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Brahms)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 작품 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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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설 낭만파 시대의 대작곡가 브람스는 오페라나 표제음악 이외의 모든 분야에서 훌륭한 많은 명곡을 남기고 있으나, 바이올린 협주곡은 오직「D장조, 작품 77」하나만을 남기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한곡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브람스의 최대의 걸작으로 간주될 뿐 아니라 고금을 통하여 베토벤, 멘델스존과 더불어 3대 협주곡으로 불리어 존중되고 있는 명곡이다.
이 협주곡의 구조는 별로 내세울만한 새로운 것은 없고, 오히려 베토벤의 협주곡의 구성과 유사하며 고전적인 형식미를 존중하고 있다. 우선 그 조성이 D장조로 같고 전곡에 걸친 전원적이며 목가적인 정서도 베토벤의 협주곡과 비슷하다. 그렇다고 해서 이 작품에 브람스 고유의 색채와 창의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뜻은 절대로 아니다. 제1악장의 첫머리에 등장하는 차분하고 중후한 제1주제의 선율만을 보더라도 이는 절대적으로 브람스다운 작품임을 실감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이 협주곡이 그의 전성기인 1875~1880년간인 1878년에 완성되었다는 데서도 가늠할 수 있다. 이 시기에 교향곡「제1번」,「제2번」과「대학 축전 서곡」,「비극적 서곡」등의 유명한 작품이 계속 작곡되었으므로 이를 통하여 많은 경험을 쌓아 왔기 때문에 이 협주곡은 기교적으로 아무런 무리 없이 이루어졌으며 원숙한 참다운 브람스의 자태를 확연히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
▲ 작곡의 경과 1877년 9월에 바덴바덴에서 사라사테(Pablo de Sarasate, 1844~ 1908) 가 연주하는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2번>의 초연 현장에 있던 브람스는 이 스페인 출신의 비르투오조에게 완전히 넋이 나갔다. 물론 그는 브루흐의 협주곡에 대해서는 그다지 훌륭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독주자의 화려한 바이올린 연주에는 감탄을 표시했다. 브람스는 결국 장엄한 양식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더욱 굳히게 되었다.
브람스가 그의 바이올린 협주곡의 모델로 생각했던 것은 베토벤의 협주곡이었지만, 조반니 비오티의 <바이올린 협주곡 22번>에서 첫 번째 씨앗을 발견했다. 브람스가 이 협주곡을 작곡하던 바로 그해에도 요아힘과 함께 비오티의 협주곡을 연주했고 클라라 슈만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나를 완전히 사로잡은 것은 비오티의 <협주곡 22번>입니다. 대단히 독창적인 상상력이 인상적이었고 요아힘의 연주도 끝내줬죠. 어떻게 이처럼 훌륭한 작품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할 수 없군요.”
친구인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Joseph Joachim,1831~1907) 과 의견을 주고받은 작곡과정 브람스가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는 과정에서 요아힘의 역할은, 논쟁의 여지는 있지만, 많은 부분에서 과장된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브람스와 요아힘이 교환한 편지를 보면, 이 두 사람은 활발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러나 브람스가 요아힘의 기술적인 조언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요아힘은 너무 어려운 기교적인 부분을 수정해달라고 요구했지만 결국 완성된 판본은 브람스의 굳은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아힘의 역할은 비록 한정된 부분이지만, 분명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탄생에 하나의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요아힘은 브람스가 바이올린 협주곡을 쓰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서 다음과 같은 편지를 보낸다.
“나의 오랜 친구인 당신이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하고 있다는 얘기를 듣고서 얼마나 마음이 설레었는지. 더군다나 4악장의 협주곡이라니……. 독주 부분을 세심하게 보고 있는데 몇 군데는 손을 좀 봐야할 것 같더군요. 물론 총보가 아닌 일부만을 보고서 판단하기는 좀 어렵지만 말입니다. 이 협주곡은 대단히 독창적인 것 같습니다. 실제 연주할 때의 효과가 어떨지는 지금 판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네요. 이삼일 내로 함께 만나서 여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것 같습니다.”
1878년 10월 23일, 브람스는 요아힘에게 “지금 아다지오와 스케르초 부분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습니다.”라는 편지를 보낸다. 한 달 후에는 “원래 계획했던 2개의 중간 악장을 빼버리기로 결심했고 대신 아다지오를 넣었어요. 이렇게 하는 것이 전체적인 구성에 더 맞다고 생각합니다.” |
▲ 초연 독주자도 난색을 표한 어려운 기교의 걸작 초연은 이듬해인 1879년 1월 1일에 라이프치히게반트하우스 연주회에서 요하임의 바이올린 독주와 브람스 자신의 지휘로 거행되었다. 브람스의 악보 완성이 늦어져서 요아힘의 손에 완성본이 전해진 것은 1878년 12월 12일이었고, 초연까지는 보름이 조금 넘게 남아 있었지만 리허설이 예정되어 있던 25일까지는 열이틀 밖에 시간이 없었다. 그런데다가 독주 부분이 너무 어려워서 요아힘은 클라라 슈만을 포함한 주변 사람들에게 여전히 투덜거렸다.
