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암들이 즐비한 호남의 금강 월출산...
월출산은 탐나는 코스가 많으나 향로봉능선과 양자봉능선,육형제봉에서 뻗어나는 장군봉능선이 미답지라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요즈음 늘푸른님들의 입에 향로봉능선이 자주 오르내린다.
월출산에서 달도 볼겸하여 몇해전 원정을 함께했던 산우를 불러 안내를 받으며 월출산 향로봉에 올랐다.
때마침 늘푸른에서도 하루차를 두고 월출산 산행이 계획되어있다 한다.
올만에 친구도 보고,월출산정의 별도 볼겸하여 토요일 오후나절 향로봉 우능선길로 발을 담근다.
비탐구간의 까칠한 암릉을 박짐으로 올라야 하는 부담도 있었으나 영암에 터를 잡고 월출산을 제집 드나들듯 했을 친구의 안내를 받으며 조심스레 선를 넘는다.
향로봉 정상부에서 조망한 천황봉,
모처럼 가는 비탐길...
요즘들어 그렇게 위험하지도 볼거리도 많은 능선이라 하여 마니아들 사이엔 향로봉능선이 자주 입에 오르내리기도 한다.
향로봉엔 좌,우 두개의 능선을 통하여 정상에 오를수 있다.
산행코스 : 백운동정원 - 향로봉 좌능선 - 향로봉 우능선 갈림길 - 향로봉 - 구정봉갈림길(정규등로) - 구정봉(박지) - 마애여래좌상 - 구정봉 - 바람재 -
경포대통제소 - 백운동정원 ( 약12키로 )
연록의 강진 월출산 녹차밭,
뒤로는 향로봉 우능선이 병풍처럼 펼쳐저 있다.
백운동주차장에서 친구를 기다려 녹차밭옆 희미진 솔밭에 자리를 잡고 조촐한 오찬을 즐긴다.
올만에 만난 친구여서 오랜시간 술잔을 기울여가며 그간의 안부와 옛추억을 섞어가며 시간 가는줄 모르고...
암릉을 타야하는 일정을 망각한체 거나하게 취기가 오른 뒤에야 짐을 꾸린다.
| |
안나푸르나 써킷중 토롱라하이패스 릿지(4,925m)에서 마지막 남은 잎새주잔을 기울이며...(원정 11일차) | 안나푸르나의 설경.. |
옛추억을 소환,
원정중 유일하게 술을 밝히는 불량원정대 2인... ㅎㅎ
( 더블클릭하면 크게 볼수 있습니다 )
임도를 따라 조금 올라가면 계곡을 사이에 두고 향로봉 좌능선 들머리가 나온다.
들머리의 초라한 가림막은 출입하지 말라는 실적표지같기도 하면서 비탐을 하는 산꾼들에게는 명확한 산행 들머리의 이정표가
되기도 한다는 넌센스같은 현실이... 쩝,
산행중 간간히 도움을 주었던 표식지,
오늘의 안내는 당당하게 "비탐바리"란 닉을 붙이고서 정상부까지 안내를 하고 있으며,
향로봉 정상엔 정상표시판도 붙여 놓았다 한다.
누군지는 모르겠으나 대단한 열정과 신념을 가진 산꾼(?)이 아닐런지...
들머리에서 부드러운 흙을 밟으며 첫번째 조망터에 도착한다.
정면으로 월각산이, 뒤로는 별뫼,가학,흑석능선을 사이에 두고 멀리 두륜산,주작,덕룡이 하늘과 맞다아 있다.
숲을 헤치고 하늘이 보일즈음 암릉이 시작된다.
녹차밭에서 오르는 향로봉 좌능선...
녹차밭을 좌,우로 두고 백운동주차장엔 건축공사가 한창이다.
좌측으로는 월남저수지가 제법 크게 자리하고 있다.
향로봉 우능선... 우측 뒤로는 양자봉이 보인다.
지나친 기우였을까?
여느 비탐구간이 그러했듯 많은 산객들이 찿은듯 향로봉으로 오르는 샛길 또한 왠만한 정규 등로처럼 선명하게 그어져 있다.
들머리정도만 확인하고 출발하면 초보산꾼이 아니고서는 혼자서도 충분히 향로봉 오르는 등로를 찾아갈수 있을듯 하다.
능선 중반부 까지의 등로는 바위를 사이에 두고 마사토가 깔려있어 걸음하기가 수월하다.
친구의 길라잡이 덕분에 향로봉 5부능선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이제는 친구와 헤어져야할 시간이다.
아쉬운 마음에 이별주로 쏘주한잔씩을 나누어 마시며 못다한 이야기를 미루고 친구를 내려 보낸다.
칼날 능선 오름길을 올려다 본다.
끝점까지 이어지는 향로봉능선의 앙칼진 바위군들...
칼날능선과 같은 곳에서 선명한 길을 따르다보면 난감한 암벽과 살떨리는 바위능선길을 만나게 되는데 그때는 아까운 알바시간이라 고민하지 말고 무조건 되돌아서 "우회등로를 찾아야 한다"는 친구의 조언을 되새기며 조심스럽게 발길을 옮긴다.
능선을 오르다 친구의 부름에 뒤돌아 본다.
"무리하지 말고,무슨일 있으면 연락하라"는 친구의 응원을 받으며 정상으로...
