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풀무고 실습생으로 온 고등학교 2학년 혜린 학생과 함께 동행하여 이동장터를 시작하였습니다.
어제와 그제, 출장을 나갔다와서 몸이 조금 찌푸둥 했지만,
그럼에도 새롭게 지역을 알아가고 이동장터를 배우려고 온 학생을 위해 힘내서 운행 해보고자 했습니다.
9시 15분,
오늘도 일하다 차를 잡는 어르신,
"울 저짝집 알지? 거기에 카스 작은거 2박스 놓고, 그리고 그 오리농장 아나? 거기엔 하이트 한 박스 두고 와주게나"
한 번에 술을 3박스나 사시는 어르신. 한 곳은 알겠으나, 하이트 배달 할 곳은 잘 모른다고 말씀드리니, 어르신 댁에 놔달라고 하십니다.
어르신 선사하실 물품 받아서 조금 이동 하던 찰나,
오르막길에 있던 어르신도 손짓하시며 차를 잡으십니다.
"울 사돈네 알지? 거기 카스 한 박스 갖다 줘~~" 하십니다.
한 집에만 카스가 벌써 3박스. 무엇을 해주셨길래 온동네 사람들이 술을 선사 해주시나 싶었습니다.
어르신 댁에 도착했을 땐,
어르신께서 주문하신 카스캔 작은 맥주 1박스를 포함해서 총 4박스를 내려놔야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아휴.. 기계값도 주는데 술을 이렇게 주면 내가 참 민망한데.."하시며 고마워하셨습니다 .
마을마다 보면 선사를 주로 많이 받는 집들이 있습니다. 주로 농작업을 도와주거나 다른 일로서 도움을 주시는 일이 있지만, 해당 집이 마을에서는 도움을 나눌 수 있는 중요한 집임을 알 수 있게 됩니다.
9시 45분,
"오늘은 돈이 없어서 못사겠네~" 하시는 어르신.
필요하신것이 있는지 여쭤보니, 사이다랑 콩나물 하나 사시곤 망설이십니다. 갖고 있는 돈 5천원.
어르신깨서는 필요한 물건으로 커피랑 바나나를 추가로 더 고르셨습니다. 조합원은 아니지만, 그동안 외상값을 꾸준하게 잘 갚아와주셨기에 편안하게 외상 해드립니다. 어르신께선 고맙다고 연신 말씀해주시며, 외상값을 기억하십니다.
어르신들이 외상을 더 잘 갚아주시니, 외상을 드려도 걱정이 없습니다.
10시,
불가리스 어머님들이 오늘은 한 집에 계십니다.
약속하신대로 2줄씩 사주시는 어머님들. 한 어머님은 계란도 말씀하십니다. 이것저것 사시며 그래도 점빵차에서 살 수 있는 것들은 읍에 안가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10시 10분,
어르신댁 옆에는 벌들이 웅웅 거리고 있습니다. 지난 해는 왕벌이 와서 벌을 많이 잡았다고 하시는 어르신. 요번에는 벌통에서 꿀을 많이 내셨다고 합니다.
"한 통에 12섭씩 들어가~~ 4통에 꿀 6병 나왔지~~"
무슨 꿀인지 여쭤보니 지난 4월엔 아카시아 꿀을 모았고, 그 이후엔 잡꿀, 그러고 나선 밤꿀을 받았다고 하십니다.
"밤꿀은 삐래~! 그리고 써~ 근데 아카시아 꿀은 투명하고~ 향이 좋아~"
어르신께,
"근데 꿀벌이 아카시아 꽃을 갖고오는지, 밤꽃을 갖고오는지 어떻게 알아요~?" 라고 여쭤보니,
꽃이 피는 시기에 따라 수확하는 종류가 다르다고 하셨습니다.
어르신이 주신 꿀 한 숟가락씩 먹어보니, 아카시아 꿀은 향이 너무 좋고, 밤꿀은 쌉쌀한 맛이 너무 좋았습니다.
어르신 덕분에 오전 피곤함을 개우고, 다시 출발할 수 있었습니다.
10시 30분,
오늘도 어르신께서 손짓하십니다.
무슨 일인가 가보니 어르신께서는 오늘도 다 같이 모여서 고기에 술 한 잔 하고 계셨습니다.
지난번엔 소 머리고기였는데, 오늘은 돼지 목살이었습니다. 목살에 더불어 어르신께서 갓 담근 김치까지. 너무나도 맛있는 조합이었네요.
자리에 앉아서 쌈을 10개가 넘게 먹다보니 어르신께서는
"먹는게 참 이쁘구만~ 더 먹어~~" 하시며 더 많이 썰어주십니다.
어르신 덕분에 오늘 점심 안먹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참 감사했습니다.
11시 40분,
어르신께서 두부 하나, 콩나물 하나, 샤프란 하나를 주문하시며 방 안쪽에서 통 하나를 갖고 오십니다.
"이걸로 좀 바꿀수 있을란가"? 하시는 어르신.
얼핏 봐도 3천원 좀 안되보였는데, 다 털어서 새보니 5천원이 되었습니다.
그러곤 부족한 돈 만원을 다시 주시는 어르신.
돈을 추가로 더 받는 과정에 계산이 헷갈려서 천원만 드렸다가, 아차 싶었습니다.
다해서 15,000원을 받은건데 만원으로 착각했으니 말입니다. 어서 5천원 더 챙겨드리면서 잔돈을 다 갖고왔습니다.
어르신께서도 잔돈이 처리되서 좋으시다며 담에 또 보자고 하십니다.
