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꿈
미국의 마틴 루터 킹 목사는 비폭력 저항 운동으로 흑백 차별 철폐의 물꼬를 튼 인물입니다. 그는 1963년 워싱턴 링컨 기념관 앞에 운집한 25만 군중에게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라는 제목의 유명한 연설을 하였습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조지아주의 붉은 언덕에서 노예의 후손들과 노예 주인의 후손들이 형제처럼 손을 맞잡고 나란히 앉게 되는 꿈입니다.…
내 아이들이 피부색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지 않고 인격을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하는 나라에서 살게 되는 꿈입니다.”
킹 목사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동분서주하다가 1968년에 반대자의 총에 맞아 목숨을 잃습니다. 하지만 그의 꿈은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심어졌고, 마침내 흑백차별의 높은 벽이 무너집니다. 킹 목사가 꿈꾸던 그 나라는 바로 예수님이 꿈꾸시던 하느님의 나라와 맥이 닿아있습니다.
하느님의 나라란 하느님의 자비가 두루두루 미쳐서 인간을 속박하는 모든 세력, 곧 병고와 악령, 불의와 억압이 사라지는 나라, 모두가 형제자매가 되어 행복하게 되는 나라입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가 먼 미래의 것이 아니라 이미 당신과 함께 시작되었다는 것을 알려주시고자 병자들을 고쳐주시고 마귀를 쫓아내셨습니다.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셨습니 다. 하느님 나라의 전파에 필요한 힘을 얻고자 새벽에 홀로 외딴곳에 가서 기도하시곤 했습니다. 또한 곳곳에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안주하기를 포기하고 거듭 길을 떠나십니다. “다른 이웃 고을들을 찾아가자. 그곳에도 내가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마르 1,38)
예수님은 하느님의 나라를 위해 자신을 온전히 내놓으셨고, 마지막에는 십자가에서 당신 목숨까지 바치셨습니 다. 십자가 죽음으로 예수님의 꿈이 무산된 듯이 보였지만, 그분의 부활로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은 제자들을 통해 다시 활기차게 전파됩니다. 사도 바오로도 그들 중 하나입 니다. 그는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었고, 약한 이들을 얻기 위해서는 기꺼이 약한 사람이 되었다고 고백합니다. 예수님의 꿈을 실현 하기 위해 자신을 기꺼이 내어놓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된 것입니다.(제2독서)
예수님의 꿈, 사도들을 통해 이어졌던 그 꿈은 우리를 통해 계속 전파되어야 합니다. 오늘날도 욥처럼 고통 속에서 매일의 삶을 고역으로 여기면서 희망 없이 사는 이들이 많습니다.(제1독서)
예수님은 우리가 이들에게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 곧 ‘자비로운 하느님이 바로 너희 곁에 계시다’는 복음을 전하기를 원하십니다. 또한 우리의 손과 발을 통해 병들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하느님의 자비로운 현존이 구체적으로 전해지기를 바라십니다. 예수님의 마음이 우리의 마음이 되고, 그분의 꿈이 우리의 꿈이 되면 좋겠습니다.
- 손희송 베네딕토 주교 / 서울대교구 총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