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취재팀, 수직갱도 비롯 10여 곳 찾아내
본토결전 구상 엿볼 수 있는 중요 현장
일본 본토결전(本土決戰) 초기인 19 45년 4월이 되면서 일본군 지휘부는 제58군사령부에 비밀 비행장 건설을 지시한다. 그 장소는 제주도 동부내륙의 깊숙한 곳이다. 현재 정석비행장이 들어선 너른 개활지 일대가 비밀 비행장 건설 장소로 꼽힌다. 실제 제주 주둔 일본군은 그 해 6월부터 교래리 일대에서 육군 비밀 비행장 건설에 나선다. 대록산(大鹿山 · 표선면 가시리 산68 · 표고 4백 74.5m)은 바로 비밀 비행장의 가장 가까운 곳에 위치한 요새로 구축됐다.
취재팀이 3차례 탐사를 벌인 대록산은 수직갱도를 포함 다양한 갱도진지가 분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직 갱도가 만들어진 곳은 오름 정상부 못미친 분화구 사면이다. 갱도는 입구가 2곳으로 각각 남서 방향과 동 방향으로 나 있다. 취재팀이 남서방향 출입구를 통해 내부로 진입하자 천장부에서 햇빛이 쏟아져 들어온다. 5~6m 전방에 오름 사면과 갱도진지 내부를 관통시킨 수직갱도를 통해 햇빛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수직갱도는 바닥에서의 높이가 5m 정도 된다. 바닥에는 동물뼈 잔해가 흩어져 있다. 아마도 수직갱도에서 떨어진 채 신음하다 죽어간 것으로 보인다. 내부에는 갱목홈 흔적이 남아있다.
이 갱도는 전체적으로는 내부 길이가 50m 정도 된다. 동쪽 출입구는 경사진 형태인데다 정상부 가까운 능선에 위치해 있어 사방을 관측하기에 적당하다.
|
주변에서는 갱도 2곳이 추가로 확인됐다. 정상부 분화구 안쪽에 위치한 갱도는 내부가 함몰된 형태다. 남아있는 내부 길이는 6m 정도로 당초에는 훨씬 컸을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갱도는 오름 사면을 지하로 파내려간 수직형태다. 조명을 비추자 바닥이 보이지만 내부 상황은 진입할 수 없어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취재팀은 오름 5부 능선 지점에서도 또 하나의 갱도를 찾았다. 바로 소록산을 마주하는 곳이다. 이곳의 갱도는 길이가 50m 규모로 전형적인 붉은 송이층을 뚫고 구축됐다. 출입구는 서쪽 방향으로, 정석비행장 활주로와 부속시설이 지척에 보인다. 갱도 내부 안쪽에는 10여 개의 갱목홈이 뚜렷하게 남아있다.
대록산에서 확인되는 갱도는 또 있다. 오름 하단부에서 현무암층과 송이층을 뚫은 갱도가 남아있다. 이 갱도는 입구가 2곳으로 총 길이는 60여m 된다. 하지만 내부 일부 구간은 송이층이 무너져 내리는 등 극히 불량한 상태다. 이외에도 분화구 사면에서 갱도 흔적 3~4곳을 볼 수 있다.
탐사를 통해 제주 동부 내륙 깊숙한 곳에 위치한 대록산에서도 많은 갱도가 구축돼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 이 일대 일본군 주둔 실상에 관심이 모아진다. 대록산의 갱도는 당시 문헌기록이나 주변 정황으로 볼 때 비밀 군사비행장과 관련돼 있다.
일본군 군사지도인 '제58군배비개견도 제주도'에는 대록산 일대가 '위장진지'로 나타난다. 또한 제주주둔 일본군 최고지휘부인 제58군도 비밀비행장 엄호와 미군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1개 대대를 배치하겠다는 구상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대록산에 많은 갱도가 확인되고 있는 것은 비밀 비행장을 엄호하기 위한 진지로 구축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록산의 갱도는 일본군이 제주에서 준비한 본토결전 및 비밀 비행장 건설과 관련한 실체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현장의 하나로 꼽힌다.
/특별취재팀=이윤형·표성준·이승철기자
[탐사포커스/교래 비밀비행장이란?]본토결전 대비 건설
1945년 6월14일 무렵의 일본군 기밀작전일지를 보면 교래리에 계획한 비밀비행장 구상이 나타난다. 일본군은 독립혼성제108여단 진지 내에 비밀 비행장 건설을 구상하고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규모가 1백m×1천m, 50m×9백m 활주로 2개를 비롯 비행기 격납동실로 중급연습기 12기분과 비밀위치 30기분, 2백명 수용 규모의 병사숙소 등이다. 비행장 완성 시기는 6월 말로 하고 있다.
일본군 제58군은 또 제17방면군에게 보낸 기밀전보문에서 비밀비행장 엄호와 미군의 상륙을 방해 저지하기 위해 제주도 동부 및 남부지구에 각 1개 대대를 배치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를 보면 교래 비밀비행장은 6월 중순부터 본격 공사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다.
당시 제주에는 모슬포 알뜨르비행장과 함께 제주동비행장(진드르비행장), 제주서비행장(정뜨르비행장)이 있었다. 일본군 지휘부는 제주동비행장의 일부 공사를 일시 중지시키면서 비밀비행장 건설에 나선 것이다.
당시 일본의 전황은 오키나와전에서 패전이 임박하는 등 급박하게 전개되고 있었다. 패전 위기에 몰리자 이 시기 일본토의 비행장과 항공기지에서도 자살특공공격이 이뤄진다. 이런 전후 상황을 보면 교래 비밀 비행장도 제주나 일본토에 상륙하는 미군 등 연합군을 상대로 자살특공공격을 시도하기 위해 추진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이윤형기자 yhlee@hallailbo.co.kr
※한라일보(www.hallailbo.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저작권 문의 특별취재팀 064-750-22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