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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코스트 생존자로 한국전에 참전한 유대인 병사의 이야기
홀로코스트 생존자로 한국전에 참전한 유대인 병사 “티보 루빈 상병”이 반유대주의의 벽을 넘어 미국 정부에서 군인에게 수여하는 최상위 훈장인 명예훈장 "메달 오브 아너(Medal of Honor)"를 수여 받은 것은 2005년으로 한국전이 끝난 후로 무려 52년이 지나서입니다.
“티보 루빈 상병 이야기”
1929년 헝가리에서 유대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루빈은 6남매 중 한 명이었습니다. 1944년 초, 루빈의 형 미클로스는 강제징용으로 징집되었고, 동생 에머리는 징집을 피하려고 친구와 함께 고향을 떠났습니다. 하지만 에머리와 그의 친구는 기차역에서 체포되어 마우트하우젠 강제 수용소로 보내졌습니다.
루빈은 아직 15세도 되지 않은 3월에 집을 떠나 스위스의 안전한 곳으로 피하려 했습니다. 나치를 피해 도망치던 폴란드인 남성들과 함께 여행하던 루빈은 여행 2주 만에 이탈리아와 스위스 국경 근처에서 체포되었습니다. 루빈은 마우트하우젠으로 보내졌고, 동생 에머리가 그곳에 있었지만, 겨울이 되어서야 형제는 재회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남은 루빈의 가족은 1944년 아우슈비츠로 보내졌고, 그해에 사망했습니다.
<사진 설명: 마우트하우젠에서 수감자들은 의학 실험부터 심한 육체 노동, 심지어 강제 운동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류의 학대를 경험했습니다. 이곳에서 어린 유대인 수감자들은 도약 놀이를 강요받았습니다. 독일 문서 보관소 이미지: 독일 문서 보관소, Bild 192-048 / CC-BY-SA 3.0.>
1945년 5월 5일, 루빈과 에머리는 미군에 의해 해방되었습니다. 헝가리를 떠나기로 결심한 형제는 독일 포킹의 실향민 수용소로 향했습니다. 이곳에서 티보 루빈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기까지 3년이 걸렸습니다. 그는 1948년 홀로 SS 마린 플래셔 호를 타고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에 정착했습니다.
자신을 마우트하우젠에서 해방시켜 준 미국에 감사한 루빈은 해방 당시 자신과 했던 약속, 즉 "지아이 조"(GI Joe, 미군 병사를 가리키는 속어, Government Issue의 약자로 군용품 등에 붙는 "정부 지급"이란 뜻입니다. 남자의 경우는 G.I. Joe, 여자의 경우는 G.I. Jane이라고 부릅니다)가 되어 보답하고자 미군에 입대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첫 번째 도전은 필수 영어 시험에서 떨어졌고, 이에 좌절하지 않고 1949년에 재도전한 루빈은 동료 응시자들의 도움을 받아 시험에 합격하고 미군에 입대할 수 있었습니다.
1950년 6월, 한국에 전쟁이 발발했습니다. 그해 7월 유엔은 북한군을 몰아내고 평화를 회복하기 위해 한국에 군사 지원을 제공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미 미군은 7월부터 참전을 시작했습니다. 헝가리의 홀로코스트 생존자인 루빈은 미군 병사(아직 미국 시민은 아니지만)가 되어 한국의 최전선에 서게 되었습니다.
제1기병사단 제8기병연대에 소속된 루빈은 동료 병사들이 '악랄한 반유대주의자'로 묘사하는 한 상사의 지휘 아래 있었는데, 이 상사는 루빈에게 가장 위험한 임무를 주기 일쑤였습니다. 한 번은 루빈이 24시간 동안 홀로 언덕을 지키며 북한군의 지속적인 공격을 막아냈습니다. 그는 여러 장교로부터 명예훈장 추천을 받았지만, 상사는 서류 제출을 거부했습니다. 그의 부대원들의 진술서에 따르면 상사는 의도적으로 루빈을 죽이려 했고, 루빈의 종교를 이유로 명예훈장 및 기타 용맹 상 추천을 여러 차례 거부했다고 합니다.
