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람들이 오고 가는 청량리역 야외 공간에 모여있는 비둘기는 누구를 기다리는지 모여서 서로 얘기를 주고 받는다.
“나는 우리 엄마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야” “나는 우리 아들이 온다고 해서 기다린다” “그러니 난 우리 언니를 기다리는데 엄마가 농사 지은 먹거리를 보냈다지 뭐니” “나도 아빠를 기다리는데 철원에서 농사지은 쌀을 가지고 오신데” “모두모두 좋겠다. 난 말이야 우리 딸이 외갓집에 갔는데 글쎄 저 혼자 온다고 전철을 탔다는 거야 그래서 길 잃을까 봐 마중 나온 거야”
며칠 전 서울에서 개최되는 문학행사에 가느라 춘천에서 itx를 타고 청량리역에서 내렸는데 오늘은 밖으로 나가서 바람 좀 쏘이고 가려고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데 오른쪽 조그만 공원에서 비둘기들이 부르는 거예요. 비둘기들에게 왜 불렀느냐고 물어보았더니 자기네가 청량리역에 나온 이유를 얘기하는 겁니다..
그래 곧 추석이 돌아오니 많은 가족들이 이 청량리역을 통해서 만나고 헤어지겠구나. 비둘기들 참 착하다 미리 이렇게 마중을 나와서 다른 가족들이 든든하겠구나. 그런데 배설물 처리를 잘해주면 더욱 사랑 받는 비둘기가 되지 않겠니? 너희들이 놀다간 자리는 언제나 지저분한 배설물이 있어 우리 인간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단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