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원 분 중에 골프장 회원권을 가지고 있거나,
분쟁에 휘말려 있는 분들을 위해서 올해 가을의
경험을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 최근 상황들 -
상당수 골프장들이 영업상의 이유로 부도를 내고,
회생 절차를 신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생 절차에 들어간 골프장들 대부분에서
회원들은 회원권의 10~20프로 내외의 실질적인
현금보상만을 받고, 회원권을 잃고 있습니다.
반대로 사측은 회원권에 대해 10~20프로 금액만
지불하고, 회원권을 소멸시키며,
기존의 은행들 담보를 20~60% 선에서 변제하고,
골프장을 사유화합니다.
제가 회원권을 가진 충청도 한 골프장도
위와 똑 같은 이유와 똑같은 절차로 사측(구경영진)이
부도를 내고, 회생절차를 신청했습니다.
월화수목금토일...
풀타임 꽉차고 있는 골프장이 경영상의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 대해
절대 다수의 회원은 믿지 않았습니다.
다만, 회생절차가 받아들여지지 않아
최종 부도처리 되면, 회원권을 잃는다는 두려움을 안고 있었습니다.
회생안은 일반적으로 사측과 회원들이 만들어 법정에서
다툼을 하게 되고, 승자는 다음과 같은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첫째, 담보권자의 75% 동의
여기서 담보권자란 골프장에 어떤 형식으로든
대출을 해 준 금융기관등을 말합니다.
둘째, 회원권을 소유한 사람들의 66.7% 동의.
회생절차에 들어갔다는 것은 부도가 났다는 것을
의미하고, 이는 담보권자가 100% 대출금액을 받지
못함을 의미합니다.
이들의 동의를 얻기 위해, 사측과 회원들이 만든
임의의단체("비대위"라 하겠습니다.)간에 경쟁이 있게 됩니다.
담보권자들은 당연히 한푼이라도 더 주겠다는
제안자의 손을 들어줍니다.
우리의 경우, 한 금융기관이 80% 가까운 대출을 해 주었기에
이 금융기관을 설득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법정에서 사측이 약간 높은 변재율을
제시했지만, 금융기관이 양쪽의 손을 다 들어주었습니다.
이는 사전에 회원들의 압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즉, 몇프로 더 받겠다고 사측의 손만 들어주면
이천여명의 회원들의 회사와 개인이 주거래 은행을
바꾸겠다는 것이고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했습니다.
이로써 담보권자의 동의는 해결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회원권을 소유한 사람들의 66.7%의 동의를 받는 것입니다.
많은 분들이 이를 쉽게 생각할 수도 있겠습니다.
"아니, 누가 10~30% 제시한 사측의 안에 찬성하겠어?"
그런데 실제는 회원권 소유자의 동의를 받는 것이 더 어렵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법적다툼이 길어지면 언제 끝날 지 모르기에
당장 사측이 제시한 10~30%의 돈이라도 받고
말겠다는 입장을 가진 회원들이 있습니다.
둘째, 법적다툼 끝에 양측의 안이 다 부결되거나,
받아들여진 안이 실행되지 않으면 부도처리가 되고,
그러면 회원권은 휴지조각이 되기에,
지금 얼마라도 받고 말겠다는 회원들이 있습니다.
세째, 사측에서 일부 회원들의 변제율을 달리해 회유하는데, 이때 넘어간
회원들이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 최종 판결 전 2주동안 2%의 회원들이 회유를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회사 명으로 20억원어치의 회원권을 가진 회원이 전액을
변제해주겠다는 회유를 끝까지 물리쳐 주었습니다.
사실 이분이 마음을 바꿨다면 회원들의 안은 받아 들여지지 않았을 수도
있었습니다.
네째, 분쟁 중에 저가에 회원권을 구매한 회원이 있습니다.
우리의 경우는 시간이 감에 따라 사측에서 30% 회원권, 20% 이용권
즉, 50% 변재율을 제시했는데,
1억 짜리를 4천만원에 산 회원 입장에서는 사측의 안을
받기가 쉬워집니다.
