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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세나 활동의 진화, 창조경영과 예술경영을 위한 첫걸음
1. 문화의 경제적 가치와 메세나
지난 대선 때 한국도 그랬고 미국도 그랬고 문제는 경제였다. 그렇게 경제라는 화두가 정치판을 들쑤셔 놓은 지 얼마 안 됐지만, 이제 새로운 화두는 더 이상 경제가 아니라 문화인 듯하다. 마치 21세기를 속도의 시대라고 하는 것을 증명이나 하듯 그렇게 경제라는 단어가 어찌 보면 정반대의 뜻을 가진 문화라는 단어로 전화된 것이다.
사람들은 의문을 갖기 시작한다. 왜 그런 현상이 있었으며, 그럼 이제 경제는 아무 것도 아니란 말인가? 하지만 답도 역시 쉽게 찾게 될 것이다. 마치 콜럼버스의 달걀처럼 ‘문화의 경제적 가치’, ‘문화의 경제성 공학’ 등의 말은 어렵지만 뒤집어보면 간단히 뒤섞여 있는 개념에서 말이다. 그것이 곧 ‘(예술경영을 포함하는) 문화경영’이다.
21세기를 흔히들 문화의 시대, 문화의 세기라고 하는데, 그것은 개인이나 기업, 그리고 국가의 경쟁력이 물질과 기술의 힘에서 감성과 문화의 힘으로 전이되는, 이른바 패러다임 변화(paradigm shift)가 나타나면서 ‘문화기반 경제’(Culture Based Economy)로 진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 문화기반경제에서 이뤄지는 경영이 곧 문화경영이다. 그렇게 21세기는 문화경영이 강조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외치던 말이 한 치도 어긋남 없이, 그러다보니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문화나 예술에도 적용되어버리고 마는 그런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렇다면 문화(예술)경영은 어떻게 하는 것인가? 문화예술에 경제와 경영의 논리를 무작정 적용하여 또 하나의 수익원을 찾아내고 최고의 수익률을 올리면 되는 것인가. 물론 문화예술분야의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그렇게 수익성을 창출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게 문화예술 경영의 한 갈래인 것은 맞다.
그렇다면 다른 기업들, 문화예술 분야의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기업들에게 문화경영이나 예술경영은 불필요한 것일까. 그렇다면 굳이 문화의 시대니 문화의 세기니 하는 말도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기업이 문화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은 창의성과 다양성이다. 그만큼 문화와 예술은 기업을 풍요롭게 만드는 가치를 제공한다.
따라서 기업이 예술과 함께 성장하고 상호 도움을 주는 상생 차원에서 메세나 활동에 대해 새로운 조명이 가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미국의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도 “이제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은 ‘하면 좋은 일’ 이 아닌 비즈니스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 되었다”고 말할 정도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나 윤리경영의 한 요소로서 메세나 활동이 강조되기 시작한 것도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문화경영에 대해 생각해보자. 문화경영이 예술사업을 통해 돈을 버는 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필요조건이라면) 돈 맛만 아는 경제동물에게 문화와 예술의 멋도 알게 하여 건강한(지속가능한) 삶을 살게 하는 것이야말로 충분조건이 되는 것이다.
이런 시대 조류에 따라 기업의 메세나 활동이 지속가능한 경영의 필수요건이 되고 있다. 다행히 우리나라 기업들도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관심과 함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2. 메세나 활동의 개념 및 의의
기업과 문화예술의 만남은 오랜 역사를 가지고 발전해 왔다. 기업의 문화예술후원을 뜻하는 메세나라는 단어가 문화예술가들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로마제국의 정치가 마에케나스(Gaius Clinius Maecenas)의 이름에서 유래하는 것이나, 또한 15세기 문화예술의 부흥시대인 르네상스를 연 것도 메디치가문이 존재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사실, 1966년 미국 체이스맨하탄 은행 회장이었던 데이빗 록펠러(David Rockefeller)가 사회공헌 예산의 일부를 문화예술에 할당할 것을 건의한 것이 메세나의 역사 중 일부를 이룬다는 것 등은 모두가 알고 있는 상식이다.
