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 내 생각 혹은 정리
하정아의 인도여행기
#[인도여행 중에 잔돈 거스름돈을 받을 수 없단다. 대신 사탕을 준다.열 받을 수 있다.]
그래, 그냥
사탕 하나 먹자
하하. 이것 봐. 이거.
세상 스윗해지는 것 좀 보라구
참 인크레더블하게도 말이지.
[그래도 나에게는 로맨틱]/하정아/voozfirm/2009/51쪽
내가 알고 있는 그 모든 가치관이 다 그 반대일 수 도 있지 않느냐는 생각에 갑자기 아득해진다. 사실 세상 밖으로 한 발짝만 나오면 아무 쓰잘데기 없는 지식들을 외우고, 시험 보느라 내 인생을 얼마나 소비했는데, 항상 시험은 동그라미 아니면 엑스로 우리 사고를 평가하고 지식을 한계 짓지않았는가, 다 다를 수 있다는 걸, 다 달라도 된다는 걸 쉽게 받아 들이는 방법은 가르쳐 주지 않고서.
.....나의 뇌가 조금만 더 말랑말랑했다면, 이곳(인도)에 여행을 와서도 좀 더 많은 걸 느끼고 배워갈 수 있었을텐데. 으....다양성을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의 부재. 내 그릇은 이미 너무 좁고 딱딱했다.
[그래도 나에게는 로맨틱]/하정아/voozfirm/2009/39쪽
인도의 골목골목이 언제나 축제 같아 보이는 건, 이것들 때문이 아닐까. 거의 모든 것들을 딱 한번 쓸 만큼만 포장해서 한 개씩 떼어 파는 '줄줄이 시스템'
....내 마음도 이제 조금씩 조금씩 나누어 일회용 포장을 해둘까 합니다.
....줄줄이 시스쳄의 법칙만 잘 지켜 준다면.
저는 언제나 같은 양, 같은 질, 같은 포장의 마음을 드리겠습니다.
[그래도 나에게는 로맨틱]/하정아/voozfirm/2009/72-75.
뭔가 인도를 여행한다고 했을 때 딱 떠오르는 이미지랄까. 하여간 그런 친구들이 꼭 하고 있는 것이 또 바로 요 손목 끈이다.그 만큼 간지쟁이들에겐 꼭 필요한 필수 아이템. 빨간색이나 까만 끈 하나 닥 걸치고 있으면 무너가 나 여행 좀 한 사람이야라는 내공이 느껴지면서 함부로 할 수 없는 카리스마 후끈.
...그로부터 일주일쯤 지나자 이 끈을 풀고 싶어 미칠 것 같은 거다.[#자꾸 더러워지니까]
...근데 싹둑 잘라버리지느 못하겟다는 거다. 신의 축복 어쩌고 그런 소릴 들어서 그런지...인도 친구에게 내 속사정을 털어 놓았다.
그랬더니, 나를 물끄러미 보고는 그러는거다.
.."그러 왜 참아? 그냥 빼버려."
니가 불편하고 거추장스럽고 괴로워 죽겠는데 신이 다 무슨 소용이고 럭키가 뭔 상관이나며.
니 마음 편하게 사는 게 신의 축복이고, 행복이고 행운이지.
그게 없고서, 설사 얻는 게 있다해도 그게 또 뭐 그리 의미가 있겠냐며.
[그래도 나에게는 로맨틱]/하정아/voozfirm/2009/88-91
코코넛의 진정한 하이라이트는 그 국물을 다 먹고 나서이다."다 먹었어요~하면서 코코넛을 아저씨한테 건네면, 큰 낫을 휘둘러 코코넛을 반으로 짝 쪼갠다. 그러면 그 안에는 "말라이"라고 하는 하는 과육이 고요히, 얌전히, 순결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도 나에게는 로맨틱]/하정아/voozfirm/2009/118
#[엘로라와 아잔타의 석굴사원에 부처들이 많이 훼손되어 사람들이 찾아오지 않을까 필자는 걱정한다.]