1950년 가을이 되자 루빈의 부대는 전투로 거의 전멸했고 루빈도 여러 차례 부상을 입었습니다. 11월 2일 루빈을 포함해 대부분 병사가 포로로 잡히거나 전사했습니다. 전쟁 포로가 된 절박한 상황에서도 루빈은 살아남는 방법을 알고 있는 경험이 있었습니다. 몇년전 마우트하우젠의 경험이었습니다. 포로들은 루빈이 밤에 수용소를 몰래 빠져나와 적의 보급품 창고에서 식량을 훔쳤다고 증언했습니다. 잡히면 총살당할 수 있다는 위험을 알고 있었지만, 루빈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곧 죽음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수감 중 루빈을 붙잡고 있던 중공군이 그가 여전히 헝가리 시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헝가리는 공산주의 국가였기 때문에 그들은 루빈을 '인민 공화국'으로 돌려보내겠다고 제안했지만, 루빈은 이를 거절했습니다.
감옥에 갇혀 있는 동안 루빈은 항상 동료 포로들을 보살폈습니다. '미츠바(mitzvahs)', 즉 선행을 실천하는 것은 그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었습니다. 동료들의 기록에 따르면 루빈은 생존이 '물질보다 정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으며, 심지어 동료 포로에게 포기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 '약'을 선물로 주면서 생존을 위해 계속 싸우도록 설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그는 하루에 세 번씩 염소 배설물을 알약으로 위장한 약을 주었습니다. 진짜 약을 받고 있다고 확신한 병사는 루빈의 격려에 힘입어 살아남을 힘을 얻었고, 실제로 살아남았습니다.
<사진설명: 담요를 덮고 누운 루빈이 공산군 포로수용소에서 풀려난 후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수용소 생활은 힘들었지만, 그는 성조기 기자들에게 중국인들이 독일인들보다 자신을 훨씬 더 잘 대해줬다고 말했습니다. 성조기의 허가를 받아 사용된 사진: 프랭크 프라이어/ [이미지:8D72CDBD-BEC6-4C86-BA5D-193E8BC25875-436-0000BB67BBD10FDE/1953, 2021 Stars and Stripes, All Rights Reserved.>
2년 반의 포로생활 끝에 루빈과 그의 동료 포로들은 1953년 4월 21일에 풀려났습니다. 자신의 삶 속에서 두 번이나 수용되었던 24세의 루빈은 어린 시절의 거의 4년을 끔찍한 수용소 환경에서 생존을 위해 싸워야 했습니다. 그러나 마우트하우젠 포로로서의 경험은 그에게 불과 5년 후 전쟁 포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독특한 방법을 제공했습니다. 그러한 지식과 동료 포로들을 돌보며 살아남으려는 의지는 40명 이상의 미국 포로들을 살려낸 것입니다.
1953년 11월 27일, 티보 루빈은 미국 시민이 되었습니다. 그는 캘리포니아에 살면서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주류 가게에서 일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전쟁 중 그의 자기희생과 용기에 대한 인정은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1980년대에 루빈과 함께 복무한 동료들이 미군에 항의하기 시작했습니다. 미 의회 의원들도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루빈의 공로가 인정받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습니다. 2002년 국방수권법을 통해 유대계와 히스패닉계 미국인의 전쟁 기록을 검토할 것이 촉구되었고, 인종차별주의로 인해 수훈이 거부된 기록이 있는지를 검토했습니다. 검토 대상 참전용사 중 한 명이 루빈이었습니다.
2005년 9월 25일 백악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76세의 티보 루빈에게 명예훈장을 수여했습니다. 루빈은 자신이 인정받는 것이 유대인 공동체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에 자랑스러워했습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중 유일하게 명예훈장 수상자이기도 한 루빈은 2015년 86세의 나이로 사망했습니다.
그의 명예훈장 표창장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그의 용감하고 이타적인 노력은 40명에 달하는 동료 포로들의 목숨을 구하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했습니다. 전쟁 포로 신분으로 보여준 용감한 행동과 불굴의 용기는 군 복무의 최고 전통에 속하며 자신과 미 육군에 큰 공로를 세운 것입니다."
그의 특별한 용기와 헌신을 기리며 미국 육군협회는 디지털 그래픽 소설 ”Medal of Honor: Tibor Rubin’을 헌정했습니다.
<미 육군의 ”Medal of Honor: Tibor Rubin">
6,25 74주년을 맞아 <월간샤밧>은 연중 특집으로 유대인 한국전 참전 군인에 대한 취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자료들을 발굴하고 정리하여, 이 땅을 지키기 위하여 피 흘린 그분들이 ‘잊혀진 용사’가 되지 않기 위하여 노력하겠습니다.
<월간샤밧>
※마우트하우젠 강제수용소: 오스트리아 마우트하우젠에 세워진 나치의 강제수용소, '노동에 의한 몰살'(Vernichtung durch arbeit)이라는 원칙 아래 운영되었으며, 12만 2천 명에서 33만 명이 이로 인해 사망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한국전쟁 참전 유대인 병사 이야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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