이러한 역사상의 메세나 역할은 오늘날 기업의 사회 공헌이나 기부(Philanthropy)의 관점에서 이뤄지는 기업메세나 활동과 비슷했다. 주로 기업의 문화예술에 대한 지원을 의미하는 오늘날의 메세나 활동에 있어서도 이러한 전통에 입각하여 기업은 이타주의적 목적으로 문화 및 사회의 여러 분야를 지원하는 활동을 함에 있어서 좋은 일을 하고 만족하는 것 외에 어떠한 반대급부를 기대하지 않는다.
즉, 문화재단, 후원회, 협회를 통한 공연예술, 문학, 문화교육, 미술, 영상·뉴 미디어, 공연예술(음악, 연극, 뮤지컬, 무용, 대중음악, 국악)등에 대한 문화예술 지원 사업으로 이 경우 재단이나 기금은 그들의 재산을 운영하여 얻는 수익을 설립 목적에 충족시키는 데 사용한다.
3. 문화마케팅과 메세나 활동의 접목
산업화와 정보화를 넘어 기업의 무한경쟁이 펼쳐지면서 문화예술이 마케팅에 적극 활용되고 있다. 또한 이러한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기업 메세나의 개념도 문화예술을 지원하고 후원하는 소극적 의미의 자선 관점에서 기업과 문화예술의 상생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파트너십의 관점으로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한때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관점이 유럽식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나 중시되는 개념으로 미국식 주주자본주의 모델에서는 그다지 주목받던 적이 있었지만, 윤리경영이 사회적 기업의 지속가능한 경영이라는 새로운 관점이 세계적 기준(global best practice)이 되면서 윤리경영의 일환으로서 메세나 활동을 포함하는 예술경영 또한 주목받기에 이르렀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 이윤창출을 하는 존재라는 관점이 정착되기 시작하면서 그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활동을 통해 보다 큰 가치를 창출한다는 사회공헌 관점을 적극적으로 실현해가는 수단으로서 메세나의 역할도 커졌고, 이처럼 기업메세나 활동이 사회적 기업 관점과 접목되면서 문화마케팅 차원뿐만 아니라 마케팅전략 관점에서도 적극적으로 활용되기에 이른 것이다. 마케팅전략 관점에서 문화마케팅은 기업이 홍보, 광고, 영업, 브랜드, 해외진출 등에 문화예술을 활용하는 모든 활동을 통칭하는데, 최근 삼성전자의 애니모션, 애니스타 등의 활동들이 바로 메세나 개념을 마케팅 전략화한 것이라 하겠다.
이처럼 메세나가 문화마케팅을 넘어 마케팅 전략에 포함되었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경영전략으로 편입되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마케팅 전략이 경영전략의 하위 개념이기 때문이다. 경영전략관점의 문화마케팅이란 기업의 교육, 복지, 인사, 리더십, 투자유치 등의 경영전략에 문화예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활동을 총칭하는데, 특히 문화예술을 활용한 조직문화 활성화는 세계적인 초일류기업들이 앞 다투어 도입하고 있는 새로운 창조경영의 기법이 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사실은 기업경영에 접목해야 하는 문화와 예술의 성격이 무엇이냐 하는 것인데, 결국 문화예술의 안에 담긴 창의성과 다양성, 즉 문화를 구성하는 두 축의 커다란 수레바퀴일 것이며 이는 창조경영의 요소이기도 하다. 따라서 기업의 메세나 또한 이러한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면 창조경영의 패러다임을 쫓아가기 힘들다. 결국 기업경영에서 활용되는 문화예술의 특성은 문화예술의 창의성과 다양성을 활용하여 창의적인 기업문화와 아름다운 고객문화를 만드는 과정이다.
