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범의꼬리.
24.9.24. 대구 수성구 용지봉(630) 산행 때 정상 부근에서 촬영하였다.
이번에도 산사랑님의 도움을 크게 받았다.
1) 활짝 핀 꽃잎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호랑이가 아가리를 크게 벌리고 있는 형상이다.
꽃의 모양은 입술을 닮았다.
윗입술은 둥근 모양이며 아랫입술은 3개로 갈라져 있다.
뾰족하게 생긴 긴 꽃대에서 꽃이 피어나는
모습이 호랑이 긴 꼬리처럼 보여 '꽃범의꼬리'라는 이름을 붙였다.
무서운 호랑이 입과 꼬리를 인용했지만 아름다운 꽃인지라
‘꽃’ 자를 붙여 ‘꽃범의꼬리’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범꼬리'라는 식물은 따로 있다.
범꼬리↓
'꽃범의꼬리'는 작은 꽃 하나 하나를 손으로 밀어 보면
미는 쪽으로 고정되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영어 이름은 ‘obedient plant’다.
‘순종하는 식물’이라는 뜻이다.
꽃이 아래에서부터 위쪽으로 차례로 피기 때문에
개화기간이 무척 긴 식물이다.
꽃말은 '젊은 날의 회상'이다.
2) 꽃이 범의 꼬리와 비슷하기때문에
범의 꼬리에 꽃이라는 글자를 넣은 줄 알았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설명도 있다.
'꽃범'이라는 범이 따로 있다는 말이다.
'꽃범'은 아무르 표범인데 다른 말로 조선표범이라 부른다.
러시아의 게도르바야찌에는 아주 작은 수의 조선표범이
살고 있다고 한다.
조선표범은 호랑이보다 몸 크기는 작지만 더 길쭉하고
가는 몸매를 가졌으며, 대개 고산지대의 바위산에 산다.
이 조선 표범의 무늬는 몸의 위치에 따라 무늬 모양이 다르다.
등 무늬는 커다란 매화꽃 모양이고,
다른부분의 무늬는 이보다 작은 점으로 보인다고 한다.
꽃등심, 꽃미남 같은 단어처럼 접두어 '꽃'을 넣어
예쁜 무늬의 조선표범을 꽃범이라 부를 만하다.
3) 과거부터 한반도에서 표범은 호랑이와 마찬가지로
'범'으로 불려졌고, 민간에서는 표범과 호랑이를
같은 종으로 여기며 표범을 암컷 호랑이로 여기는 경우도 있었다.
민간에서는 호랑이와 표범이 부부라는 말도 있었다.
명확히 구분되지 않은 '범' 또는 '호랑이' 기록의 절반은
표범일 가능성이 있다.
호랑이는 '줄범' 또는 '참호랑이',
표범은 '알락범(매화범)' 으로 구분했다.
호랑이의 가죽인 호피는 두껍고 거칠었다.
덮개나 깔개 정도로나 사용되었다.
표범의 가죽인 표피는 호피보다 가벼웠다.
또 무늬가 아름답고 부드러워서
시장에서 호피의 값보다 높게 책정되어 있었다고 한다.
범 가죽은 그 무늬가 잡귀를 쫓아버리는 신통력까지 지녔다고
사람들은 믿었다.
진짜 가죽은 워낙 사치품이다 보니 그림으로 그리게 되었다.
꽃무늬 표범 가죽을 많이 그린 것은 호피의 줄무늬보다는
꽃무늬 문양이 아름답고 장식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4) 범과 호랑이는 그 연원이 다른 말이다.
범은 순우리말이고 호랑이는 한자어다.
호랑이는 '虎狼이(범 호+이리 랑+이)'로 구성돼 있다.
사람과 가축을 흉폭하게 마구 해치는
범과 여우, 늑대를 통칭하여 호랑이라고 불렀다.
'이'는 명사형 접미사이다.
1930년대 일제의 우리말 말살 정책에 맞서 우리말 표준을 세움으로써
민족어의 기틀을 마련할 필요가 절실했다.
1936년 조선어학회에서 <조선어 표준말 모음>을 내놓랐다.
그때 범이 표준어로 채택됐고, 호랑이는 비표준어로 밀려났다.
비표준어로 분류되면 그 이후에는 말의 세력이 약해지는 게 일반적인 현상이다.
그런데 범과 호랑이 관계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사람들이 범보다 호랑이를 더 많이 썼다.
그 결과 1957년 한글학회에서 펴낸 최초의 국어대사전
<조선말 큰사전>에서는 범과 호랑이를 함께 표준어로 올렸다.
