 무압축 신호, 혹은 AC3로 압축된 5.1채널 사운드를 전송한다. 영상의 품질이나 속도는 무선랜의 속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데, 현재 미라캐스트가 쓰는 IEEE802.11n에 비해 4배 이상 빠른 IEEE802.11ac 규격의 무선랜이 보급되고 있기 때문에 해상도가 4배 높은 4k 규격의 UHD 영상을 전송하는 것도 기술적인 토대는 마련돼 있다. 와이파이협회가 새 규격을 내놓기만 하면 된다. 특히 구글이 이 미라캐스트를 표준 무선 전송 규격으로 지정하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에 기본 기능으로 넣으면서 빠르게 퍼져나가고 있다. 안드로이드에는 4.2 젤리빈부터 설정 메뉴에서 ‘무선 디스플레이’라는 이름으로 미라캐스트가 적용돼 있다. 기기에 따라 미라캐스트를 넣지 않은 것도 있지만, 대체로 안드로이드 기기는 미라캐스트를 기본으로 활용한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아직 호환성이 문제로 꼽힌다. 기기에 따라 잘 붙지 않는 경우가 많다. 초기에는 A 회사의 모니터에는 A 회사의 스마트폰만 연결할 수 있었고 그나마도 특정 한두 가지 제품만 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점차 범용 기술로 꼽히면서 호환성이 빠르게 개선됐고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4.4 이후 기기들은 와이파이 협회의 미라캐스트 인증을 받도록 해 기기를 가리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하고 있다. 요즘 나오는 고급형 스마트TV에는 미라캐스트 수신기가 아예 들어간 채로 출시되는 경우도 흔하다. 미라캐스트가 자주 입에 오르내리지만, 사실 무선랜을 이용한 화면 캐스팅은 인텔의 ‘와이다이’(WiDi)가 더 먼저다. 와이다이는 인텔이 노트북을 위해 직접 만든 무선 전송 기술이다. 무선랜 신호를 쓰는데, 수신부쪽에는 자그마한 동글이나 셋톱박스를 연결한다. TV나 모니터에 직접 수신기를 넣어서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와이다이는 연결된 이후에는 노트북과 디스플레이를 HDMI로 연결한 것과 똑같이 작동한다. 똑같은 화면을 전송하는 미러링은 물론이고 TV 디스플레이를 보조 보니터로 쓸 수 있는 확장 디스플레이 모드로도 쓸 수 있다. 방에서 노트북으로 문서 작업을 하면서 거실에 있는 TV에 동영상을 틀어줄 수 있다. 도달 거리 역시 무선랜 신호가 닿는 범위와 같기 때문에 일반적인 가정에서는 범위가 자유롭다. ![]() 연결은 인텔의 무선랜카드를 이용하는데 수신기와 노트북, 태블릿 사이에는 ‘와이파이 다이렉트’를 이용한다. 와이파이 다이렉트는 무선랜카드가 공유기 같은 액세스포인트를 거치지 않고 기기끼리 직접 무선랜 신호를 통해 통신하는 것을 말한다. 공유기 없어도 디스플레이에 직접 화면을 쏠 수 있다는 뜻이다. 와이다이는 영상을 압축해 무선랜을 통해 전송하고 수신기가 이를 풀어내는 방식이다. 미라캐스트와 겉으로 보기에는 똑같다. 초기에는 720p 해상도만 전송할 수 있었지만 점차 압축 효율을 높여 2세대에서는 1080p 해상도를 냈고, 3세대 제품은 3D 영상도 전송할 수 있다. PC에 쓰기 위해 만든 기술인 만큼 반응 속도를 낮추는 데도 노력을 했다. 이 와이다이는 최근 와이파이 미라캐스트와 통합되고 있다. 완전히 같은 기술은 아니지만 원리는 비슷하기 때문에 와이다이를 쓸 수 있는 기기들은 미라캐스트도 쓸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미라캐스트 이후 인텔도 와이다이를 언급하는 빈도가 줄어들면서 서서히 하나의 기술로 합쳐지는 분위기다. 