14시 10분,
점심 이후 손님이 하나도 없다가, 어르신댁까지 오게되었습니다.
오늘은 왠일로 나갈 채비를 다 하신 어르신. 반갑게 저를 보시곤,
"멸치 하나만 더 놓고가~~ 돈 뒀으니~~" 하십니다.
그러곤 추가로 "다시마도 있는가?" 하셔서 있다고 말씀드리니,
바로 계산을 해주십니다.
"나머지는 거기 있으니깐~ 거기 같이 두고 가게~~ 나 버스 왔으니, 갈랑께~" 하시며 가시는 어르신.
어딜 가시는진 모르겠으나 발걸음이 가벼운 어르신의 뒷모습이 즐거워보였습니다.
14시 30분,
오늘따라 중국집에 손님이 많습니다.
"오늘 세개, 세개, 세개 줘요~" 하시는 사장님.
참이슬은 두박스 밖에 없는데, 어쩌나 싶어 여쭤보니,
"울가게는 참이슬을 더 잘먹는것 같어~" 하십니다.
오늘은 세개, 세개, 두개만 놓고 간다고 말씀드리며 다음번에 참이슬도 세박스 갖고 오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14시 40분,
두유 드리러 어르신댁에 갑니다.
"자~ 여기, 아차 그리고 콩나물 세개랑 명태 세개 갖다 줘~ 저기서 좀 사달라고해서~" 하십니다.
아무래도 뒷집 거리가 먼 어르신 댁에서 주문하신듯 싶습니다.
어르신 말씀하신대로 물건 갖다드리고 갈려던 찰나,
"나 담주는 없으니깐, 담주엔 두유 주지마~~" 하십니다.
왠일로 나가시나 싶었는데, 무슨 모임인진 모르겠으나 읍에서 누가 불러서 가신다고 합니다.
외출을 극도로 싫어하셨던 어르신인데, 그래도 이렇게라도 나가시기라도 한다니 한 편으로느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어르신을 움직이신 그 분은 어떤 분인지 궁금해졌습니다.
14시 45분,
"저기 어르신 댁 들렸소?" 하며 들려온 전화 소리.
"전화를 왜케 안받어~~ 어르신이 나왔다는데~~" 하십니다.
아차 싶어서 안간다고 했다가, 어르신이 또 꼭 필요하신것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다시 돌아갑니다.
어르신댁 들리니 어르신이 나오십니다.
"아니 어째 안들리고 간담? 소리도 안들리고~" 하시는 어르신.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며 어르신 필요하신 물건 드립니다. 이번주도 아들이 오는지, 불가리스 한 줄 또 사십니다.
아들이 오는 주간은 어르신도 꼭 점빵을 이용하시나 싶습니다.
15시 10분,
회관에 어르신들이 별로 안계십니다.
어르신들께 여쭤보니, "내 밭들은 다 넘줘버렸지" 하시는 어르신.
일을 하지 않으니, 남는 시간이 무료합니다. 어르신들은 회관에서 작년 수확했던 고구마를 쪄놓고 있으셨는데,
점빵에서 한 어르신이 물건을 다 사고나니 다른 어르신들이 회관에서 나서기 시작하십니다.
점빵차가 오기를 기다리셨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르신께서 주신 고구마 먹고, 이야기를 좀 더 나눠봅니다. 그 덕에 다시 모여서 잠시 이야기를 나눕니다.
누군가 함께 이야기를 하고 같이 먹을 사람이 필요한 어르신들.
그런 시간이 필요하셨구나 싶었습니다.
15시 40분,
어르신이 논 옆에서 앉아계십니다.
한창 논을 트랙터로 갈고 있었습니다. 어르신께서는 오셔서 참 줄거리를 사십니다.
커피 2개, 빵 2개.
그러곤 어르신 필요하신 추가로 사십니다. 돈을 주고 사람과 기계를 쓴다해도, 정을 추가로 더 챙겨줘야하는 것, 그것이 참입니다.
사람사는 일이 계약의 관계로만 끝난다면 그 또한 삭막하겠지요. 우리 어르신들은 일을 부탁하고 돈을 다 줘도 늘 마음을 더 보태시는 것이, 함께사는 미덕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16시,
어르신 댁에 도착하니 두분이 같이 계십니다.
어르신께서는 된장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어찌 읍으로는 배달을 안간대?" 하시는 어르신.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물건을 사셨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지난번 매장으로 된장을 주문하신 읍에 거주하는 조합원 어르신이었습니다. 집에서 조금만 가면 마트인데... 그러다보니 우리 어르신이 대신 사주겠다며 한 통을 사셨습니다. 어르신 댁에도 종종 온다는 어르신. 그 어르신이 지난번 배달 거절했을 때, 아쉬움이 크셨나보다 싶습니다.
"내가 이 된장하고 울집 된장하고 점 섞어서 했는데, 그게 맛난가벼~" 하시는 어르신. 그런 말씀으로 지난번 배달 가지 않음을 위로를 주십니다. 그러곤 요구르트 5줄 또 사시는 어르신.
그러곤 요구르를 함께나눠먹곤,
"재밌는 이야기 잘 했습니다`" 하시는 어르신들에게 우리는 그런정도만 있어도 괜찮겠구나 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하루 중 8시간 이상을 홀로 보내거나, 늘 만났던 사람을 만날텐데 그 시간에서 오는 정서적 무료함, 무능감, 외로움 등이 이렇게도 해소 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오늘도 덕분에 장사를 잘 마쳤습니다. 내일도 즐거운 하루가 될 수 있길 소망하며 오늘 마무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