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궁 앞의 인파
8일 오후의 맑은 날씨 속에 화성행궁일대는 많은 방문객들로 물결쳤다. 제53회 화성문화제 행사를 보기 위해 찾아온 국내외의 다양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이곳 뿐이었겠는가. 화성행궁 광장과 수원천, 연무대, 방화수류정 등 여러 곳에서 함께 행사가 펼쳐졌기에 곳곳이 인파로 넘쳐났다.
10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 동안 치러지는 이번 행사 중 정조대왕 능행차는 서울과 안양, 의왕, 화성, 오산시가 공동 개최한 것이어서 더욱 큰 의미를 느낄 수 있었다. 수원화성축성 220주년을 맞아 소통과 나눔, 인인화락 공감이라는 주제로 정조대왕 능행차를 공동재현한 것이다. 특히 서울 창덕궁을 출발해 배를 띄워 다리를 놓고 한강을 건너며, 시흥과 안양, 의왕, 지지대고개를 거쳐 수원화성에 입성하게 될 정조대왕 능 행차, 당시 동원된 6천 인파의 거대한 행렬을 생각하면 어찌 가슴 떨리도록 설레는 일이 아니겠는가. 그날 이후 처음 창덕궁을 출발하는 능 행차 재현이라고 하니, 수원의 위상을 떠올리게 된다.
신풍루를 찾아 행궁으로 들어간다.
축제 2일차인 바로 어제 8일은'백동수 무과재현'을 보기 위해 행궁안의 낙남헌을 찾았다. 백동수라는 조선최고의 무사답게 그를 바라보는 관중들의 인기도 더없이 뜨거웠다. 낙남헌 뒤뜰의 팔달산자락까지 올라가 마상무예의 용맹과 묘기에 저마다 박수를 보내며 흠뻑 빠질 수 있었다. 그때 파란 가을하늘 아래로 멀기만 하던 광교산이 이날따라 성큼 다가오며, 화성문화제를 함께 즐기려는 듯 보였다.
그렇게 미소의 향기처럼 누워있는 광교산은 특히 형제봉의 모습이 사람의 얼굴과도 같은 형상을 보이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좌우가 서로 다른 두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어 바라다보면 볼수록 그 매력에 잠기지 않을 수가 없다. 어찌 보면 화성을 지켜주는 수호신 같다는 생각도 들며, 저런 신비감을 주는 광교산이 있어 수원이 생길 수 있지 않았을까싶다.
수원(水原)의 이름을 보면 물이 근원이다. 광교산자락의 계곡을 따라 흐르는 물줄기가 만들어낸 동네이며, 실제로 수원의 도심을 가로질러 흐르는 수원천을 비롯하여 원천천, 서호천이 광교산의 혈맥이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광교산을 예로부터 명산이라고들 말한다. 그뿐만 아니라 광교산(光敎山)이름 또한 빛이 가르침을 주는 산이라고 하는 뜻을 새겨보면 더욱 그렇다.
그 유래를 보면 고려태조 왕건이 그 옛날 견훤을 물리치고 이곳 광옥산 행궁에 쉴 때 광채가 일었다는 이야기도 빼놓을 수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그 광채는 그때만 아니라 지금도 피어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오늘날 수원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빛나고 있으며, 수원시가 세계 속의 문화도시로 명성을 전파하고 있는 것도 빛 발함의 근원이 아니겠는가하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
낙남헌 뒤뜰에서 본 광교산
이날도 너무나 선명하게 다가오고 있는 그 빛의 광교산을 보며 혼자 보기 아까워 옆 사람들에게 알려주었다. "저~기 형제봉이 보이시죠! 와불처럼 두 얼굴이 누워있지 않습니까?"하고 물었더니 정말 그렇다며 그들도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광교산의 상서로운 광경을 많은 사람들이 화성행궁을 찾았을 때 이곳에 와서 볼 수 있도록, 위치를 선정해 안내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수원화성과 함께 화성행궁이 광교산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화성행궁 안내소에서도 그런 광교산의 사진과 함께 안내책자에 소개하고, 전망할 수 있도록 위치를 만들어 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이곳을 찾는 국내외 관광객들뿐만 아니라 수원시민들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숨겨진 수원을 다시 알고 즐거워할 수 있지 않을까. 나름대로 마음의 위로를 느끼며 수원에 산다는 것을 행운, 행복으로 여긴다면 좋지 않을까. 미소가 피어나는 저 빛의 산 앞에 숭엄해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곳을 내려오며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각종 체험장마다 어린이들이 왕이다.
행궁 안의 각종 체험 장에서 재미에 몰두하고 있는 수많은 어린이들이 체험도 물론 중요하지만, 잠시라도 내 고장의 이런 광교산의 신비한 모습을 본다면 어떤 상상을 할 것인가. 지역에 대한 사랑과 자연환경을 통해 펼쳐낼 수 있는 이들 꿈의 무대는 무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자체마다 없는 이야기도 꾸며가며 덧붙여 관광객들을 불러들이는 이때, 광교산(光敎山)의 숨겨진 모습을 대내외에 널리 보여주고 소개하는 것은 너무나 필요하고 당연하지 않을까. 수원화성문화제와 함께 화성행궁을 찾고 보니 더욱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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