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미 발표한 SOC사업을 더욱 확대해 경기만 전체의 해안도시들을 묶어서 세계 최대 규모의 항구로 만들 필요가 있다. 평택, 당진 및 아산시가 추진하는 경제자유구역에 인천을 통합해 경기만 전체를 세계 최대 항만으로 확장하면 동북아의 물류·금융 거점으로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경기만 전체에서 수심 10m 이상 해역은 준설 정비해 심해항으로 개발하는 한편 수심 10m 이하 해역은 간척하면 9억 9000만㎡(3억평)의 토지를 확보할 수 있다. 이를 분양함으로써 500여조원의 자금을 자체 조달하면 640여만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
이것은 새로운 국토를 창출하는 동시에 재원을 자체 조달함으로써 고용과 내수문제뿐 아니라 지난 5년간 방출된 100조원의 토지수용비를 흡수해 인플레이션 압력까지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간척은 순수 조성원가가 평당 20만원이므로 값싼 용지를 무제한 공급함으로써 높은 지가 때문에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는 것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이것은 서해안에 남하하는 해류의 속도를 빠르게 함으로써 오염물질의 퇴적을 줄일 것이다.
강대국에 둘러싸인 소국 네덜란드가 오히려 이들을 압도하는 항만·수운시설을 건설하고 국토의 3분의 1을 간척해 유럽의 물류거점이 된 것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일본의 경우 도쿄만의 5분의 1은 이미 간척되었으며 ‘오다이바(お台場)’라는 새로운 명물구역을 탄생시킨 데 이어 이 지역의 간척사업을 계속 추진하고 있음을 배워야 한다.
중국의 경우는 과거 화북지방 물동량의 상당부분이 부산에서 환적(換積)되었으나 상하이 부근의 양산(洋山)항이 가동된 후 급감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앞으로는 수도권의 물동량까지 양산항에서 환적될 가능성이 커졌다. 따라서 이제라도 이를 막으려면 경기만 전체를 준설 정비해 세계 최대 항만을 건설하고 세계적 대형 선사들을 적극 유치해야 할 것이다.
중국은 먼저 주장(珠江)삼각주와 창장(長江)삼각주 및 환보하이(環渤海) 지역의 경제성장에 집중하고 여기서 성공한 성장공식을 전국으로 확산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상하이를 아시아 물류·금융 거점으로 만들기 위해서 푸둥(浦東)항만으로는 부족하므로 양산열도에 32km의 다리를 건설하고 초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수심 16.5m의 심해항을 건설했다. 그리고 40km의 항저우(杭州)만 대교를 건설해 닝보(寧波)항을 연결시켜 상하이를 중심으로 창장삼각주의 16개 도시를 면적 21만㎢, 인구 1억4000만명의 세계 최대도시로 탄생시켰다.
또 1400년 전에 건설된 1800km의 대운하를 확장해 4000t급 선박이 운항되고 있으며 내륙으로 450km 들어간 난징(南京)까지는 5만t급 선박이 들어가도록 준설했다. 그리고 싼샤(三峽)댐을 완성해 1만t급 선박이 내륙으로 2500km 들어간 충칭(重慶)까지 갈 수 있게 했다. 그리고 1997년에는 충칭을 면적 8만2300㎢, 인구 3200만명의 경제특구로 만들어서 내륙개발의 기지로 삼고 있다.
최대 항공물류 거점도 건설
그러므로 한국도 이런 상황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부운하뿐만 아니라 호남, 충청운하 및 수도권운하를 비롯해 전국의 하천을 준설·정비해 전국적 운하망을 건설하고, 인구중심축을 바다와 직결시켜야 한다.
서해는 오랜 세월 하천의 토사가 퇴적해 평균수심이 40~50m에 불과한 폐쇄된 바다다. 따라서 중국의 하천에서 유입되는 연간 500억t의 독극성 오폐수가 해류를 따라 서해안을 흐르면서 퇴적해 갯벌을 회복할 수 없을 만큼 오염시키고 있다. 그래서 중국 정부는 발해만이 급속히 죽음의 바다가 되고 있음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만 서해를 마치 청정지역인 것처럼 전제하고 맹목적으로 보존하려고 할 것이 아니라 오염 실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해결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특히 경기만은 엄청난 양의 토사가 퇴적해 영종도에서 50여 ㎞ 떨어진 덕적도까지 수심이 불과 2~3m에 지나지 않는다. 어차피 갯벌도 아니고 항구로도 못쓰는 해역이 경기만의 절반을 넘는데 항만의 수심이 적어도 16m 이상 돼야만 거점항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상하이도 푸둥항의 수심이 낮아서 육지에서 32㎞나 떨어진 양산열도에 항구를 건설하고 다리로 연결한 것이다.