"십자바위"앞에서 성호를 그리며 힘을 돋운다.
오던길을 뒤돌아 본다.
멀리 두륜산,주작,덕룡산이 시원스레 마루금을 그으며 하늘과 맞다아 있다.
본격적인 향로봉 오름길의 칼날능선을 목전에 두고...
정면 암봉 뒷쪽(왼쪽 뾰쪽 봉우리)은 월각산으로 지루한 산능선을 따라 주지봉과 문필봉을 넘어서 도갑사까지 이어지는 능선길이다.
무슨 연유로 그곳까지 월출산 국립공원 범주에 들어가는지는 모를 일이나 어쨌든간 비탐샛기로 애호가들 사이에 인기가 있다 한다.
내게 기회는 요원 하겠지...??
향로봉 오름길의 칼날능선,
암봉을 피해 요리조리 갈수 있는데로...험해지면 우회를 해야 한다.
슬램구간이 많은지라 짧은 자일 하나쯤 지참한다면 훨씬 더 안전하고 재미난 산행을 할수있을듯 하다.
우측 바위 위에 사자(?) 한마리가 잔뜩 웅크리고 있네?
악어(?)를 올라탄 비얌??
향로봉 좌능선 상단부에 이르면 본격적인 현란한 바위들이 무리지어 꽃을 피운듯 요란하다.
그러나 해가 어느덧 기다란 암봉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조급해진 산객의 마음에 "어찌 이런 길을 찾아서 올라 다녔을까..?" 하는 자조섞인 넉두리가 새어 나온다.
멀리 향로봉 좌우능선 분기골이 보이고...
빛을 받은 암봉들은 제각기 자신의 몸매를 뽐내고 있다.
향로봉 좌우능선 분기점 부근에 자리잡은 불독바위(?) , 정말 못생긴 불독처럼 생겼다.
차라리 이중섭 작가의 "소"를 연상케 하는 형상이...
누구든 향로봉을 찿는자 여기 바위협곡도 올라야 한다.
다행이 바위는 까칠해서 미끄럽지 않고 손쉽게 오름할수 있다.
게다가 길을 잃을만한 곳에는 고맙게도 파란 화살표로 길 안내를 해 두었다.
산행 시그널은 공단에서 간간히 제거를 하는 모양인지 많이 보이질 않지만 이런 페인트 이정표는 어찌할수 없음인지...
암봉 우회하랴...
사진에 비경 담으랴...
뒤처진 나를 애처럽게 불러 한컷을 남긴다.(with,여우비)
우능선 가장자리에 선돌이...
이 선돌은 첫 조망바위에서부터 분기능선으로 갈때까지 시계 중심축처럼 계속해서 다양한 모습으로 눈에 뛴다.
오던길을 뒤돌아 보고...
강진군 월남뜰과 월남저수지,그리고 우측멀리 성전면이 보인다.
우능선쪽 귀암들...
무명 귀암들...
석주들이 위태롭게 서있다.
거북바위?
독수리바위??
돌고래머리???
향로봉능선 조망바위에서...
암릉을 따라 끝으로 도갑사로 내려가는 미왕재가 나오고,미왕재 뒷쪽으로는 주지봉이 우뚝하다.
향로봉 정상부...
향로봉 정상부에서 보이는 도갑사 방향 계곡...
뒤로는 한발짝 거리를 두고 노적봉이 또다른 월출산의 비경을 담고 있다.
탐방중 가장 힘들었던 절벽구간,
베낭은 왜그렇게 무겁던지...
힘들게 절벽구간을 오른뒤 숨을 고르고 오던길을 뒤돌아 본다.
말안장처럼 느슨한 능선길을 타고 넘나드는 귀암들...
향로봉정상 9부능선쯤...?
이곳까지 올라오면 이제 향로봉은 다 올라왔겠지 싶겠지만 아직도 난해한 길을 한참을 더 가야한다.
향로봉은 좌측 가장 높은곳 두리뭉실한 육산 봉우리가 정상이다.
해는 한뼘정도 남겨져 있고,
향로봉 정상까지 가는 것도 족히 1시간은 걸리지 싶다.
친구를 믿고 넘 오래 놀았나?
하는 좀더 일찍 서두르지 못한 후회가 엄습해 온다.
그래도 비경은 비경!!
걱정도 잠시,
우능선 쪽으로 고개를 돌려 석양에 빛을 받아 양각이 뚜렸해진 형형의 귀암들을 눈으로 담는다.
칼날능선 끝점까지 우회해서 오르고나면 보이는 칼날능선의 아름다움이 현기증이 나게 한다.
가끔은 이 앙칼진 칼날능선의 위태한 바위를 타고 오르 내리는 용감한 이들도 있다던데...
아무리 휘돌로 보아도 도무지 접근할수 있는 공간이 없어보인다.
괜한 욕심으로 발을 들여 놓았다가는 정영 오도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눈물나는 후회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오늘은 위태롭거나 난감한 절벽을 만나면 과감하게 되돌아 나왔다.
괜한 욕심을 부리지 않았던 것, 백벅 천번 잘 한일이지 싶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하는게 싫어지는 요즘이고 보면
이제 이런 비법정 샛길 탐방도 그만 둘 때가 가까워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월출산 향로봉 능선길...( 2 ) 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