다양한 생각, 다양한 사람, 다양한 이념과 성향들이 모여서 창의적인 문화를 만든다. 2006년 한해를 풍미했던 이른바 ‘창조계급과 창조도시’라는 개념에서 창조경영과 문화예술의 관계성을 찾아 볼 수 있다. ‘창조계급’은 세계적 석학 리차드 플로리다 교수가, 그리고 ‘창조도시’는 영국의 문화계획 컨설팅 조직 COMEDIA 설립자 찰스 랜들리에 의해 최초로 정의한 개념들이다.1)
‘창조계급’이란 우리시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창조성이 요구되는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개념으로, 과학자, 기술자, 디자이너, 작가, 예술가, 음악가, 그밖에 창조적 업무를 주로 담당하고 있는 직군 종사자들이며, 이러한 창조계급이 모여 사는 도시를 뜻하는 것이 ‘창조도시’다. 창조도시란 결국 창조성을 기반으로 자신의 운명을 바꾼 창조도시의 대표적 사례로는 미국의 뉴욕과 오스틴, 아일랜드의 더블린, 독일의 루르,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 폴리스, 일본의 가나자와 등을 들 수 있다.
이들 창조도시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로 구성된 다원화 사회란 공통된 특성을 갖고 있으며 다양성이 충돌하면서 새로운 것이 창조되는 과정을 통해 다양성과 창의성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 한편, 이러한 창조도시에서 이뤄지고 있는 이른바 ‘창조경영’이 문화예술과 어떤 상관관계를 갖고 있는지 보여주기 위해 고안된 개념이 보헤미안지수라고 할 수 있다. 창조계급 개념을 처음 사용한 플로리다 교수가 한 도시(창조도시)의 창조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기 위해 고안한 보헤미안 지수는 한 지역에 화가, 무용가, 작가, 배우 등 예술가들이 얼마나 살고 있는지를 지수화 한 것으로, 하이테크 산업이 밀집한 창조적 중심지의 보헤미안 지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창조계급이 창의성의 원천이고 그 창의성의 정수는 다름 아닌 문화예술이라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2)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결국 기업의 문화가 창의적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문화가 기반이 되어야 하며, 서로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정신이 기본적으로 바탕에 깔려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고, 문화예술은 그러한 창의성을 창조하는 최고의 도구인 셈이다.
바야흐로 창조경영의 시대, 기업의 메세나도 그 600년 역사를 뛰어 넘어 문화마케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이제 예술도 기업이나 누군가의 후원에만 의존하는 메세나 패러다임을 과감히 버리고 상생의 메세나 패러다임으로 전환해야 할 때다. 창조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한 최고의 도구가 예술의 본질에 있음을 인식하고, 그 본질을 기업문화 깊숙이 이식시키는 주체로서 윈윈하면 될 것이다. 예술이 창조경영의 만병통치약이 될 수는 없지만, 이미 문화예술은 창조경영의 매우 훌륭한 도구로 활용되고 있는 만치 서로가 서로에게 창의성의 코드를 선물하는 것이야말로 예술과 기업이 함께 상생하는 것이며, 그것이 곧 예술경영이다. “21세기는 창의성의 정수인 예술과 문화의 융성으로 역사상 가장 풍요롭고 가치 있는 삶을 영위할 것”이라는 미래학자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의 말로부터 예술경영이 곧 창조경영이라는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한 차원 진화된 메세나가 그 메신저가 될 것이다.
4. 메세나 활용 사례
문화예술을 사내 인력개발 교육프로그램으로 적극 활용하여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는 세계 최대의 생활용품 기업 유니레버의 경우는 우리나라의 메세나 활동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1999년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문화예술을 활용한 교육프로그램인 카탈리스트(Catalyst)를 도입하였는데 그 성과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말로 하는 대신 연극이나 공연 위주로 진행되는 이 프로그램은 유니레버의 현 자화상을 리얼하게 깨닫게 해 줄 뿐 아니라 개선을 위한 구체적인 행동지침까지 제시해 줌으로써 기존 교육프로그램과 차별화를 꾀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유니레버의 직원들의 표현력과 대화법이 개선되어 사내 의사소통에 커다란 진전을 이뤘을 뿐 아니라 창의력 개발에 바탕이 될 수 있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했다.3)
예술을 활용한 조직문화 활성화 프로그램 중 국내에서 가장 성공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팀버튼(Team Button)은 춤, 음악, 마술, 연극 등이 가진 역동성을 활용하여 혁신적인 조직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설계된 것이다. 팀버튼은 춤과 안무를 활용한 댄스버튼, 음악과 아카펠라를 활용한 뮤직버튼, 마술과 놀이를 활용한 매직버튼, 연극과 공연을 활용한 플레이버튼 등 크게 네 가지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최근 청와대 비서실 혁신교육 프로그램으로 채택된 팀버튼은 총점 5점 만점에 4.6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아 같은 기간 실시되었던 프로그램들 중 최고의 프로그램으로 평가 받았다. 기존의 프로그램을 보다 혁신적으로 발전시켜 문화예술교육을 하나의 새로운 산업교육시장의 브랜드로 자리매김시켰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크다.
