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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차 삭발결의자 이종광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 한뇌협 경산지회
이종광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의 삭발 전 모습. '장애인권리예산 쟁취'라는 머리띠를 두르고 있다. 사진 이슬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활동가들이 3월 30일부터 4월 20일 ‘장애인차별철폐의 날’까지 장애인권리예산 보장에 대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 답변을 촉구하며 매일 아침 8시, 삭발 투쟁을 합니다. 장소는 인수위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3호선 경복궁역 7-1 승강장(안국역 방향)입니다. 비마이너는 삭발 투쟁을 하는 장애인 활동가들의 투쟁결의문을 싣습니다.
이종광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이 AAC를 통해 발언하고 있다. 손마디마다 굳은 살이 있다. 사진 이슬하
안녕하세요, 저는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 한뇌협 경산지회 이종광입니다.
저는 제가 사는 경북의 처참한 이동권 현실을 말하고 싶습니다. 경북은 전국에서 이동권 꼴찌 지역입니다. 지하철이 하나도 없고, 장애인콜택시, 저상버스도 턱없이 부족합니다. 기차도 다 다니지 않습니다. 경북 경산에는 장애인콜택시가 고작 21대뿐입니다. 아침마다 장애인콜택시를 이용하려고 매일 아침 전화를 20번~30번 해도 접수조차 제때 하기 어렵습니다. 이동조차 못 하는 현실은 우리를 세상에 없는 존재로 살도록 강요합니다. 저상버스는 겨우 23개 시군 중 10개 도시밖에 다니지 않습니다.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해 이용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누군가 공기처럼 누리는 이동의 자유는 우리에게 다른 세계 이야기일 뿐입니다.
그나마 형편이 가장 낫다고 하는 서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장애인은 이동조차 목숨 걸고 해야 하는 현실이 십수 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16년 전 고등학교 때 목발을 짚고 서울 지하철에 탑승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 틈이 넓어서 목발이 틈에 빠져 큰 사고를 당할 뻔했습니다. 전동휠체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전동휠체어를 탄 채로 지하철을 이용하다가 틈이 넓어서 앞바퀴가 빠져 부러지기도 했습니다.
저의 본가는 경기도 의왕시입니다. 한 달에 한 번 정도라도 고향으로 가서 부모님을 뵙고 싶지만, 휠체어를 탄 제가 의왕시로 갈 수 있는 방법은 기차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기차도 많지 않습니다. 의왕시 장애인콜택시는 이틀 전에 예약해야 하고, 서울장애인콜택시는 안양까지만 운행해 안양에서 내려 전동휠체어로 의왕시까지 40분을 달려가야 합니다. 비장애인은 버스, 택시 등 여러 교통수단을 타고 어디라도 갈 수 있지만 장애인들은 탈 수 없습니다. 장애인을 최소한의 이동조차 못 하게 가로막는 사회는 장애인의 존재를 철저히 지우고 있습니다.
이종광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이 삭발하고 있다. 사진 이슬하
잘린 머리카락이 얼굴과 머리에 흐트러져 있다. 이종광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의 눈가에는 눈물이 맺혔다. 사진 이슬하
헌법 제1조 제2항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저는 묻고 싶습니다. 장애인은 국민입니까? 동등한 시민이 맞습니까? 왜 우리 존재를 지우고, 배제합니까? 이동도 못 하고, 교육도 못 받고, 오로지 시설이나 방구석에서만 살도록 하는 사회에 묻고 싶습니다.
같이 살고 싶습니다. 당연한 권리를 보장받고, 배우고, 움직이고, 투표하고, 사람도 만나면서 너무나 당연한 권리를 되찾기 위해 우리는 오늘도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이 정도면 많이 좋아지지 않느냐고 합니다. 어떻게 100% 다 갖출 수 있겠느냐, 이쯤에서 그만하라며 침묵할 것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이렇게 멈출 일이 아닙니다. 누구나 누려야 할 행복한 삶이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박탈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이유로 시설에 가야 하는 삶은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조건이 마련되어 있다면 그 누구도 시설을 선호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것입니다. 더 이상 시설과 방구석에서 고립된 삶을 강요하지 마십시오. 지역사회 구성원으로, 동등한 시민으로 평범한 일상을 누리며 살고 싶습니다.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당연한 권리를 지금 당장 보장하십시오.
삭발 후 붉어진 얼굴로, 머리카락이 담긴 상자를 들어보이는 이종광 경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 사진 이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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