즉, 회원권의 종류가 다양해서, 입장이 서로 다를 수 있습니다.
다섯째, 완전 무관심 회원.
어느 쪽의 안에도 무관심한 회원들이 많습니다.
대략 이상의 이유로 인해
회원들이 단합하기가 힘들고, 현금을 흔드는 사측의
안을 받아들여주는 경우가 지금까지 대다수 부도난 골프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제가 작년에 간략하게 조사한 50여군대의 분쟁 골프장에서
대부분 회원들이 졌는데, 그 이유가 바로 회원들의 단합됨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해당 골프장의 한 동호회에서 총무와 회장을 몇년씩 하다보니
회원들의 문의가 많았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냐고...
그래서 조사를 해 보았고, 두 가지 전략을 짰습니다.
제 경우는 비대위도 아니고, 일반 회원으로써 노력한 경우입니다.
첫째, 회원들과 소통을 늘리고, 끊임없이 정보를 교환해서 사측의
회유를 극복하게 한다.
비대위라 하더라도 실제로 발벗고 뛰는 사람은 두세명 뿐이기에
이 사람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비대위와 회원들간의 소통창구 역할을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비대위 핵심인사와 교류하며 식사도 대접하고 지치지 말라 격려하는
것을 잊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회원들에게는 비대위가 하는 일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적극적인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회원들이 속한 다른 모임에도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그 모임의 분위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둘째, 주 담보권자 은행에 대한 설득 작업.
다행이 이 은행과는 지난 20년 동안 거래를 해 왔고, 몇몇 지점장들이나
본부장과도 연락을 계속 하고 있었기에, 이들을 통해 구체적인 회원들의 입장을
전달하였습니다. 그리고 회원들에게도 비슷한 행동을 하도록 촉구했습니다.
회원들의 압박이 매우 주효했다 생각합니다.
그렇게 해서 청주법원에서 사측과 비대위 안의
다툼이 있었고, 결국, 담보권자의 약 86%, 회원권자의
약69%의 동의를 얻어 승리하게 되었습니다.
비대위의 안은 대략 이런 내용입니다.
1. 지주제 퍼블릭 골프장으로 전환.
2. 10년동안 회원권 약23%에 대해 회사채를 발행한다.
(퍼블릭으로 되면, 할인혜택을 줄 수 없습니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회사채를 발행해 10년동안 할인해서 운동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3. 약77% 회원권은 회사 주식으로 전환.
매년 80억의 이익이 예상되기에, 연말에 이를
배당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국 골프장은 앞으로 퍼블릭으로 전환되지만 그 골프장의 주인은 지분을 가진
회원들의 것이 됩니다.
그리고, 회원들의 회원권 권리가 1%도 손실되지 않게 되었습니다.
작년 연말에 처음 회원들이 모였을 때,
한참 촛불 시위가 서울에서 일어나고 있을 때입니다.
예식장을 빌렸는데, 기대와 달리 좌석이 거의 찼습니다.
그리고 첫 모임에 회원권 동의서가 무려 65% 접수되었습니다.
모두가 놀랐습니다.
아마 사측이 더 놀랐을 것입니다.
사측은 우리 골프장과 근접한 곳에서 이런 분쟁이 있었고,
사측이 일방적으로 이긴 곳을 보고
내심 기대를 했을 것이다. (10%에 싹 먹어 버리는...)
이때가 최순실 게이트 조사가 한참 벌어지고 있을 때인데,
한 회원의 말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우리가 가만 있으니, 한 사람이 나라를 망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나부터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분은 2억짜리 회원권을 가진 분이었는데
돈을 잃는 한이 있더라도, 도둑놈에게 골프장을 줄수는
없다는 이 분의 말이 당시 모였던 사람들의
정서를 대변해 주고 있었습니다.
긴 공방 끝에 판사가 회원안이 받아들여졌다는 판결을 읽었을 때
사람들은 모두 일어나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습니다.
