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해 겨울이었다.
겨울 햇살에 빛나는 월악산 영봉은 찬란한 백설의 왕관을 쓴 듯 화려했다. 차문을 밀고 매운바람 속에서 아득하게 빛나는 영봉을 우러러 보니, 아련한 슬픔이 밀려왔다.
영봉으로 향하는 초입 길에 모처럼 제비나비를 만난다.
어느 해 매서운 겨울바람이 울던 날, 우측 승방에서 쿨럭이던 노스님의 기침 소리가 가슴을 쥐어 뜯고 있었다.
이 암자 옆으로 영봉으로 드는 산문이 열린다.
가파른 철계단이 숨었다 나타났다 반복하면서, 펄펄 끓는 날씨에 사람을 도가니탕으로 만든다. ㅋㅋ
드디어 하봉이다.
어느 해, 형형색색 물든 늦가을 풍광과 하얀 눈이 내린 겨울 풍광은 너무나 이국적이었다.
하봉에 도착하니 온 몸이 땀으로 샤워를 한 듯했다.
중봉으로 향하는 지치는 산길에 조팝꽃이 힘을 내라고 응원을 아끼지 않는다. 영차~영차~ 석등님~ 화이팅~!! ㅎ
자연이 인간을 한없이 보듬어 품어주니 천상을 걷는 듯 잠시 황홀한 푸르름을 느낀다.
생명 없는 생명이 변치 않고, 바람처럼 지나가는 산객에게 그 안부를 묻는다.
저만치 중봉이 이마에 붙고, 저 멀리 영봉이 세상을 관조하는 그윽한 미륵불 같다.
가파른 절벽 사이에 바위덩어리가 위태롭게 걸려 있다.
하봉을 지나서 뒤돌아 본 청풍호의 풍경이 그림같은 푸른 세상을 펼친다.
어느 해 겨울, 저 가파른 능선을 오르던 어느 부부가 떠올랐다.
그해 한겨울 낯선 부부 산객이 자연속으로 녹아드는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천 길 단애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한 발만 헛딛으면 외마디만 남긴 채 밤하늘 별이 된다.
무지막지하게 쏟아지는 햇살속에 쉼없는 발걸음이 이어진다.
중봉 철계단에서 뒤돌아 보니 푸른 바람 한줄기 몸을 훑어 지나간다. 잠시나마 푸른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이다.
중봉에서 펼쳐지는 청풍호의 물길과 저 하늘이 둘이 아닌 하나의 색이요, 빛이다.
저만치 억겁의 거대한 "영봉"이 푸른 비단을 두르고 천금의 무게로 우뚝 섰다.
영봉으로 드는 길에 홀딱 반할 듯한 연초록빛이 이토록 화려하고 아름답다.
드디어 거대한 양기로 우뚝 솟구친 월악의 영봉이 손을 뻗치면 닿을 듯하다.
이제 월악의 영봉이 손끝에 잡힌다.
드디어 밤이면 둥근달이 뜨오르는 영봉靈峯이다.
말이 없는 저 산천은 인간의 관심 밖에서 생사를 넘고 넘어 영원을 타고 무궁으로 흐르고 있다. 어찌 산다는 것에 눈물이 나지 않으리.....,
나는 산에 들면 더없이 평화롭고 편안하여 모든 종류의 욕구나 결핍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것이 내가 폭염을 뚫고 산에 오르는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감사합니다.^^
둥근 달이 뜨는, 월악산 영봉 산행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