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2시간을 달려 전복죽을 먹기로 했기에 일찍 일어나 해안가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부지런한 해녀들 몇명이서 큰 소리로 다투는 듯한 소리에 바라보니 다투는 게 아니라
큰 소리로 억세게 대화를 하는 중이었습니다.ㅎㅎㅎ
셋째날은 제주 라이딩 중에 가장 부담없고 편안하고 즐거웠던 날이었습니다.
라이딩 거리도 길지 않고 해안가로만 편안하게 달린다고 생각하니 한강변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지요.
그러나 탁 트이는 바다를 끼고 달리는 기분은 한강변보다 더욱 좋았습니다.
룰루랄라~~~~ 룰루랄라~~~~
시간이 넉넉해서 바닷가 정자에서 숨은 물건 찾기도 하고 후레이크도 먹으면서 놀다가
성산이 바라 보이는 해녀의 집으로 가서 각기 사진찍기 바쁩니다.
카톡, 카톡~~~
뭔가 아쉬운 게 있을 때 마다 저를 찾는 서방님이십니다.(핸드폰이 없으면 어찌 살았을꼬?)
"내 은행통장 인증서 비번이 뭐야? " 몇번이나 외우라고 갈쳐주고 달력에 써두었는데..에궁...
"얼음물 타려고 하는데 매실엑기스 어디있어?" 출발전 찾기 쉽게 딤채에 넣어두고 얘기했는데..에궁...
"내 안경 어디있어?" " 소울님 벼게 옆에 얌전히 있지요.
냉장고 열고서 "요플레가 없네" 아래 선반에 넣어 두었으니 허리만 약간 구부리면 보이는데...
소울님은 모든 거 다 잊어 먹어도 제게 연락할 방법은 절대로 까먹는 법이 없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한테는 의지하는 버릇이 든다고 지들이 알아서 하도록 모른 척 하라고 합니다.
기가 막혀요~ 아이들은 엄마가 관여하고 간섭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돈 필요할 때 말고는 부르지 않거든요.
해녀의 집에서는 서비스로 전복죽을 더 주셔서 넉넉히 먹고 섭지코지를 올랐습니다.
본래대로 오르면 입장료를 내야 하는데 거꾸로 올라가니 공짜입니다.
관광객은 온통 중국인들입니다. 가락시장 경매장처럼 시끄럽기 짝이 없습니다.
관광버스와 관광객들 사이를 비집고 달리다가 성산을 올라 끌바하고 해안가에서 푹 퍼졌습니다.
옆의 할머니는 땅바닥에 고동을 풀어놓고 손질하고,
웰컴님은 예쁜 아가씨에게 사진도 찍어주고 나훈아의 노래 동영상도 틀어 줍니다.
우리는 남의 집 담벼락에 나란히 등을 기대어 얄말을 벗고 수다떨면서 "폴라포 먹고 싶다아~~`"
번짱님이 이제 그만 가자고 재촉하십니다.
해안가를 달리고 달리고...또 달려도 기분이 좋습니다.
"제주도 왔으니 물회 먹어요~~~" 이구동성 찬성!!
오조리 해녀의 집으로 가니 주인이 벌떡 일어나 자전거를 안으로 들여 놓으라고 하십니다.
우리 자전거가 처음으로 실내로 들어가 그늘에서 쉴 수 있는 대접을 받았답니다.
자라물회를 시켰는데 주방장이 참 성의없이 지느러미를 떼지도 않고 두껍게 썰어 먹기가 힘이 들었습니다.
조금만 더...신경써서 손님에게 음식을 만들어 주면 참 맛있게 먹었을텐데요. 음식 맛은 보통~~~
칼칼하고 매콤하고 시원한 물회를 먹고 또 달립니다.
해원리의 바닷가 한 켠에 정자가 있었는데 바닷바람이 엄청 시원했습니다.
다른 팀들은 고기를 구어 먹고, 정자 위에서는 술판도 벌어지고 우리는 푹 쉬고 있었지요.
갑자기 왠 남자가 뭐라뭐라~~야단치는 듯이 말하는데 외계어처럼 들렸습니다.
"자전거를 잔디밭에 놓아두면 잔디가 죽는다"는 뜻이어서 얼른 죄송하다고 치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기냥 풀밭이더구만...
고기 굽는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잘 버렸는 지, 뭐라뭐라~~ 야단치는 소리도 들립니다.
