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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에는 욕망을 갖지말자.
욕망이란 채워도 불행하고
채우지 못해도 불행하다.
그러나 당신이 젊은이라면
기꺼이 야망을 가져라.
야망을 가지고 있는 동안에는
늘 도전하고 결과를 꿈꾸며
행복해 할 수 있으니까.
아침에 눈을 뜬 순간부터 잠자리에 드는 시간까지
거의 잠시도 쉬지 않고 비가 온다.
겨울비 치고는 끈질기다.
다행히 빗줄기가 거칠 지 않고 세차지도 않다.
이런 날에 괜히 내 안에서 잠자는 여인을 깨운다.
그녀는 늘 내 안에서 잠을 잔다.
몸과 마음이 고단 할 때에도 그리고
환희에 가득 차 있는 날에도 늘 내 곁에서 아니
내 안에서 잠을 잔다.
그런 그녀가 오늘은 더욱 사랑스럽다.
전혀 거 하지도 않은
그렇다고 아주 초라하지도 않은 아침 밥을 비운 후
비가 오는 날 임에도 아랑곳 않고 거리로 나선다.
거실 창으로 바라보던 것과는 사뭇 다르게
빗줄기도 제법 굵고 바람도 함께 너울 거리며
옷자락을 스쳐 지나 간다.
큰 길을 얼른 피해 지하도를 찾아 갔다.
자갈치역에서 남포역을 거쳐 중앙동 역까지 이어진 지하 상가.
이런 날엔 지하 상가의 진열된 상품들을 기웃거리며 걸어도 좋고
운동삼아 바삐 걸어도 좋다.
왕복을 걷고 나면 지하철 네 정류소를 걷게 되는 셈이니
어지간히 운동도 된다.
만약에 땀이 많이 나는 체질이라면 등에 흘러내려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다행히 소음인은 거의 그럴 일이 없다.
그리고 난 후 찾아 들어 간 카페.
걷기 운동을 하고 난 후의 목마름을 달래 주는 커피 한 잔.
중독 수준은 아니지만 하루 한 두 잔은 마셔 줘야 직성이 풀린다.
종일 내리는 비라고는 하지만
다행히 한 번씩은 짧은 시간이긴 하나
고맙게도 비가 멈춰 주기도 한다.
육상의 길을 걷기 좋게.
역시 지하보다 지상의 공기가 상쾌하고 좋다.
자동차의 매연이 여기저기서 뿜어대긴 하지만
꽉 막힌 지하보다 훨씬 살기좋은 세상이다.
비가 오는 탓일까.
갑자기 먹거리가 땡긴다.
통닭?
파전?
족발?
다 먹고 싶지만 가장 먼저 눈에 띈게 족발이고
족발거리를 지나면서 생각난 게 식성이다.
간단한 소주 한 잔과 함께.
혼술.
많이 해 봐야 두 잔이나 세 잔 정도.
나머진 남겨야 하니 좀 아깝긴 하다.
그래도 맛있게 먹으면 뭐든지 본전은 한다.
기름이 자르르하게 번져 나오는 오늘의 족발이 그러 하다.
비오는 날의 족발과 혼술.
제법 그럴 듯 하다.
만약 내가 젊은이거나 중년이라면
자신이 좀 더 멋져 보였을 텐데.
지금의 나를 잘났다거나 멋지다고 보는 사람은
주변에 한 명도 없다.
나이보다 동안이라고 보는 사람도 없다.
그저 딱 그 나이 그 모습으로 보아 준다.
사람의 습성이 그렇다지.
자신은 남들보다 최소 두어 살 어려 보인다고 생각하고
다른 사람은 나이보다 두 세살 더 들어 보인다고 여기고.
그렇다면 동갑인 두 사람은 자신과 타인 사이의 나이 차를
몇 살로 볼까..^^
참 다행이다.
내 자신도 남도 내 나이로 보고 보아 주는 게.
저녁 삼아 혼술과 함께 족발 몇 점 먹고
바닷가 따라 거닐며 집으로 오는 길.
비록 이 시간 내 주위에 사람 하나 없다고 해도
외롭지 않아 다행이다.
더구나
이처럼 마지막 겨울비가 내리는 날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