여기저기서 기쁨의 흐느낌 소리가 들렸습니다.
왜 사람들은 다른 구호가 아닌 대한민국 만세를 외쳤을 까?
나름 중상층과 상류층으로 살면서도
더 거대한 힘 앞에서 느꼈던 "개인"의 무력함을
싸우는 과정에서 많이들 느껴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더구나 상대방 변호사가 불과 1년 반전에 요건이 미흡했던
사측의 손을 들어준 판사 출신이었기에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가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의가 이기기를 바라는 마음은 간절하지만
그 정의를 실현시키기에 '나'는 한없이 약하게 보였던 시간들...
지난 겨울, 광화문에 모였던 한개두개의 촛불들, 그 촛불을
들었던 사람들의 힘으로 정권마저 교체하는 것을 보았던
회원들은 분명 광화문의 함성에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합니다.
결국 내 소중한 회원권 한표한표를 서로 미약하지만,
하나로 모으고, 어떻게든 그 하나됨을 지키고자 했기에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하나됨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소통.
그 소통을 통해서 공감대를 형성해 가는 것.
이것이 매우 중요함을 깨닫게 해 준 지난 14개월간의
대 장정이었습니다.
첫댓글 대단하십니다. 큰 일을 해 내셨군요. 최근에 퍼블릭으로 전환한 대부분의 골프장은 사측의 요구대로 회원들의 권리를 싼값에 가져가 버렸습니다. 그래도 회원들의 권리를 나쁜 사측으로부터 지킬 수 있게 되어 축하 드립니다. 사측은 얻은게 하나도 없어서 당황했겠습니다.
넘어야 할 큰 산이 3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첫번째 위에서 설명한 법적 싸움에서의 승리. 두번째가 사측의 권리 축소. 세번째가 새로운 경영진 구성. 현재는 두번째까지 넘었습니다. 세번째 단계에서 사측은 경영지분을 크게 확보하고자 할 것입니다. 지금은 이를 막을 구상을 하고 있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오늘 또 한가지 지혜를 배웠습니다.
어쩌면 상식적인 일인데, “나부터라도 권리를 지키겠다”는 마음을 먹으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 생각합니다.
진짜...존경스럽습니다..좋은 선례를 남겨 주셨으니 타의 모범사례가 되실 듯 합니다..^^
저야 거들었을 뿐입니다. 우리를 주시한 골프장들이 많고 지역신문에 보도가 되었으니 영향을 받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역시 사측도 이전보다 더 작전을 치밀하게 짤 것인데요... 회원들이 단합만 할 수 있다면 질 수 없는 개임입니다. ^^.
이러한 사례가 많았다고 알고 있는 데, 회원들로부터 회원재산을 빼앗는 수단으로서, 파산인척하는 것이 사기가 아닐런지요? 이러한 일들이 범죄로서 다루어지지 않는 것이 정상인지요? 경제사범으로 보이는데 말이죠.
여하튼, 포러스님이 이런 사기행각에 대항하여 회원들의 권리를 지켜내신 것은 엊그제 tvn방송의 알뜰신잡에서 유시민이 김대중대통령을 회고하듯, 서생의 도덕심과 장사꾼의 현실인식을 고루 갖춘 것과 같은 보기드문 업적입니다.
포러스님의 골프장에서는 비록 승리하셨으나, 다른 골프장에서의 사례들은 어떠한 지 궁금하고, 걱정스럽습니다.
우리 나라에는 약 500여개의 골프장이 있고, 지금 100여군대에서 분쟁이 발생했고,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입니다.
회계상으로 파산을 신청하는데 내용을 살펴보면 수익을 합법을 가장해서 빼돌리기 때문입니다.
저희를 주시했던 많은 분쟁 골프장들의 다음 횡보는 이전과는 다를 것이라 생각합니다.
@Forus 우리 나라로 표현하심이 옳을듯 합니다.
