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안동 권승도1) [又 安東 權丞燾]
화산2)과 낙동강은 높고도 깊은데 華岳洛江峻且深 화악낙강준차심
공3)이 태어나 물․구름․산이 경승되었네3). 公生然後水云岑 공생연후수운잠
고을 선비 말마다 온 마음을 기울여 全心鄕士言言故 전심향사언언고
현손들이 나날이 지금까지 추모하였네. 追慕玄孫日日今 추모현손일일금
애석타, 황량한 숲은 어느 시대의 일인데 可惜荒林何代事 가석황림하대사
산국화 그대로 있다고 대인이 읊조리네. 猶存山菊大人吟 유존산국대인음
옥산 골짜기에 빛이 배나 생긴 유래는 由來玉峽生光倍 유래옥협생광배
새 어락정이 이곳에서 내려다보기 때문이네. 魚樂新亭此地臨 어락신정차지림
1) 권승도 : 경북 의성군 옥산면 입암리, 한학에 해박하여 실업리 등에서 서당을 운영했다.
2) 화산 : 원문 화악(華岳)은 화산을 말한다. 경상북도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있는 산이다. 높이는 460m로 화산에는 취나물·기름나물·잔대 등 산나물이 많고, 찔레꽃·은양지꽃·조개나 물·애기풀 등도 자라고 있다. 화산에는 하회 별신굿 탈놀이에서 강신을 받는 상당(서낭당)이 있다. 상당은 무진년에 태어난 김씨낭자의 어린 넋을 모신 곳으로, 앞에는 사람들이 모여 굿판을 벌일 수 있도록 터를 닦아 놓았고 화산 자락에는 사적 제260호인 병산서원(屛山書院)과 유서깊은 어락정터가 동록에 있다.
3) 공(公) : 김세상(金世商)을 호칭한 말이다. 조선 중기 겸암 류운룡(柳雲龍, 1539 ~ 1601)의 ≪謙菴先生文集≫ 에 “訪魚樂亭。亭在花山東麓下 武人金世商所構。/어락정은 화산의 동쪽 산기슭 아래 있는데 무인 김세상이 지었다.”라 하였다. 이 분이 서애 류성룡의 형이다.
4) 물·구름·산이 경승 되었네 : 원문은 수운잠(水云岑)이다. 아마 이 시를 쓴 권승도는 화산의 경승 중에 하나로 지칭한 말 같다. 이 말의 중국 하북성 승덕피서산장(承德避暑山庄)에 경수운잠(鏡水云岑) 편액(扁額) 글씨가 있는데 이는 강희황제(康熙皇帝)가 쓴 것으로 경수운잠(鏡水云岑)은 강희 36경(康熙三十六景)에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