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경태: 낙엽을 밟으며
갈바람에
우수수 우수수
해쓱한 나뭇잎이 무수히 흩날립니다.
돌개바람에
스르렁 스르렁
빛바랜 창호지가 수없이 쏟아집니다.
해도 지고
꽃도 지고
모든 건 지게 마련이지요
어느새 수북한 낙엽을 밟으니
사그락 사그락
울 아부지 속삭임이 귓가를 간질입니다.
두 팔 벌려 벌러덩 드러누우니
바사삭 바사삭
애젖한 내 가슴이 뒤숭숭 흩어집니다.
바위도 부서지고
파도도 부서지고
모든 끝은 부서지게 마련이지요
돌이키면 그랬습니다.
자식이란 열매 영글리느라
빼빼 야위다 기어코 분분히 가셨으니까요
헙수룩한 파산(破散)
난 눈치도 못 챈 채로
짓밟아 부수며 맹한 몽니만 부렸으니까요
개구리 겨울잠 자듯
이파리 거름 쓰이듯
부서진다고 끝이 아니지요
울 아부지 가시고 어언 십 년
해끗해끗 육십줄에 백양사 오르는 길목
메말라 꺼져가는 단풍잎 가없이 살피다가
허공 맴도는 이파리 한 장
두 손으로 곱게 받들어
거기 서린 울 아부지 애연(哀然)한 미소를 봅니다.
이듬해 싹이 움트고
부모대신 자식 살고
끝은 곧 새로운 시작이지요
책장 갈피갈피에 단풍잎
주섬주섬 가다듬어 그러넣으며
올곧이 시작도 못한 내 끝을 곰곰 반추합니다.
가을 끝자락 낙엽을 밟으며
끝은 매듭지어 고이 기리고
시작은 애면글면 새삼스레 그리고자 말입니다.
2022. 11. 16.
별이 쏟아지고 있다
앞산 저 너머에도
별이 쏟아지고 있겠지
시집간 누이가
별 많이 주워 온다고 했는데
철이 세 번 바뀌어도 소식이 없다
아, 뒷산에도 별이 쏟아지고 있는데
누이야, 별 쬐끔만 줍자구나.
2024.11.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