@프린키피아 고쳤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축하와 격려(3단계)의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짝짝!!!
감사합니다. 집행부를 도와 거드는 일을 할 뿐입니다. ^^.
파산했거나 회생절차를 밟고있는 골프장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포러스님이 진행했던 권리찾기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시금석이 될 사건일 것입니다.
오프모임에서 잠깐 들었지만 애쓰셨고, 축하드립니다^^
사측의 로비력이 개개인보다 월등하기에 대부분 패하고, 이겨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했던 것이 지금까지의 선례였습니다.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지만,
끝까지 좋은 결과를 낳도록 힘써보고자 합니다.
세상은 요지경 이군요.
포러스님과 회원님들 대단하십니다.
마무리 잘 되시리라 믿고 축하드립니다.
정말 요지경은 일이천억 기본적으로 투여되는 골프장을 돈 한푼 않들이고 만들고, 꿀꺽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곳일 수록 고의 부도를 내고 주인인 회원들을 몰아내는 시도를 더 적극적으로 하는 것 같습니다.
공감과 연대의 힘.... 따뜻하고 아름다운 소식이네요... ^^ 멋지십니다.
현실 파악 하기 위한 노력, 그리고 파악된 내용을 소통하고자 하는 노력이 결합되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포러스님은 참 대단합니다. 하는 일 하나하나 민주시민으로 사는 것인데... 그리 쉽지 않은데... 용기없는 소시민으로는 감탄만하네요... 쩝
용기 없기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겁이 많으니 옆 사람 붙잡고 같이 가자고 잘(?) 조르는 편입니다. ^^.
와~~ 생각은 있어도 실행은 별개의 문제인데 대단하십니다
사전에 어려울 것이라고 미리 포기하지 않는 것, 처한 상황을 더불어 같이 조사하는 것...
이 두가지면 문제는 어렵지 않게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버블시대에 만들어졋던 골프장 회원권이
폭락하거나 진짜 경영난으로 폐업했던건 좀 봤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선 고의로 파산신청해서 골프장을 헐값에 인수(?)하는 수단으로 쓰나보군요. 어떤 방법으로 하는진 잘 모르겠습니다만, 상식적으로 보면 일종의 사기인데 법적으론 회피할 구멍들이 많나보네요..
마지막까지 승리하시길 기원합니다.
일본 미야자끼 현의 경우, 인구 130만에 골프장만 70개가 있다가 버블이 꺼지며
30개로 줄었습니다. 여전히 많은 숫자지만, 이중의 몇개를 한국 업체가 인수했고,
한국 방문객이 없으면 영업이 어려울 정도 입니다.
일본의 쉬는 문화 조차 버블을 거치며 변화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국의 경우 일부 골프장은 실제 영업상 문제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고 생각됩니다. 처음 골프장을 지을 때부터 자기돈 '0'으로 시작한
업체도 있습니다. 상당수 업체들의 목적은 회원과 더불어 좋은 시설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의 부도를 내도 책임을 물을 방법이 없습니다.
교회를 다니는 분들 중 대다수가 회계에 관심이 없듯, 골프장 회원들도 운영에 대해서
관심이 없습니다. 이것을 이용해 업체들은 손쉽게 이윤과 자금을 합법을 가정한 비정상적 방법으로
빼돌립니다. 최근까지는 일방적으로 회원들이 피해를 입은 역사였다면, 이번을 계기로 회원들의
행동이 변할 것이라 생각해 봅니다.
승리하도록 끝까지 노력해 보고자 합니다. 감사합니다.
Forus님의 글은 읽을 때마다 감동입니다. 나름 열심히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님의 혜안에는 당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언가 더 큰 일을 맡아야 할 듯합니다. 이렇게 초야에 뭍혀있는 사람을 등용하는 것이 국가의 일일턴데... 휴~~우
감사합니다. 저의 역할은 깨어있는 시민으로서 살아가고, 시민의 한 사람으로써 소통의 공간을 넓고, 편하게 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