애플은 무선 전송 기술도 독자적으로 쓴다. ‘에어플레이’(AirPlay)라는 기술이다. 에어플레이는 기본적으로 애플TV 셋톱박스를 활용한다. 역시 무선랜을 이용해 화면을 전송하고 맥을 비롯해 아이폰, 아이팟, 아이패드 등 무선랜을 쓸 수 있는 애플의 모든 기기와 연결된다. 에어플레이는 두 가지 모드로 작동하는데, 화면을 그대로 미러링해주는 스크린캐스팅 뿐 아니라 콘텐츠만 전송하는 것도 된다. 앱이 이를 판단해 적절하게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키노트를 에어플레이로 전송하면 빔 프로젝터나 TV에는 발표 내용이 보이고, 애플 기기 화면에는 대본이나 메모 등이 보이도록 할 수 있다. 영상이나 음악은 스크린캐스팅이 아니라 콘텐츠로 전송하기 때문에 화질 열화가 없다. 유튜브나 넷플릭스는 아예 애플TV가 직접 서버에서 받아서 재생하도록 주소만 전송해준다. 기기에 담겨 있는 로컬 콘텐츠는 영상 외에도 음악 신호만 보낼 수도 있어 애플은 에어플레이를 활용한 무선 공유기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애플의 기기만 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다. 대신 애플은 에어플레이 수신 기술을 라이선스해 윈도우 화면에 아이폰 화면을 띄우는 소프트웨어 등을 만들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 현재 가장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무선 콘텐츠 전송 기술은 ‘DLNA’(Digital Living Network Al-liance)다. DLNA는 소니를 중심으로 모인 디지털가전네트워크협회의 약자인데, 이게 아예 기술 이름으로 자리잡았다. 2003년에 처음 만들어진 기술로, 2013년 기준 1만8천여종 기기가 DLNA를 활용할 만큼 대중화돼 있다. DLNA는 콘텐츠 파일만 전송하는 방식이다. 같은 네트워크 안에 물려 있으면 기기들끼리 서로 인식해 연결할 준비를 하고 있다가 PC나 스마트폰에서 화면을 전송한다는 신호를 보내면 TV로 콘텐츠를 스트리밍한다. TV는 파일을 받아 실시간으로 디코딩해 화면으로 뿌려준다. 반대로 TV가 PC에 접근해 파일을 불러올 수도 있다. 무선 뿐 아니라 유선 네트워크 환경에서도 쓸 수 있다. 현재 나와 있는 스마트TV들, 그러니까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TV는 모두 DLNA가 된다고 보면 된다. ![]() 구글이 내놓은 크롬캐스트는 콘텐츠를 TV로 전송하기 위한 자그마한 동글이다. HDMI 단자에 꽂으면 작동하는데, 안드로이드 기기나 크롬북, 심지어 크롬 브라우저에서도 크롬캐스트를 쓸 수 있다. 화면을 직접 스크린캐스팅해주는 것은 아니고 콘텐츠를 전송해 주는데, 그것도 로컬 콘텐츠보다 클라우드에 올라와 있는 콘텐츠를 주로 다룬다. 애플TV에서 미러링만 뺐다고 보면 비슷하다. 대신 값이 35달러로 매우 저렴하다. 리모컨은 당연히 모바일 기기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다가 이를 TV에서 보고 싶으면 크롬캐스트로 주소를 전송해 크롬캐스트가 직접 유튜브에 접속해 TV에 영상을 띄워준다. 이는 넷플릭스를 비롯해 구글플레이에 등록된 콘텐츠에도 활용할 수 있다. 크롬 브라우저 역시 보던 페이지를 그대로 전송할 수 있다. 최근 크롬캐스트는 업데이트를 통해 채널을 늘리고 안드로이드폰에 들어 있는 로컬 콘텐츠를 스트리밍하는 기술도 선보이면서 점점 기능을 확장하고 있다. ![]() 발행2014.0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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