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행복하기 위한 북유럽 국가의 생활규범, 얀테의 법칙과 라곰(lagom) 그리고 휘게(Hygge)> 해암(海巖) 고영화(高永和)
얼마 전 2019년 세계행복보고서가 발표되었는데 1위는 핀란드이고, 우리나라는 54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국민소득과 기대수명, 관용은 상위권이지만 사회적 지원과 삶의 자유도, 부패 등은 하위권이었다. 올해 세계행복보고서는 ‘행복’과 ‘공동체’에 초점을 두었다고 한다. 행복순위를 살펴보면, 1위 핀란드, 2위 덴마크, 3위 노르웨이, 4위 아이슬란드, 7위 스웨덴으로 북유럽 국가들이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무슨 이유로 북유럽 국가들이 항상 10위 안에 들어갈까?
그래서 이들 ‘노르딕 국가(북유럽 5개 나라,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아이슬란드)’와 다른 지역 국가와 특별한 차이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 무엇보다 제일 먼저 ‘노르딕 국가’들은 복지국가주의를 내걸고 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 책임 하에서, 사회보장제도를 확실히 구축하고 있다. 무상 건강보험, 무상교육, 노령연금, 아름다운 자연환경, 투명한 사회 시스템과 신뢰 사회, 자유와 평등의 보편적인 사회 등이다. 그래서 이들 나라는 사실 이론적으로 사회주의 국가에 가깝다. 사회주의의 뜻은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정의 내리기는 어렵지만, 모든 시민에게 최소한의 의·식·주를 보장하고, 그들을 교육·건강·교통·오락 등의 기본 서비스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해주며, 모든 시민의 정치적 권리와 신분차이를 평등하게 시행하는 점에서 북유럽 국가는 ‘사회주의 국가’라고 말해도 크게 어긋나진 않을 것이다.
● 그런데 이러한 사회보장 제도 보다도 앞서, 북유럽 국가가 행복한 이유는? ‘평등과 겸손의 십계명’으로 일컬어지는 얀테의 법칙(Law of Jante, Janteloven)과 라곰(lagom) 그리고 휘게(Hygge)가 있었다.
1. 먼저 얀테의 법칙은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전통적인 교육 규범이며 실천적인 행동강령이다. 어려서부터 일등 일등 최고가 되기 위해 아등바등 하지 않도록, 아이의 장래가 욕망의 옥탑에서 충혈된 눈으로 살지 않도록, 그리고 피 묻은 짐승처럼 미친 듯이 살아가지 않도록, 주어진 자리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서로의 존재감을 북돋아주고 화합하면서 행복을 찾아가는 방식을 미리 가르치는 것이다. 결국 이는 겸손과 절제의 법칙으로 ‘잘난 척 하지 말고, 참고 양보하고 이해하고 낮추고 살아라.’라는 말이다.(배려와 관용의 미덕). 그래서인지 스칸디나비아 반도 사람들의 행복지수가 다른 나라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얀테의 법칙은 '스스로 특별하다고 생각하거나 더 낫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10가지로 묘사했다. 10가지 규칙의 끝을 '생각하지 마라'에서 '생각해라'로 바꾸면 한국식이 된다.
1) 당신이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2) 당신이 남들만큼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마라
3) 당신이 남들보다 똑똑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4) 당신이 남들보다 더 낫다고 생각하지 마라
5) 당신이 남들보다 더 많이 안다고 생각하지 마라
6) 당신이 남들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7) 당신이 모든 일을 잘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8) 남들을 비웃지 마라
9) 누군가 당신을 걱정할거라 생각하지 마라
10) 남들에게 뭐든 가르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2. 두 번 째로는 라곰(lagom)이 있는데 스웨덴어로 ‘적당한, 균형이 맞는, 적절한’ 등을 뜻한다. 모자라거나 부족하지 않게 균형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북유럽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의미한다. 우리말로는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정도로 말할 수 있다. 라곰은 일과 여가의 균형(Work and Life Balance), 환경을 생각하는 습관, 자원의 낭비를 멀리하는 삶의 방식 등을 추구한다.
3. 세 번째로 휘게(Hygge)는 편안함, 따뜻함, 아늑함, 안락함을 뜻하는 덴마크어, 노르웨이어 명사이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또는 혼자서 보내는 소박하고 여유로운 시간, 일상 속의 소소한 즐거움이나 안락한 환경에서 오는 행복을 뜻하는 단어로 사용된다. 예를 들어서 '율레휘게'(Julehygge)는 "크리스마스에서 오는 행복"을 뜻한다. 혹은 휘게라는 단어 자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삶의 여유를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 ‘얀테, 라곰, 휘게’ 문화에 내포되어 있는 합리적인 핵심은 ‘평등과 공정, 안락한 환경에서 균형 잡힌 삶의 여유와 행복’을 추구한다고 볼 수 있다. 배려와 관용을 미덕으로 여기는 북유럽 국가에서는 사유지라할지라도 야생 열매나 버섯을 채취하고 야영하며 모닥불을 피울 수도 있는 것은, 모든 사람이 자연에 대해 평등한 권리를 갖기 때문이다. 특히 얀테의 법칙은 공동체 공익을 우선시하는 노르딕 국가의 행동지침이다. 그런고로 이 법칙이 사회주의 사상과 사회보장제도의 근본적인 원천이 되었다.
눈치를 주지도 눈치 받지도 않는 노르딕 국가의 국민들은 한국과는 다른 가치를 지향한다. 우리가 빠뜨린 점이 있다면, ‘우리 각 개인은 취향이 다를 뿐, 서로를 평가할 자격이 없다는 점이다. 오직 중요한 것은 서로를 존중하는 것, 그 뿐이다.
● 한편으로 북유럽 사회에는 개인을 억압한다고 느끼는 사람도 많아서인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안티 얀테 운동’도 활발하고 전한다. “나는 특별한 사람이다. 스스로를 믿어라. 큰 꿈을 꾸어라.” 등등 야망과 열망을 감추지 말고 적극적으로 드러내자는 신세대의 운동 또한 요즘 시대의 흐름이기도 하다.
브라질의 소설가 ‘파울로 코엘로’의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나오는 말, 역시 울림을 준다. “당신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는 존재이다. 당신이 이 세상에서 하는 일과 당신의 존재는 그 무엇보다 가치 있고 남 다르며 중요하다. 혼란스러워 말고 계속 두려움 없는 삶을 살아라. 존재감을 가지고 당당하게 복판을 걸어라. 그러면 결국 당신은 승리할 것이다.”
○ 인간은 어떠한 정신적인 관습이든 사회적인 이론이건, 역사상 100% 완벽한 시스템을 갖추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언제나 부족한 부분을, 또 다른 것으로 채워보려는 욕망 또한 강할 뿐만 아니라, 각자가 처한 상황에 따라 그때의 입장이 달라진다. 그래서인지 나는 젊은 시절에는 ‘얀테의 법칙’보다 ‘안티 얀테 운동’이 훨씬 가슴에 와 닿았다. 그런데 요즘에는.... 빈부의 격차와 더불어, 부의 편중에 따른 불평등이 심화되는 현상을 보면서 ‘얀테의 법칙’이 훨씬 더 마음에 이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