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秋景晴佳雨亦佳
가을경치는 맑아도 좋고 비와도 좋으니
洞天雲物惣詩懷
산천과 구름의 경치 다 시를 품고 있네.
寒囱廢讀書爲蠹
가난한 창가엔 독서 못해 책 좀이 먹고
陋巷甘居屋似蝸
누추한 동넨 상관없지만 달팽이집 같네.
碧稻微風香院落
벼논의 산들바람 동네로 향기를 날리고
白蘋凉月靜江涯
네가래의 가을 달은 강가에 고요하구나. 1)
長安萬戶燈如海
수많은 집의 도시등불 바다와도 같은데
狗馬蟬營幾夜叉
향락의 매미 소리 두억시니가 얼마일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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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백빈양월(白蘋凉月): 백빈은 물 위에 부채꼴의 전(田)자 모양의 잎이 뜨는 수초(水草)인 네 잎으로 갈라진 ‘네가래,’ 양월은 가을 달과 음력 7월을 달리 이르는 말.
2) 구마선영기야차(狗馬蟬營幾夜叉): 구마(狗馬)는 구마성색(狗馬聲色)으로 희락의 소리와 향락을 비유하여 바른 행위가 아닌 것이니, 군자는 구마성색을 좋아하지 않는다(君子不好 狗馬聲色). 선영(蟬營)은 매미가 계속하여 윙윙대는 형용, 야차는 산스크리트의 약사(yaksa)의 음역으로 인도 신화의 불교적인 표현인데 걸식(乞食)의 악귀(惡鬼)라서 이런 흉악한 귀신을 우리 민속에서는 ‘두억시니’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