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도진 수묵산수화展
청풍_48x75cm_한지, 수묵_2023
(인사아트센터 3층)
2024. 5. 8(수) ▶ 2024. 5. 13(월)
관람시간 : 10:00~19:00
서울특별시 종로구 인사동길 41-1, 인사아트센터 3층 | T.02-725-0040
https://blog.naver.com/gj-gallery
구천폭포_48x75cm_한지, 수묵_2023
無爲自然의 物我-體를 추구한 실경산수화
노자(老子)는 인위적인 것을 멈추고 자연스럽게 순리대로 흘러가는 것을 도(道)라고 했다. 그의 인간상은 자연과 일치되며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인데, 자연에 순응하며 생활하는 태도를 지니고 자연의 섭리를 따르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가 주장한 이 사상은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무위자연(無爲自然)으로 도가 철학에서 중요한 개념이다. 무위자연이란 인위적인 요소가 가미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자연 또는 그런 이상적인 경지를 의미한다. 이는 단순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러움과 순응을 강조하는 것이며, 인간의 본성과 자연의 본질 사이의 조화를 중시하고 있다.
21세기 현대 사회에서도 무위자연의 원칙은 중요한 가치로 남아있으며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해석되고 적용된다. 그중 산수화에 있어서 무위자연은 인위적 요소의 개입이 최소인 상태로 자연의 풍경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산수화는 사물의 형태와 성질에 충실하면서 느낀 감동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무위자연은 자연의 대상 앞에서 다른 의식의 개입 없이 붓 가는 대로 감각적으로 그리면서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다. 때문에, 산의 맑은 기운을 느끼며 흐르는 물처럼 끊김 없이 일필휘지로 그려낸다. 즉, 화면 앞에 펼쳐있는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과 손끝의 붓 그리고 정신이 삼위일체가 되어 마치 한편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듯 리듬감 있게 그리는 것이다.
여름날 95 x 36cm 한지, 수묵 2023
무위(無爲)는 인위적인 것을 제거하는 것으로, '척하는 것'을 제거하면 진실된 것이 현실로 드러나게 된다. 그림은 화면 안의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는 비움의 과정이다. 특히 여백을 중시하는 동양화는 비움을 통해 형상의 본질에 수렴한다. 본질적 형상을 확립하면 표현의 대상이 거짓 없이 진실한 형의 성질을 띠게 된다. 이러한 실천을 통하여 작품이 완성되었을 때 비로소 일품(逸品)이라 할 수 있다.
자연(自然)은 아무 데도 구속되거나 의지하는 바가 없는 정신의 독립을 의미한다. 사(邪)하고 속(俗)된 것이 없는 상태가 되었을 때 비로소 자연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므로 초월적 경지라고 할 수 있다. 정신이 독립해야 맑은 그림을 그릴 수 있고 심오한 정신세계를 담을 수 있다. 이것은 수양을 통하여 가능한 것이며, 스스로 그러함으로서 어떤 것에도 구속되지 않은 자유로운 세계를 뜻한다. 따라서 무위자연은 거짓 없이 진실함을 나아가며 자신의 내면에 근거한 자유를 얻는 이상적 경지라고 할 수 있다.
폭포_95x36cm_한지, 수묵_2023
무위자연은 모든 행동과 결정을 강요 없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인위적인 노력으로 세상을 바꾸려 하지 않고, 자연의 법칙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것을 강조한 것이다. 계절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는 나무처럼 계곡을 흐르는 물처럼 자연의 법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하는 것이다. 이는 우리가 강박적으로 결과를 통제하려 하지 않고, 현재 순간에 집중하며 살아가야 함을 상기시킨다. 작가가 너무 작품완성에 치중하다 보면 경직되고 과장되어 자연스런 표현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산수화는 계절의 변화와 자연의 이치에 맞게 그려야 어색하지 않다. 아침과 저녁, 밤과 낮의 풍경이 다르기 때문에 공기의 흐름과 운무의 형태를 관찰하고 그려야 한다. 또한, 기압의 차이는 바람을 일으키고, 습기는 구름을 생성하며, 노을은 여운을 남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지만 산의 기운은 봉우리 끝을 향해 깃들어 있다. 그리고 나무와 돌, 토산과 암산의 형태에 따라 산이 지닌 성질이 정해진다. 이렇듯 산수화는 산을 이루는 여러 가지 요소들이 자연스럽게 집합된 결과물이다.
용출봉-능선_95x36cm_한지, 수묵담채_2023
전시공간에 있는 작품은 자연과 분리된 공간에 존재하지만, 무위자연의 본성을 발현한 작품에서 정신적 평온과 안정을 찾으며 작가와 감상자가 교유하는 사유의 공간이 되기를 희망한다. 작가는 자연에 몰입하고 감상자는 그 작품 속을 산책할 때 좋은 작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위자연은 사회적으로는 강제나 지배가 아닌 이해와 협력을 통한 조화로운 공존이며, 환경적으로는 자연을 존중하고 보호하는 태도를 취한다. 또한, 단순히 무위의 삶을 살라는 것이 아니라, 삶과 자연 그리고 주변의 모든 것과 깊은 조화와 연결을 추구하는 것이다. 이 원칙은 우리에게 현재 순간에 더 깊이 연결되고, 인생을 더욱 풍요롭고 의미 있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하고, 세상과 더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삼각산_95x36cm_한지, 수묵담채_2023
천황봉_140x70cm_한지, 수묵담채_2024
사자봉 운무_140x70cm_한지, 수묵_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