아무튼 문화예술계에 대한 기업의 관심과 투자 지원이라는 초보적 단계의 메세나 활동은 이미 시대적 흐름이 된 지금, 이제 우리 기업도 지원과 투자 과정을 보다 객관화할 수 있는 방법과 프로세스를 고민할 때다. 정기적으로 전문가들의 조언을 구하거나, 단편적인 지원 관행에서 벗어나 기업 스스로가 문화경영으로 나아가는 전략적 관점에서 장기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4)
단순한 마케팅이 아니라 경영차원에서 이뤄지는 포스코의 문화예술지원활동이 바로 그런 진화된 개념의 메세나라 하겠다. 문화와 예술을 지역과 연관시켜 지역 화합과 발전을 도모해온 포스코는 서울뿐만 아니라 포항, 광양 등 주변 지역 시민들을 문화행사에 끌어들임으로써 딱딱한 ‘철’과 부드러운 ‘문화’의 만남을 통해 사회와 함께 숨 쉬는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업과 예술계가 장기적인 파트너십을 통해 상호 발전을 추구하는 ‘기업과 예술의 만남(Arts & Business)’이나 문화예술 소외지역을 찾아가 공연해주는 ‘찾아가는 메세나’ 사업이 바로 그런 사례다.5)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를 포스코의 문화예술지원활동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포스코의 경우가 다른 대기업들과 특히 다른 점은 문화예술지원 대상자들을 기다리지 않고 ‘찾아간다’는 데 있다.6) 포스코의 이 같은 ‘찾아가는 문화예술지원’활동은 지난 2004년부터 시작됐다. 전국 주요 대학을 찾아가는 메세나활동인 포스코 캠퍼스 심포니 페스티벌을 통해 자연스럽게 대학생뿐 아니라 일반인들에게 문화 체험 기회와 문화를 통한 사회공헌활동의 모범적인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캠퍼스 심포니 페스티벌 활동과 별도로 포스코는 99년부터 서울 사옥인 포스코센터에서 매월 한 차례씩 무료 음악회를 열어 시민들에게 다채롭고 유익한 문화예술을 체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왔는데, 대부분의 기업 문화활동 지원이 일회성 행사로 끝나는 것과 달리 기업 문화예술지원활동의 모범이 되고 있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2003년 중국 현지법인인 포스코차이나 출범을 기념해 다롄, 베이징, 상하이 등 3개 도시에서 금난새 씨가 지휘하는 유라시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을 개최해 중국에서도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음악 뿐 아니다. 메세나 경영을 실천하고 있는 포스코는 문화 마케팅의 선두주자답게 현재 공연장 4곳과 미술관 2곳 등 총 6곳의 문화공연 장소를 운영하면서 지방도시의 문화적 소외감을 해소시켜 주는 역할도 자임하고 있다.특히 포스코는 지난 2006년 8월부터 매주 화요일마다 지역의 역량있는 문화예술단체와 예술인들을 대상으로 수준 높은 공연장소를 제공함으로써 지역 문화ㆍ공연활동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 서울 포스코센터가 매월 한 차례식 서울 시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포스코는 2006년부터 미술작품 지원을 통해 기업 이미지를 제고한다는 방침에 따라 포스코 청암재단의 역할을 기존 장학사업 위주에서 예술 후원사업으로 확대한 바 있다. 포스코 청암재단은 철이나 스테인리스스틸로 만든 조각작품을 대상으로 `포스코 스틸아트 공모전`을 개최하였는바, 예술품의 재료를 철과 스테인리스스틸로 한정시켜 공모한 것은 포스코가 처음이었다.