이 초연은 오케스트라가 연습 부족으로 제대로 곡의 내용을 살리지는 못했으나 요하임의 찬란한 기교와 브람스의 열의에 찬 지휘로 그런 대로 성공을 거두었다. 흔히 브람스의 이 곡을 ‘바이올린을 위한 협주곡’이 d니라 ‘바이올린에 거역하는 협주곡’이라고 한다.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당당하고 음향이 중후하여 교향곡처럼 작곡되어 있다는 점과, 독주부가 요하임을 염두에 두고 작곡한 만큼 9도나 10도 등의 큰 음정을 고잘 사용하고 있어 손이 작은 연주가에게는 대단히 어려운 곡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또 기교적으로 기교적으로도 지극히 어려운 부분이 많은 데 비해 독주부는 화려함이 없어 바이올리니스트가 고생하기 때문에 연주해도 그만큼의 재미가 없는 곡이라고 한동안 경원시되기도 하였다.
▲ 악기 편성 독주 바이올린, 플루트 2, 클라리넷 2, 바순 2, 호른 4, 트럼펫 2, 팀파니, 현5부 ■ 해설
▲ 제1악장 Allegro non troppo(빠르게 그러나 지나치지 않게)3/4박자, 소나타 형식. ★★★★★ 곡은 아무런 서주도 없이 비올라·첼로·파곳이 폭넓고 차분한 목가풍의 제1주제1)로 시작된다. 오보에의 애수를 띤 선율이 이것을 받는다. 이후 성격이 다른 부주제가 몇 개 나타나 이어지고 랩소디적인 악상을 전개하여 가는데 제2주제는 불과 단편적으로 제시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정열적이고 힘찬 동기가 현에 의해서 연주되고 관현악이 폭풍처럼 고조되는 곳에서 관현악에 의한 제시부를 마치고 독주 바이올린이 정열적으로 등장한다. 관현악이 악기를 바꾸면서 제1주제의 동기를 여러 가지로 처리하는 동안 독주 바이올린이 장식적으로 엮어가고 이윽고 제1주제의 전모를 제시한 뒤 경과부로 들어간다. 여기서는 독주 바이올린의 힘찬 새로운 선율을 교차시키며 이미 나온 악상의 몇 가지가 재현된다.
이어 제2주제부로 들어가 악보 3의 악상이 관현악에 부드럽게 재현된 뒤 독주 바이올린이 제2주제를 제시한다. 이것이 현악기에 의해서 반복되고 독주 바이올린에 나타나고 잠시 전개된 뒤 제시부를 마친다. 관현악의 투티가 제1주제를 연주하며 전개부로 들어가서 제2주제가 이것에 이어진다. 이윽고 독주 바이올린이 한가롭게 도입되어 기교적이기는 하지만 환상풍의 악곡을 전개한다. 힘찬 관현악의 투티에서 재현부로 접어들어 독주 바이올린을 교차시키면서 이미 나온 악상이 원형대로 재현되고 제2주제도 완전한 모습으로 재현된 뒤 카덴차로 들어간다. 이 음반에서 카덴차는 맥스 레게(최초의 요아힘 외에도 레오폴트 아우어, 크라이슬러, 야샤 하이페츠, 부조니 등도 작곡)가 작곡한 것이다. 이어 제1주제를 바탕으로 한 코다로 들어가 최후에는 명쾌한 화음으로 곡을 끝맺는다.
▲ 제2악장 Adagio(느리고 침착하게)F장조 2/4. 세도막 형식. ★★★★☆ 먼저 관악기만의 느긋한 부분으로 시작하면, 오보에가 관의 합주 중에 아름다운 목가풍의 그러나 한편 북국적인 쓸쓸함을 지닌 선율을 연주한다. 독주 바이올린이 이것을 받아 이어서 아름답게 장식하여 간다. C장조의 완전 종지에 이어 Db장조, Gb장조, Cb장조, B장조로 전조되면서 감7도의 f#단조에 이른다. 제2부는 f#단조로 시작되는데, 전곡을 통하여 가장 브람스적으로 중후하며 독주의 선율에는 불안하고 동경적인 기분이 나타나있다. 독주 바이올린은 표정이 풍부하고 크게 노래하며 현은 여기에 대위법을 연주한다. 이것이 조용해지면 또 제1부가 시작되며 오보에의 쓸쓸한 선율이 연주되고 독주 바이올린은 이것을 누비듯이 진행하며 코다에서는 중앙부의 동기가 얼굴을 내민다. 극적인 부분은 없으며 북국적인 쓸쓸함과 평온함이 깃든 악장이다.
▲ 제3악장 Allegro giocoso, ma non troppo vivace(활기있게 빠르게, 그러나 비바체처럼 되지 않도록) D장조 2/4. 불규칙한 론도 소나타 형식. 독주 바이올린과 관현악이 곧바로 짚시 풍의 론도 주제를 제시하고 반복한다. 경과부 뒤, 독주 바이올린이 시원한 제1부주제를 연주하고 관현악이 반복된다. 론도 주제가 독주 바이올린으로 재현되어 이를 관현악이 반복한다. 이윽고 Meno mosso(너무 빠르지 않게)의 제2부주제가 3/4박자로 도입되어 이 선율을 중심으로 리드미컬한 악상이 전개된다. 이후 제1부주제와 론도 주제가 재현된 뒤 이 2개의 주제에 의한 행진곡 풍의 코다에 이르러 독주 바이올린이 화려한 기교를 전개하면서 힘차게 끝난다. |
<출처 : 아래 참조 개작> * 세광출판사,"명곡해설전집,제9권,pp.360~367. * 안동림,"이 한 장의 명반 클래식 ,pp.581~585. * 이정헌,"클래식 명곡 가이드",pp.132~1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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