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설 20대 시절 걸작 교향시들을 쏟아내던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왕성한 창작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이 바로 ‘죽음과 변용’(Tod und Verklärung)일 것이다. 바이마르에서 카펠마이스터로 재직하던 1889년에 작곡을 시작하여 1890년 6월 21일 아이제나호에서 작곡가를 중심으로 한 페스티벌에서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부를레스케」와 함께 초연된 이 작품은 1889년 11월 11일 바이마르에서 초연된 그의 최초의 교향시(‘이탈리아에서는 교향적 환상곡)인 ‘돈 환 ’의 뒤를 잇는 두 번째 교향시다. 「돈 환」이 니콜라우스 레나우의 시를 바탕으로 방탕하지만 영원한 여성성에 대한 향수를 간직한 주인공이 파멸하는 과정을 드라마적으로 그렸다면, 「죽음과 변용」은 자기 자신이 작성한 프로그램에 의거하여 인간의 다양한 고통과 투쟁, 죽음을 통한 진정한 해방이라는 형이상학적 개념을 음악화했다.
■ 해설 작곡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전달하는 다양한 주제들과 탐미적인 선율들이 탁월한 관현악 기법을 통해 다채롭고 극적으로 펼쳐지는 동시에 구조적으로나 조형적으로도 완벽한 이 작품은 크게 죽음에 직면한 사람을 표현하는 Largo와 죽음과 사투를 벌이는 Allegro molto agitato, 지난 과거를 회상하는 Meno mosso, 변용의 모티브가 등장하여 현실의 삶 너머의 세계를 그리는 Moderato, 이렇게 네 개의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25분여 동안 쉼 없이 연주되는 이 [죽음과 변용]에 대한 내용을 작곡가는 마이닝엔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친구인 알렉산더 리터에게 알려주었고, 그는 이 음악에 한 편의 시를 써서 악보 첫 장에 실은 바 있다. 그의 텍스트가 이 웅대한 음악적 프레스코화를 정확하게 대변한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표현주의 음악의 포문을 연 이 교향시의 화려함을 돋보이게 하기 위한 특징적인 장식으로서의 성격은 무시할 수 없다. 그의 텍스트를 반영한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등불이 하나 밖에 없는 쓸쓸하고 초라한 방에 환자가 누어 있다. 죽음이 침묵속에 기어 들어오고 있고, 환자는 죽음의 고통에 몸부림치면서 필사적으로 맞선다. 그러자 조금 남은 저 세상의 세계가 갑자기 열리기 시작한다. 깨끗한 광명. 환자는 그 광명에 두 손을 뻗치면서 숨이 끊어지고, 죽은 이의 얼굴에는 숭고한 미소가 흐른다.
<변용(變容) : 용모가 바뀌다. 죽은 얼굴(죽음) 이 숭고한 미소가 흐르는 얼굴로 변하다 -- 죽은 그리스도의 용모가 바뀌다>
▲ I. Largo(느리고 폭넓게) 초라한 방 안에서 죽음에 직면한 한 병자가 누워 있다. 회상을 상징하는 플루트의 몽환적인 멜로디와 감각적인 바이올린 솔로와 더불어 특징적인 리듬들을 통해 죽음의 모티브들이 차례차례 등장한다. 죽음의 운명을 직감한 병자의 얼굴에는 두려움이 느껴지는 서늘함과 어린 시절에 대한 행복한 미소가 스쳐 지나간다.
▲ II. Allegro molto agitato(빠르고 즐겁게, 매우 격하게) 이 작품에서 가장 격렬한 대목으로서 병으로 지쳐 쓰러진 병자를 죽음이 사정없이 흔들어 깨운다. 저음부에 등장하는 죽음과 대결하는 투쟁의 모티브, 삶에의 집착을 나타내는 힘찬 모티브가 번갈아 가며 등장하고, 죽음과 생 사이를 오가는 무섭고 기나긴 싸움이 시작된다. 승부는 쉽게 끝나지 않은 채 변용의 모티브가 금관악기를 통해 제시된 뒤 다시금 고요가 깃든다.
▲ III. Meno mosso (보다 적게) 병자는 자신이 살아온 삶을 되돌아본다. 순진했던 어린 시절의 행복함과 청년기의 뜨거운 열정, 이상을 실현하기 위한 투쟁과 치열했던 순간 등등을 회고하며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지만, 이내 다시금 죽음과의 투쟁과 변용에의 동경이 교차하다가 죽음을 향한 마지막 철퇴가 떨어진다. 육체는 산산조각 나고 세계는 칠흑 같은 어둠으로 빠져든다.
▲ IV. Moderato (보통의 빠르기로) 아름다운 악장이다 죽음 뒤에 펼쳐지는 피안의 세계를 그린 대목으로서 탐탐(Tam-Tam)의 신비로운 울림을 바탕으로 현악군과 금관에 의해 너무나 아름다운 변용의 모티브가 등장한다. 이내 죽음의 공포, 일상의 비근함은 모두 사라지고 평화로우면서도 아름다움 그 자체만이 흘러넘치는 관념적 유토피아의 세계가 장대하면서도 고요하게 펼쳐진다.
● 감상
아래 동영상(전곡)에서 (17:00~ ) 이 가장 아름다운 부분(4악장에 해당)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