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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신도사도직연구소 세미나
경청 모임 교육 재구성해 개별 교회에서 시노드 체험 이어 가야
지난 10월 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 총회 1회기가 마무리됐다. 프란치스코 교종은 정기 총회에 앞서 개별 교회와 교회 기관 단계의 시노드를 요청했고, 이에 응답해 한국 교회도 교구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본당과 영역별로 경청 모임을 진행했다.
그 결과 “평신도, 수도자, 성직자들이 저마다 자신의 고유한 정체성을 충만하게 실현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닫고”, “더 소통해야 한다”고 성찰했다. 또한 “시노드 정신이 단순한 신학적 개념으로 남지 않고, 생활 방식이자 활동 방식으로 작용하기 위해서는 이 시노드의 여정이 하나의 이벤트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대화와 체험의 공유를 통해 이해와 양성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시했다.(‘세계주교시노드 제16차 정기총회 한국 교회 종합 의견서’)
경청 모임을 진행한 지 1년이 훌쩍 넘은 지금, 교회 구성원 각자는 여전히 시노달리타스(함께 가기) 여정에 있다고 여길까? 4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시노드 체험을 이어 가기 위해 경청 모임 교육 자료를 재구성해 시노드 이후 교육에 활용하는 방안을 논의하는 세미나가 열렸다.
이날 행사는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평신도사도직연구소가 주관하고 한국 천주교주교회의 평신도사도직위원회, 한국천주교 평신도사도직단체협회가 주최했다.
4일 서울 명동 가톨릭회관에서 '경청과 대화를 위한 가톨릭 교육 모델과 적용 가능성'을 주제로 세미나가 열렸다. ⓒ배선영 기자
주제 발표를 맡은 김남희 교수(가톨릭대)는 주교회의와 각 교구가 시노드 1차 단계였던 경청 모임을 위해 만든 교육 자료를 분석하고, 독일 교회 사례를 소개하며, 앞으로 이것들을 어떻게 활용할지 이야기했다.
주교회의 가톨릭사목연구소가 발간한 ‘공동체 경청과 대화를 위한 워크북’은 세계주교시노드에 관한 소개와 각 본당(성당)이나 단체에서 어떻게 모임을 진행할지 양식을 알려 주고 있다. 시노드 문서의 핵심 주제 10개와 주요 질문을 한국 교회 상황에 맞게 재해석해 담았다. 김 교수는 어린이, 청소년, 동반 교사(부모)를 위한 교재를 따로 만든 점을 주목하며, 어린이와 청소년이 참여하도록 한 사목적 배려를 가늠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각 교구가 발간한 교육 자료가 시노드 자료인 ‘예비 문서’와 ‘편람’을 토대로 만들었기 때문에 큰 맥락은 비슷하면서 약간씩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의정부교구 평신도사도직협의회 교육연구분과가 펴낸 ‘교회의 삶과 사명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안내서’는 “평신도가 주체가 돼 시노달리타스와 시노드에 관해 다각적으로 설명하고 시노드 방식의 소모임 교육 방법까지 기획한 교재”라며 눈여겨볼 만하다고 소개했다.
의정부교구는 지난 9월 ‘시노달리타스 지속과 활성화를 위한 경청모임과 나눔 자료 안내’도 선보였다. 김남희 교수는 이를 두고 “본당 시노드 모임의 지속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기획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자료는 의정부교구 경청 모임에서 나온 내용을 토대로 10가지 주제를 제시하는데, 그는 “시노드 이후에도 시노드 여정이 계속되도록 시노달리타스 개념을 재확인”하고, 주제를 지역 교회에 맞게 구성했다고 의미를 설명했다.
시노드 이후에도 교육 자료를 활용하려면 어떻게 재구성해야 할까? 기존 자료는 대부분 시노드 운영팀, 봉사자, 경청 모임 참여자를 위한 것이었다. 김 교수는 교육 대상을 확대해 “한(one) 사람, 몇몇(some) 사람, 모든(all) 사람을 위한 교육 자료를 고민하고 구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용에서도 이론서를 좀 더 쉽게 가공해 워크북과 긴밀하게 연결하면 둘을 따로 찾아보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고 제안했다. 또 경청 모임은 ‘주어진 질문에 답하고 서로는 나누는’ 부분이 가장 많은데, 그는 “이 과정이 수동적”이라며, “구성원이 질문을 만들어 가는 능동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시노드 홈페이지 첫 화면. 시노드 여정에 함께하겠다고 한 1764명 사진이 보인다. 리스트를 누르면 한 명씩 얼굴과 이름을 볼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synodalerweg.de 갈무리)
이어 그는 독일 주교회의 의뢰를 받아 프라이부르크대교구 종교교육연구소가 펴낸 ‘tRU17: 시노드 여정’을 소개했다. 이 교재는 청소년 교사를 위해 제작했지만, 성인 교육에도 활용할 수 있고, 시노드에 관한 여러 신학적 관점과 시노드를 주제로 수업할 다양한 교수법 소개로 구성돼 있다.
교재에 나온 수업 아이디어 가운데 ‘시노드 회원이라고 상상하고 주제를 제안하기’, ‘총회 포럼의 회원들에게 편지쓰기’, ‘시노드 로고를 해석하고 나만의 로고 디자인 만들기’ 등 활동이 있는데, 이는 한국 자료에서 대부분 ‘생각해 봅시다’ 혹은 ‘성찰합시다’라고 하는 것과 대조된다.
또 독일 주교들의 시노드에 관한 의견 대립을 그대로 보여 주고, 학생들이 토론하는 내용도 있다. 김 교수는 “‘tRU17: 시노드 여정’은 다양한 전공의 집필진이 참여했고, 독일 시노드를 옹호하는 입장과 우려하고 반대하는 입장, 쇄신될 것이라 기대하는 입장과 구조적 한계로 실망할 수 있는 입장 등 다양한 의견을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교재가 한국 교회에 어떻게 대화할 것인가라는 방법적 고민을 넘어 ‘무엇’을 경청하고 대화할 것인지 내용에 관한 고민을 던져 준다”고 말했다. 또 시노드는 “명사적 개념이 아니라 동사적 개념”이며, ‘경청, 대화, 식별’에서 ‘경청하기, 대화하기, 식별하기’로 운동성을 드러내고, 체험의 영역임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청소년이 언젠가 다음 세계주교시노드의 주역이 될 것을 염두에 두고 계획했다는 점에서 독일 종교 교육의 치밀함을 엿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논평에서 조성풍 신부(명동대성당 주임)는 실질적으로 시노달리타스 정신을 사는 것에 집중하고, 그 방안을 모색하는 데 김남희 교수의 논문이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우 박사(평신도사도직연구소 부소장)도 발표에 동의하며, “한국 교회 안에 흩어져 있는 시노달리타스에 관한 신학적 글과 경청 모임 워크북을 하나의 교재로 유기적으로 엮어서 모든 교회 구성원을 양성시키는 것을 검토하고 시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질의응답 시간에 한 참가자는 “세미나에 오면 본당 현실과의 온도 차를 느낀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곳에서 아무리 논의가 활발해도, 본당에서는 이와 상관없이 신자들이 ‘시노드가 뭐지?’라고 이야기한다. ‘친교’도 사회에서 쓰는 용어가 아니라 와닿지 않는다”며 실제 본당 현실을 파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른 참가자는 성당에서 자신과 같은 “꼰대가 문제”이니 기성세대가 잘 소통해야 문제를 해결할 확률이 높다며, 기성세대를 위한 경청과 소통 교육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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