소통하는 "문화 마케팅을 단순히 공연이나 행사 차원에서 뛰어넘어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 제고와 연결시키고 있다. 이제 포스코와 시민들이 함께 문화를 만들어가는 고품격 문화 마케팅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포스코 관계자의 말에서 진화된 메세나 활동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있다.
이처럼 현장을 찾아 지역사회와 함께 하며, 회사의 컨셉과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접목시키는 방식의 예술경영이야말로 단순한 지원활동으로서의 메세나가 아니라 쌍방향 소통하는 메세나 활동이라 할 수 있으며, 문화마케팅을 넘어 경영전략의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포스코의 예술경영과 또 다른 차원에서 예술과 경영을 잘 접목시킨 사례는 1990년부터 ‘이건음악회’를 개최해오고 있는 이건산업의 경우다. 이건음악회는 기업이 단순히 후원을 하는 게 아니라 직접 기획과 진행까지 하는 규모있는 예술 행사다. 20년 넘게 이어져온 음악회를 처음 시작할 당시 이건산업의 규모나 지금 규모를 생각하더라도 쉽지 않은 일이라는 평이다.
어린 시절부터 음악 애호가였던 이건산업 박영주(68) 회장은 사업장이 있는 인천 지역 사회에 무엇으로 공헌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던 끝에 음악회 아이디어를 생각해냈다. 1990년 첫 행사를 치를 때만 해도 인천의 작은 합판 공장에 불과했던 중소기업인 이건이 대규모 음악회를 매년 여는 것은 쉽지 않았고,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8년 행사는 중단될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지금까지 잘 운영해오면서 메세나의 모범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공장에서 열린 첫 이건음악회가 끝난 뒤 공장문을 나서던 직원과 시민의 행복한 표정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이건음악회가 처음 열리던 날을 박 회장은 그렇게 회상했다. 1998년 IMF당시의 고충에 대해서는 이렇게 회상하고 있다. “당시 출연료로 거액의 달러를 지출할 수 없어 한 해 거를 것을 각오했는데 연주자였던 미국 로드 아일랜드 색소폰 4인조 측에서 선뜻 무료 출연을 약속해 행사를 치를 수 있었다.”
“예술 활동은 기업 이미지 개선에 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훌륭한 인재를 키우는 데도 보탬이 된다”는 것이 박 회장의 예술과 기업경영에 관한 믿음이다. 과거에는 대량 생산 체제에 맞춰 직원을 비슷하게 훈련시켰지만, 변화된 시대에 맞추려면 다양한 소양의 인재가 필요한데 예술경영이 여기에 적합하다는 뜻이다.
또 과거 소득이 낮을 때는 소외계층의 의식주를 돌보는 게 중요했지만, 이런 분야에 대해서는 정부가 기초적인 지원을 하는 요즘에는 예술 활동의 의미가 더 크다는 게 기업의 사회 공헌에 대한 그의 생각이다. “기업의 사회 공헌은 자라나는 세대를 위한 것인데 오늘 날 소외된 계층·지역이 뭘 가장 원하는 지를 봐야 한다.” 과거에는 먹을 것과 입을 것이 문제였다면 오늘날 소외 계층은 인생을 풍요하게 할 예술적 체험·경험·교육이 부족하므로 이런 부분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의 사업 방침도 음악회 못지않게 호흡이 길다. 지난해 초 이건산업은 솔로몬 군도의 조림지에서 조림사업을 구상한 지 23년, 묘목을 심은 지 13년 만에 처음으로 나무를 베었다. 조림 사업의 매출 규모는 아직 크지 않았지만 처음 목재 사업에 나선 20대에 꿈꿨던 ‘씨앗부터 폐목재 재활용까지의 수직 계열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박 회장으로서는 가슴 뿌듯한 결실이었다. “조림을 시작할 때는 생전에 나무를 벨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현지 기후와 토양이 좋아 결실을 봤다”고 말했다.