완장을 찬 감시인인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는.... 자기 자랑으로 엄청 수다 한바탕 입니다.
10억이 있어야 우리 동네에 들어 온다네요.(그 돈 있으면 모나코 가겠네...)
직함이 두개나 있다고 자랑입니다.
"내가 어촌계장은 아이고, 동네 이장도 아이고 위장이라예" 도대체 뭐라카는 지.,....
해군이었다는 얘기와 순박하신 그 분의 동네 자랑에 우리는 입을 삐죽 내밀면서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앞뒤가 안맞은 거짓부렁 자랑질 일지라도 마을 사랑의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지요.
"또 놀러 오라예" 잘 쉬었다고 인사하고 또 다시 달립니다.
풍력 발전소를 지나 김녕의 동쪽에 제주민박이 있었습니다.
펜션이나 게스트하우스보다 훨씬 깔끔한 시설이었고, 자전거를 방 베란다에 넣도록 배려해 주셨습니다.
주인은 서울에서 공무원 생활하다가 은퇴하여 제주에서 자리잡은 분이셨는데,
꼼꼼하게 세면대,변기 등에 푯말을 붙이고 나무마다 이름도 붙여 두셨더군요.
대학 교정 사진과 세무,회계 책이 사무실 안에 있는 것으로 보아 경제학을 전공하셨나 싶었습니다.
저녁 때는 갈치조림과 싱싱해서 꼬들거리는 회를 배부르게 먹었습니다.
번짱님은 그 사이에 사려니 숲으로 자전거와 사람을 이동시킬 차량을 수배하였구요.
편의점까지 걸어가 아이스크림 5개를 샀더니 주인이 원+원이면 세개라고 더 가지고 가랍니다.
어디에도 써 있지 않았는데 참 정직하십니다.
종이컵도 서비스로 주시고 우리는 사려니 숲에서 먹을 빵과 우유를 구입했습니다.
아이스크림은 손가락만큼 작아서 저는 훅~ 바람을 불어 완벽하게 먹으려다가 땅에 떨어뜨렸습니다.아까워라~~
본래 나왔던 길로 도로 가려는데 웰컴님께서는 중간에 가로 지릅니다.
번짱님은 "맞아요, 이리로 가면 돼요..."
어떻게 그 캄캄한 길에서 마을로 가로질러 들어가는 길을 찾을 수 있는 지...
남정네들은 여자들과는 다른 촉(?)이 있음에 틀림없습니다.
우리끼리 갔다면 횟집으로 간 다음에 다시 오던 방향으로 되돌아 가서 숙소를 찾았을 것 입니다.
소울님 말대로 남자와 여자는 뇌의 생김새가 구조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제주에서의 마지막 밤도 역시나 무척 더웠습니다.
첫댓글 셋째날은 정말 여유로웠었지요. 은행통장 비번 사건에 우리는 배꼽을 잃었었죠ㅎ 하늘을 나는 사진 찍기, 그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잔잔한 바다, 바닷가 정자(그곳이 해원리였군요!)에서의 여유, 어촌계장이 아닌 아저씨, 제주민박의 나무들, 그리고 맛난 저녁... 생각만 해도 행복해집니다. 베어맘님의 후기를 읽으면서 밝은 미소로 친절한 하루를 시작합니다. ^^
웰컴님 공중부양 그만하고 내려오세요
아름다운 모습 자아알 감상했어요.
부럽습니다
라이딩중 가장 여유로운 날이었죠.제주의 신선한 아침공기를 마시며 끝없이 펼쳐지는 해안도로길..정말 룰루랄라~~신나게 달립니다.
아!오늘은 해녀의 집에서 전복죽먹기로했지..
먹는거에 욕심많은 저에겐 아주좋은 당근입니다.전복죽에. 에어컨으로 몸을 냉동 시킨후 섭지코지로 고고~~ 사람들이 많아 북적거렸지만 우리도 합류하여 사진도 찰칵~
정자에서 시원한 바람에 제주도토박이 아저씨얘기의 귀를 쫑긋세워도 도통 무슨말인지..알랑가몰라..
아 ~내일만 지나면 가슴설레이고 걱정이 앞섰던 제주여행도 끝나는구나..
우와 공중부양도 잘했지만 준프로님의 솜씨 정말 대단하시네요
담에 영화 제작해도 대박 나실거예요
다시봐도 즐거운 우리들의 제주도 나들이 ...
세월이 가도 잊혀지지 않는건 후기덕도 크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