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동묘 구제시장을 다녀왔다. 손자 손녀가 요즈음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다는 동묘 구제시장을 가자고 했는데 어제 시간을 맞춰 춘천에서 10시 15분에 출발하여 구 도로로 서울로 가다가 자동차가 신호에 자꾸 걸리기도 하지만 휴일이라 차량이 많아 한번에 신호를 받아 가는 게 쉽지 않았다.
평내 호평에서 고속도로로 들어갔다 천호대교를 건너 서울 동묘주차장에 도착했으나 휴일에는 주차장 영업을 안한다고 하여 다시 돌아 풍물시장 주차장으로 갔는데, 주차장에 들어가려는 자동차에 밀려 꼼짝도 못하고 있다. 손자가 차에서 내려 앞쪽에 가 보더니 차가 열 대도 넘게 줄을 섰다는 것이다. 마침 어떤 아저씨가 지나가면서 앞으로 갈 수 없으니 뒤로 후진해 나가라는 것이다. 내 차 뒤에 세 대의 차가 더 있기도 하거니와 좁은 골목인데다 쏟아지는 인파에 후진은 안 된다고 했더니 그 아저씨 고맙게도 어디에서 물어보았는 지 바로 옆 건물 주차장에 주차를 할 수 있으니 그리로 가는 게 쉬울 거라고 안내해 주어서 내 바로 앞차와 내 차는 좌회전을 하여 그 건물 주차장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문제는 서울에서 만나기로 한 아들을 풍물시장 주차장으로 오라고 했는데 주차장이 포화상태라 "성동공고공용주차장"에 주차하고 풍물시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아들과 손녀까지 합류하여 점심을 먹고 시장 구경에 나섰는데 골목마다 사람에 치여 다닐 수가 없다. 반대로 "동묘" 에는 관람객이 없어 한가하다 못해 쓸쓸하다.
안으로 들어가 사진 몇 장을 찍었다. 더 자세히 보려 하여도 가족과 헤어지면 안되니 거의 눈 밖으로 벗아날 수는 없다. 그래도 보폭이 모두 다르니 가다보면 거리가 멀어진다. 딸과 손녀를 보고 뒤쫒아 갔는데 아이들이 안 보인다. 조금 전 서점에 들렸으니 이곳에서도 서점에 들렸으려나 하고 둘러보아도 없다.
서점을 들여다보는 사이 딸과 손녀는 오던 길로 되돌아 내려간 것이다. 그러니 그 자리에서 딸을 기다려도 만날 수가 없는 것이다. 잠시 후 딸아이 전화가 왔다. "엄마 어디 계세요" "나 서점 앞에 있어" "우리는 바로 동묘 정문 앞에 있어요" 동묘 정문으로 가니 가족들이 모두 모여 있다. "사람 많은 데서는 아이들만 미아가 되는 게 아니다. 이런 인파 속에서 어른들도 서울 길을 모르면 잊어버리기 딱 좋겠다. 엄마는 그래도 서울 길을 잘 알고 있으니 다행이지" 딸이 한바탕 웃으며 "엄마 요즈음은 휴대폰이 있으니까 걱정 한해도 돼요" 한다.
바람이 세차 추운 날씨인데도 시장은 인산인해를 이루는데, 동묘 안에는 10여 명의 관람객이 있을 뿐이고 지난 가을 잎이 떨어진 앙상한 꽃나무는 아직 봄이 멀었다고 손사래를 치며 관람객을 다음에 오라고 속삭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