솔로몬 군도에 조림을 시작할 당시 이건산업은 본격적인 조림 사업에 앞서 주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현지에 문화재단과 병원부터 지었다. 나무를 벤 만큼 새로 심겠다는 약속도 어김없이 지키고 있다. “큰 사업은 덕으로 해야 한다. 나무도 사람도 사업도 결과를 재촉하기보다 물을 주고 관심을 기울이며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고 박 회장은 말했다. 현재 기업과 예술가들을 연결하는 한국 메세나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박 회장의 신념에서 진화된 메세나의 철학을 함께 읽을 수 있다.7)
이와 관련, 한국메세나협의회 회장으로서 그의 사고와 철학은 보다 분명하다. "정부가 문화예술을 진흥하려면 어차피 세금을 걷어야 합니다. 그럴 바에는 기업이 주도적으로 문화예술에 투자하고, 정부는 기업에 대해 상응하는 세제 혜택을 주는 것이 효율적입니다." 2005년 10월부터 박성용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명예회장의 잔여 임기를 이어받아 6대 회장을 맡았던 박 회장은 2009년 6월 26일 임시총회에서 제7대 회장으로 재선임된 뒤 한 말이다.
박 회장은 "일부 기업이 소외계층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문화나눔 사업을 펼치는 것은 참으로 고마운 일"이라며 "어릴 때 받은 예술에 대한 감동이 평생 영향을 끼치고,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준다. 요즘처럼 사회가 정서적으로 각박할 때 무엇보다 문화예술을 통한 감동이 필요하다"고 메세나의 필요성에 말했다. 그리고 "메세나는 우리나라가 문화선진국으로 가는 데 있어 디딤돌 구실을 한다. 더 많은 기업이 메세나 활동에 동참하고, 국민들도 기업들의 문화예술 투자를 호의적으로 격려해주셨으면 한다. 많은 기업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문화예술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들이 뭘 해도 고맙게 생각하지 않는 사회적인 풍토가 있다"는 아쉬움과 함께 관심을 부탁했다.
아울러 그는 향후 메세나협의회 활동과 관련해 "기업과 일반국민 사이의 거리감과 단절감은 기업의 문화 지원을 통해 메우는 것이 가장 좋다"면서 "지금까지 다져온 조직, 체계, 기반을 바탕으로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이 좀 더 활성화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중소기업들의 메세나 참여를 늘리기 위해 ‘중소기업 예술지원 매칭펀드’에 역점을 둬 왔던 그는 도움을 요청하는 곳은 대부분 작고 어려운 예술단체들이라며 "관심 있는 중소기업의 참여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우리나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문화예술 분야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기업은 문화예술 지원에 적극 동참해야 하고, 정부는 이를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기업의 예술 지원에 세제 혜택을 주면 정부 입장에서 당장 세수 감소가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정부가 직접 지원하는 것보다는 사회적 효과가 훨씬 크다는 논리였다.
또한 그는 "상당수 예술단체들은 공연에만 집중하다 보니 마케팅, 경리 등 관리가 허술하다. 기업 경영의 노하수를 전수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겠다"고 문화예술단체에 대한 경영교육도 꼭 하고 싶은 과제로 꼽으면서도 예술단체에 대해서는 쓴소리를 잊지 않았다. "기업이 일반적으로 시혜하던 시대는 지났다. 기업과 예술단체가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예술은 창의성을 키워주고, 감동을 주는 힘을 갖고 있다. 기업도 성장동력의 원천을 예술단체에서 배우고, 예술단체도 경영에 예술이 접목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나름대로 대안을 말했다.8)
최근 한국메세나협의회에서 펼치고 있는 각종 메세나 사업들이 매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기업과 문화예술단체가 본격적으로 서로 손을 잡아야 하는 이때, 메세나를 단순한 예술활동 후원이나 사회적 책임 수행 차원이 아니라 적극적인 마케팅 수단, 더 나아가 경영전략의 일환으로 추진하려는 적극적인 사고가 메세나 활동의 활성화 현상으로 나타난 것이라는 점에서 고무적이라 하겠다.
1)국정브리핑, 2007.1.30.
2)국정브리핑, 2007.1.30.
3)국정브리핑, 2007.1.30.
4)세계일보, 2008. 2. 1
5)세계일보, 2008. 2. 1
6)헤럴드경제, 2006-08-06
7)중앙일보, 2009.10.22
8)매일경제신문, 2009.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