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래가 사라진 바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나요?
제주 남방큰돌고래 주요 서식지 한복판에 추진되고 있는 대정해상풍력발전단지 지구 지정에 대한 행정절차가 여러 우려에도 불구하고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다. 2026년 4월 7일 핫핑크돌핀스 사무실에 찾아온 제주도 에너지산업과 담당자들에게 저희들은 대정해상풍력발전사업을 현재 계획 그대로 추진해서는 절대 안 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했습니다.
그중 하나로 핫핑크돌핀스가 제주도 해상풍력 담당자들에게 제시한 것은 현재 가동중인 제주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주변에서 남방큰돌고래가 발견되지 않는다는 사실이었습니다. 해양음향공학 전문가인 최지웅 한양대학교 해양융합공학과 교수가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KETEP)의 지원을 받아 수행한 ‘해상풍력 단지 해양공간 환경 영향 분석 및 데이터베이스 구축(2020~2024)’ 연구 결과를 보면 제주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주변에서 남방큰돌고래의 음향 신호(휘슬음, 클릭음)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즉 연구팀은 제주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의 주변 해역 음향조사를 통해 남방큰돌고래의 출현을 조사하고자 했으나 몇 년간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주변 해역에서는 남방큰돌고래의 음향 신호가 탐지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연구의 결과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해상풍력 환경정보 플랫폼 https://owp.kei.re.kr/storymap/mammalia.do 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해당 연구는 해상풍력 발전단지 주변 수중에 음향 시스템(수중의 소리를 녹음하는 ‘수중청음기’와 이를 저장하는 ‘저장장치’)을 매어놓고 수중에서 발생하는 모든 소리를 녹음해 그 중 해양포유류가 발생시키는 신호만 탐지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서남해해상풍력발전단지 주변에서는 해양포유류인 상괭이가 발생하는 음향신호가 발견된 반면, 제주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주변에서는 남방큰돌고래의 음향 신호가 전혀 검출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은, 제주 연안에서 자주 발견되는 남방큰돌고래가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 주변 해역에서는 해상풍력발전기가 만들어내는 수중 소음과 진동 때문에 해상풍력발전단지 주변으로 남방큰돌고래가 접근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해양수산부 산하 국립 고래연구소의 조사에 의하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제주 한림읍 앞바다는 제주 남방큰돌고래들이 매우 자주 발견되는 주요 서식지였습니다. 그러나 이 해역에 대형 선박들이 자주 드나들고, 한경면 연안에 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고, 한림읍 연안에도 한림해상풍력발전단지가 들어서면서 남방큰돌고래들은 더 이상 이 해역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해안선으로부터 일반적으로 약 4km 정도까지의 바다가 주요 활동 해역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6년 제주 해양수산연구원이 발간한 '보호대상 해양생물인 남방큰돌고래 생태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남방큰돌고래는 "제주 연안 2~3km 해역에서 발견되고, 때로는 연안 4km 밖에서도 무리를 지어 섭이활동 행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49쪽) 라고 적혀 있습니다.
그런데 제주도는 이렇게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활동 해역인 연안 1~2km에 집중적으로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고 있습니다. 제주 서쪽 연안에 탐라, 한림이 완공된데 이어 현재 제주 동쪽 연안에는 한동평대 해상풍력이 공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제주 구좌읍 한동리, 평대리 역시 남방큰돌고래들의 주요 서식지인데, 앞으로 이 해역 한복판에 대형 해상풍력발전기 18기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원래 제주 바다 전역이 남방큰돌고래들의 활동 구역이었으나 대형 해상풍력발전기들이 제주 연안을 장악하고, 해군기지와 신항만 등의 매립사업도 이어지게 되면서 남방큰돌고래들의 서식지는 급속도로 축소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핫핑크돌핀스는 다시금 묻습니다. 돌고래가 사라진 바다에 대한 책임은 누가 지나요?
대정해상풍력발전사업을 조속히 추진하라면서 사업자 측을 비롯해 일부 주민들과 어민들이 공무원들을 재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들은 제주 바다에서 어업생산량이 줄고 물살이가 사라지는 원인으로 기후위기나 해수온도 급상승 또는 연안오염 등이 원인이 아니라 "돌고래가 물고기를 다 잡아먹었기 때문"이라는 황당한 궤변을 늘어놓으며, 돌고래보다 인간이 중요하니, 빨리 대정해상풍력사업을 추진하라고 일갈하고 있습니다.
보상금 때문에 연안생태계의 가치를 망각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연안이 아니라 먼바다로 나가 부유식 해상풍력을 추진하는 식으로 에너지 갈등을 풀어나가길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