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란 냉혹함과 인자함, 이 모순된 양극을 함께 지니고 있어야 한다.
--- 이나모리 가즈오
유라시아를 정복하고 유럽의 간담을 서늘케 했던 징기스칸은 룰을 강조하는 리더였다.
일단 룰을 정하면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였던 그는, 룰을 지키지 않은 부하를 엄하게 대했다.
그가 몽골의 초원을 통일해가던 무렵이었다.
어느 날, 한 병사가 징기스칸을 찾아왔다.
보초를 서던 도중, 자기도 모르게 깜박 졸았다는 것이었다.
당시 징기스칸은 전군에, ’졸지 말라’는 지시를 내려둔 상태였다.
병사가 조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혼자만의 실책이니 덮어버리면 그만일 일을, 병사는 제 발로 찾아와 눈물로 고백하고 있었다.
그를 지켜보던 징기스칸도 눈물울 훌렸다.
그리고 말했다.
"약속은 약속이다.
아무 일이 없었다고 그대로 넘어기는 것은 원칙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근무 중 졸지 않는다는 것은 우리들의 약속이다.
그대는 군법을 어겼다.
하지만 솔직하게 고백했으니 내 그대의 가족을 평생 돌보겠다."
말을 마친 징기스칸은 부하들에게 명령했다.
"목을 쳐라 !"
부하라면 끔찍하게 아꼈다는 징기스칸의 경우가 아니라도, 역사 속의 리더에게는 늘 비정하고 냉혹한 면이 있다.
평소 스타일을 말하는 게 아니다.
어떤 중대한 결정 앞에 섰을 때, 리더에게는 전체적인 시각에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순간이 온다.
리더의 자리가 외로운 것은 고독한 결정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훈훈한 정이 오가는 일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판단을 내릴 때가 많다.
삼국지에 나오는 제갈공명의 ’읍참마속泣斬馬謖’도 같은 경우에 해당하리라.
전쟁에서 마음씨 좋고 이기지 못하는 장수는 모든 병력을 죽음에 이르게 한다.
병사들을 모두 살아남게 하는 장수가 유능한 장수다.
CEO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존재 이유는 이익이고, CEO의 존재 이유는 이익의 실현이다.
사람 좋으면서 이익을 실현하지 못하고 인재를 키우지 못하는 리더는 이미 가치를 잃은 셈이다.
리더는 냉혹하다.
아니, 냉혹해야 한다.
냉혈한이어서가 아니다.
이 사람에게도 좋고 저 사람에게도 호인好人인 CEO나 리더는 조직을 망친다.
평상시에는 그럭저럭 조직을 끌고 나갈 수 있겠지만, 위기 상황이 오면 호인은 악인이 되고 만다.
결정해야 할 때 결정을 못하는 것은 나쁜 결정을 내리는 것보다 더 나쁘다.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을 망치기 때문이다.
해고 리스트에 사인한 CEO의 진짜 마음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아끼는 마속馬謖을 읍참泣斬한 제갈공명은 정말로 냉혹한 사람이었을까.
서광원 지음 <사장으로 산다는 것> 중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