정부는 금강하구 옆에 3억9600만㎡(1.2억평)에 달하는 간척지를 만들었으나 용수공급이 부족하므로 수질개선을 위해서도 금강을 새만금과 연결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중국이 본격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므로 한국은 아시아의 물류 거점이 되는 데 유리하다. 왜냐하면 한국은 동북아시아의 지리적 중심일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항로상에 있어 절대적으로 유리한 지정학적 위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규모의 항공물류기지를 만들어 네 시간 거리 내에 살고 있는 중국의 20억명을 대상으로 한 전략을 펴야 한다.
항공물류기지는 한밤중과 새벽에 집중적으로 수백대의 비행기가 이착륙을 해야 하므로 도시에서 멀어야 하고, 일반 공항과 겸용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새만금을 이상적인 항공물류 거점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미 세계항공물류를 장악한 DHL, UPS, Fedex 및 TNT를 파격적인 조건으로 유치해야 한다. 그리고 전세계 항공사들을 유치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쇼핑몰과 의료관광 및 국제교역전과 컨벤션 산업 기반을 구축하면 한국은 충분히 세계의 물류·관광거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한중합작으로 중형기를 개발하려다가 중국의 항공산업 발전만 촉진시키고 실패한 쓰라린 경험이 있다. 그러나 항공산업의 개발규모와 위험부담은 커지고 구매결정이 정치적으로 바뀜에 따라 양국합작보다는 다국합작으로 추진되는 경향이 있다. 대표적으로 에어버스(Airbus)를 개발해 보잉(Boeing)과 항공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EADS는 독일, 프랑스, 스페인이 각각 27%, 24%, 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GDP 규모가 9700억달러에 불과한 한국으로서는 어쩔 수 없이 9조달러가 넘는 동북아시아 경제규모의 레버리지를 이용해야 한다. 한중일 3국의 경제규모는 미국의 62%에 달하고 EU의 56%이지만 곧 이를 추월할 것이므로 충분한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 특히 중국과 일본의 패권다툼이 아시아의 잠재력을 가로막는 최대 걸림돌이므로 지정학적으로 이 가운데에 있는 한국이 현명하게 합작전략을 세우면 비단 항공산업뿐만 아니라 아시아·통합화폐와 FTA 등을 통해 세계의 정경구도에서 3대축을 만들어서 세계 공영정책을 주도할 수 있다.
“남북 물 자원 공동개발 추진해야”
정부는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남북 경제협력사업을 다각적으로 추진키로 합의했으나 이것은 상호이익이 되도록 추진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은 북한에 일방적으로 원조했기 때문에 국민은 결과적으로 북측의 핵개발만 지원한 것 아니냐며 우려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남북한 공동 물자원 개발은 남북 공영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이상적인 사업이다. 그러므로 한강 하구의 공동개발과 임진강에 가칭‘화합의 댐’을 건설하고, 북한의 수몰지역 때문에 담수하지 못하고 있는 ‘평화의 댐’을 활용해 북한의 하천을 준설하는 것 등은 우선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사업들이다.
북한의 162개 하천(총길이 2300㎞)을 준설하면 10억㎥의 골재를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홍수 피해를 막고 수로로 활용할 수 있다. 임진강은 유역면적이 넓고 다우(多雨)지역이라 만성적 침수지역이지만 ‘화합의 댐’을 건설하면 15억t의 1급수를 확보하고 발전된 전기는 북한으로 송전해 수몰지를 보상할 수 있다.
한강 하구는 DMZ라 수로로 쓰지 못하고 있지만 경인운하를 개발하면 북한은 어차피 한강이 서해와 연결되기 때문에 이제는 협상에 응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강 하구는 오랫동안 방치돼 하상이 높아졌기 때문에 만조시 집중호우가 오면 피해가 크다. 그러므로 이를 공동개발하면 6억6000만㎡(2억평)의 부지와 11억t의 담수호를 확보할 수 있다. 이러한 남북협상 방안은 50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지만 부지와 골재판매로 재원을 자체 조달할 수 있다.
朱明建
● 1947년 서울 출생
● 서울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대 경제학과 졸업.
● 세종대 경제학과 교수, 세종대 이사장
● 現 세종연구원 원장
● 現 한반도 영어공학연구원장
● 저서: ‘세계경제론’‘경제학원론’ ‘경제학의 부활’ 등
한국은 21세기를 맞이해 지정학적 불리함을 이점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얻었다. 그것은 지난날 제국주의적 약탈의 시대에는 가장 불리했던 위치가 세계화시대에는 역으로 가장 유리해진 까닭이다. 그러므로 한반도 운하망을 근간으로 경기만 전체를 세계 최대 규모의 항만으로 만들고 세제 및 각종 규제를 혁파해 한반도 전체를 자유경제구역으로 만들어야 한다.
한국이 세계적 대공황 속에서 살아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내수와 고용을 창출해야 하는데 이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막대한 신규투자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국제상황이 수출수요가 급감하고 외자유치가 어려워진데다가 제조업 경쟁력이 약해 고용창출 효과도 작다. 그러므로 한국은 뉴딜정책보다 더 생산적인 국가전략으로 세계적 경제위기를 기회로 바꾸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