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도집경(六度集經) 제5권 ★
(吳康居國沙門) 강승회(康僧會) 한역:한길로 번역
3. 인욕도무극장(忍辱度無極章) ☞第 46 章☜-1
예전에 보살이 큰 나라의 왕이 되어서 항상 4무량심[四等]으로써 중생을 길러서 보호하니, 명성이 원근에 떨쳐서 덕을 찬탄하지 않은 이가 없었다.
외삼촌도 또한 왕이 되어서 다른 나라에 있었는데, 성품이 탐욕스럽고 염치가 없으며 흉포함으로써 강건함을 삼았다. 보살들이, 보살이 하늘 땅의 은혜를 품은 것을 모두 찬탄하니, 거짓말로 허물을 만들어서 비방하고 군사를 일으켜서 보살의 나라를 빼앗고자 하였다.
보살의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말하였다.
"차라리 하늘처럼 어진 이에게 천하게 여겨질지언정 승냥이와 이리 같은 이에게 귀한 대접을 받지 않겠다."
백성들이 말하였다.
"차라리 도를 지닌 임금의 가축이 될지언정 무도한 임금의 백성이 되지 않으오리다."
이에 무사를 선발하여 군대를 조직하였다. 국왕이 대에 올라서 군정(軍情)을 사열하다 몸을 돌려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내 한 몸 때문에 백성들의 목숨을 죽일 것인가. 나라가 망하여도 회복하기 어렵지만 사람의 몸도 얻기가 어렵다. 내가 도망하면 국경이 다 편안할 것이니 누구에게 환난이 있으랴."
왕이 왕후와 함께 나라를 버리고 떠나갔다.
외삼촌이 들어와 나라에 처하여 탐욕과 잔악으로써 정사를 하며, 충성되고 곧은 이를 죽이고, 아첨하고 고혹하는 무리를 등용하니, 정치가 가혹하고 백성이 살 수 없어서 원망하는 울음이 서로 따랐고, 옛 임금을 생각하는 것이 마치 효자가 인자한 어버이를 생각하듯 하였다.
왕이 왕후와 함께 산림에서 살았는데 바다에 사특한 용이 있어 왕비의 빛나는 얼굴에 욕심을 품고 바라문으로 화하여 와서 능청스럽게 합장하고 꿇어앉아서 머리를 숙이고 고요히 생각하는 체하니, 도사가 참선을 할 때와 흡사하였다. 왕이 보고 기뻐하여 날마다 과일을 따다가 바쳤다.
용이, 왕이 나간 틈을 타서 왕비를 납치하여 가지고 바다의 제 처소로 돌아가는데, 길이 두 산 사이의 좁은 골짜기를 경유하게 되었다. 거기 큰 새가 있다가 날개를 펴서 길을 막고 용과 한바탕 싸웠다. 용이 천둥과 번개를 일으켜 큰 새의 오른쪽 날개를 쳐서 끊고는 마침내 바다로 돌아갈 수 있었다.
왕이 과일을 따 가지고 돌아오니 그의 아내가 보이지 않았다. 슬퍼서 탄식하였다.
"내가 숙세에 어긋난 행동을 하여서 재앙이 여기까지 온 것인가."
활과 살을 가지고 모든 산을 헤매면서 왕비를 찾아다녔다.
구비구비 흐르는 작은 계곡물을 보고 그 근원에 도달하니 큰 원숭이가 있어 애통해 하였다. 왕이 더욱 처량해져서 물었다.
"너는 또 무엇 때문에 그리 슬퍼하냐?"
원숭이가 대답하였다.
"나는 외삼촌과 함께 왕이었는데 외삼촌의 힘이 세어서 나의 무리를 빼앗아 갔습니다. 억울해도 호소할 곳이 없다오. 그런데 당신은 무슨 일로 이 험한 산에 오셨나요?"
"듣고 보니 너도 나와 같은 처지로다. 나는 게다가 또 아내까지 잃었는데 간 곳을 알지 못하노라."
원숭이가 말하였다.
"당신이 나를 도와 싸워서 나의 무리들을 돌아오게 해주면 당신을 위하여서 함께 찾아 드리리다. 마침내 반드시 찾게 될 것입니다."
왕이 그렇게 하기로 하고 좋다고 하였다.
다음날 원숭이가 외삼촌과 더불어 싸우는데 왕이 활시위에 살을 끼어 겨냥하고 팔과 다리를 벌려 힘을 주니 외삼촌이 멀리서 무서워 어정거리다가 도망하였다.
원숭이 왕이 무리가 돌아오자 무리들에게 명령하였다.
"인간 왕의 왕비가 이 산에서 길을 잃은 모양이다. 너희들은 퍼져서 찾아보라."
원숭이 무리들이 각기 다니다가 날개를 잃은 새를 보았다. 새가 말하였다.
"그대들은 무엇을 찾느냐?"
"인간의 왕이 그 정비(正妃)를 잃었는데 우리가 찾는 것이다."
"용이 도적질하여 갔는데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었다. 지금 바닷속 큰 섬에 있다."
이 말을 하고 새는 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