물론 사전 풀이는 여전히 ‘범’이 주된 말이었다.
호랑이는 쓰임새에 차이를 둬
‘범을 특히 사납고 무서운 뜻으로 일컫는 말’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호랑이가 압도적으로 많이 쓰이고
범은 잘 안 쓰는 말이 됐다.
사람들 입에는 호랑이가 더 익숙해졌다.
호랑이를 순우리말로, 범을 한자어로 아는 사람도 꽤 있다.
오랜 시일이 지나면서 '호랑이=한자' 의식은
희박해지고 거의 토박이말인 것처럼 받아들이게 됐다.
5) '호랑이'라는 단어가 여러가지 이유로 '범'보다 더 많이 쓰였다.
'범'은 한 음절로 발음되며, 발음이 짧고 간결하다.
모음이 단순하고 성조 변화가 적다.
호랑이는 세 음절로 구성되어 있어, 길고 리드미컬하게 발음된다.
모음과 자음의 조합이 다양하고, 발음이 보다 강하고 명확하게 들린다.
그래서 방송이나 구어체에서 '범'보다 더 많이 사용된다.
학교 교육과정에서 '호랑이'라는 단어가 사용되었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호랑이'에 더 익숙해졌다.
따라서 교과서, 동화책, 동요에서 '호랑이'가 자주 등장하므로
자연스럽게 '호랑이'가 아이들에게 친숙한 단어로 자리 잡았다.
교육, 문학, 대중매체에서도 범보다 호랑이란 단어가 선호되었다.
툭히 영화, 드라마, 만화, 광고에서 '호랑이'는 용맹하고
강력한 이미지로 나온다.
이에 비해. '범'은 상대적으로 사용 빈도가 적고 덜 익숙하게 느껴진다.
이런 경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심화되었다.
이제 우리는 '범띠' '용띠' 등 사람이 태어난 해를 표시하는
열두 지지(地支)를 이야기 할 때만 '범' 단어를 사용한다.
언어는 시대와 함께 변화한다.
'범'이라는 단어는 과거에 널리 사용되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한자어인 '호랑이'가 더 널리 쓰이게 되었다.
언어적 변화 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6) '무엇' 의 '무엇'. (~의~)
이런 형태의 식물 이름은 1930년대에 식물 이름을 정할 때
일본말 흉내를 낸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닭의장풀'이다. 흔히 '달개비'로 부른다.
일본어 계장초 [鷄腸草]를 어중간하게 번역한 결과
'순우리말(닭)+일본어 흉내(의)+한자어(腸)+순우리말(풀)' 형태가 되었다.
해괴망측하고 요상스런 국적 불명 이름이 탄생한 것이다.
아직도 우리 식물 이름에는 일본 식민 지배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닭의장풀↓
7) 특정 식물 이름 앞에 '꽃'이 들어가는 이유는
주로 그 식물의 꽃이 두드러지거나
특별한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꽃'이라는 단어가 붙는 식물은 일반적으로
꽃이 아름답거나 화려한 경우가 많다.
또, '꽃'이라는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다른 식물과의 구별이 용이해진다.
꽃무릇 꽃며느리밥풀
꽃범의꼬리 꽃잔디 꽃다지
꽃아카시아 꽃고비
꽃사과 꽃향유 꽃봉선화 꽃양배추
주로 식물의 일반적인 형태나 기능보다는
그 식물의 꽃에 주목할 때 사용된다.
예를 들어 '꽃무릇'은 '무릇'과 구별되는 식물임을 명확히 한다.
꽃무릇↓
무릇↑
'꽃'이라는 접두어는 식물의 특성과 가치를 강조하고,
사람들에게 그 식물에 대한 인식을 돕는 역할을 한다.
식물 이름 끝에 '꽃'이 붙어야만
하나의 식물명으로 기능하는 경우도 있다
제비꽃: 제비꽃은 '제비'와 '꽃'이 결합된 이름.
할미꽃: 할미꽃은 '할미'와 '꽃'이 결합된 이름.
나팔꽃: 나팔꽃은 '나팔'과 '꽃'이 결합된 이름으로,
나팔 모양의 큰 꽃을 여름에 피운다.
사철꽃: 사철꽃은 사계절 내내 꽃을 피우는 식물로,
'사철'과 '꽃'이 결합된 이름.
물론 '해바라기 개나리 진달래 장미
코스모스 동백 무궁화'처럼 식물 이름 뒤에 접미어로 '꽃'을 붙여
그 식물의 꽃을 구체적으로 나타내는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