그렇게 사람들은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신이란 '신이라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팔이 있고 없고, 그 꼴이 성하고 안 성하고가 중요한 한 것은 아니라는 것.
그들은 불구의 몸을 보는 것이 아니라
불구의 몸안에 있는 그들의 신을 보고 있는 것이기에.
...
진짜 당신은 어떤 당신이냐 하는 것만이 진짜로 남는 것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로맨틱]/하정아/voozfirm/2009/129쪽
부디 여행지에서 만나는 사람들이여.
엄마가 아닌 다음에야 세상에 당신을 위해 당연히 희생해주는 사람은 없다. 운 좋게도 힘든 시기에 고마운 도움을 받게 되었다면 그 도움이 크든 작든 고맙다는 말한마디쯤은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자.
여행하다보면 힘들고 쪼들리는 것 다들 똑같다. 그러니까 여행을 하면서 더 배워가는게 아니겠는가. '내 처지가 힘드니까, 남 처지도 당연히 힘들체지.'라는 생각쯤은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래 고맙다 미안하다는 말을 정 못하겠다면
최소한 네가 고마워하지 않는다는 걸 들키지라도 말라.
먹고 떨어지겠다는 그 표정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빠지니까.
도움은 못 줄망정 적어도 재는 뿌리지 말아야 할 거 아닌가. 남의 여행에.
고마워 한마디가 얼마나 사람을 유연하게 만드는지 그말에 배고파 보니까 알겠다.
[그래도 나에게는 로맨틱]/하정아/voozfirm/2009/163-164
"인도가 그렇게 더워? 얼마나 더운데?"라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답할 수 있다.
"오줌이 안 나올 정도로 덥다."라고.
[그래도 나에게는 로맨틱]/하정아/voozfirm/2009/186쪽
#[필자가 자이살메르 사막 낙타 사파리 리더 장보고가 꼬질꾀질한 수첩에 한글 단어를 써서 한글공부를 열심힌 하는 것은 본다.]
일등과 이등 사이에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일등은 밥 먹고, 똥 싸고, 자고, 거기에다 '플러스 알파'를 지금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나에게는 로맨틱]/하정아/voozfirm/2009/192쪽
#[필자가 자기 나이 또래의(30살) 여인이 바라나시 화장장에서 2시간만에 없어지는 모습을 보고 있다.]
잘 사는 상태가 되기 위해 애쓰며 살아왔어.
언제가는 그날이 오겠지 하며 참았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내가 할 일은
잘 살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그냥 잘 사는거야.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게 아니라, 지금 행복하는 거야.
숙소도 싸고, 먹을 것도 싸고, 교통비도 싼, 그 싸다는 인도에 와서
나는 가장 비싼 것을 알아간다.
가장 비싼 것, 내가 숨 쉬고 있다는 그것.
[그래도 나에게는 로맨틱]/하정아/voozfirm/2009/259쪽
#[필자가 인도에 비해 너무 깨끗한(?) 네팔을(사실 내가 생각하기엔 네팔도 그리 깨끗하지 않음) 여행하면서 느낀 것을 씀]
떠나자
진짜 여행을 하기 위해서 일단은 이 여행자 거리를 벗어나자.
선크림 하나 구하려고 온 동네방네, 옆 마을까지 다 돌아다니고,
동네 아줌마네 집에 놀러가서 "또 설사하는 거 아냐?"하며 속으로는
벌벌 떨면서 꼬질꼬질한 잔에 짜이나 감자볶음을 얻어먹자.
신라면은 커녕 제발 털리에 코리엔더(향나는 풀)만은 넣지 말아 달라고 부탁 또 부탁해 가면서.
싸구려 호텔의 시트 썩어가는 냄새를 맡으며 잠들어야 하고
머리를 감다가 갑자기 물이 끊겨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공동욕실에
갇혀 있어야 해.
정말이지
풍족하고 안락한 여행만큼
재미없는 건 없으니.
[그래도 나에게는 로맨틱]/하정아/voozfirm/2009/3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