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신문 인터뷰]
할 말을 하는 사람, 할 일을 하는 사람
- 김순현(파주경제 시민포럼 대표)
김순현(전. 파주신문 발행인) 씨는 문산에서 살면서 지역 현안을 늘 고민하고 해결 방법을 시민들과 함께 모색하며 행동하는 사람이다. 예전에 직접 소를 키우며 농사를 지을 때부터 파주농민회를 결성하여 농민들의 권리를 지키고 보호하기 위한 운동을 했다. 그 후론 제 역할 다하지 못하고 존재가치가 의심스러울 만한 행태를 보이는 일부 지역 언론을 보며, 건강한 지역 언론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느껴 운명이라는 생각으로 언론에 몸담아 왔다.
언론인으로서 꼭 한 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현안들을 날카로운 시선으로 써서 알린 날들이 15년이다. 그로 인해 시민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켰으며, 시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속 시원히 대변해주기도 했다. 그가 이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행정대학원에서 고민하고 연구했던 것들을 적용하며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려고 한다. 그런 결심을 한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파주를 구석구석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시민들의 요구사항을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고자 하는 마음이 큰 것으로 보인다.
김순현 씨를 만나 새로운 길을 걸으려는 마음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언론인으로 지역에서 오랜 기간 활동하셨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일까요?
누군가는 꼭 해야만 하는 ‘말’을 아무도 하지 않기에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한 것인데, 진실이 진실임을 증명하는 것이 감연히 ‘투쟁’에 빗댈 만큼 어마어마했습니다. 한 번쯤 못 본 척 눈 감았으면 겪지 않았을 비난을 받고 원망을 들으며 평생 잊지 못할 아픔을 경험했습니다. 하지만 명색이 ‘언론인’이라면서 비리나 부정을 못 들은 척, 모르는 척했다면 그 부끄러움을 감당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나로서는 당연한 선택이었지만, 검찰을 수시로 드나들고 재판을 하면서 참 많이 힘들었습니다.
개인으로서 입게 된 상처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을 만큼 깊었고, 당시 시장은 관료로서는 탁월한 역량을 갖췄었는데 그 일로 인해 아름다운 마무리를 못 하게 된 것은 안타까운 마음입니다. 하지만 또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고 해도 아마 ‘해야 할 말’이기에 했을 것입니다.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감당하며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거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어떤 점이 가장 어려웠을까요?
가장 큰 어려움은 재정 확보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시민들이 꼭 알아야 할 정보를 더 많이 또 정확하게 널리 알려야 할 목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재정이 충분치 않아서 다 못한 부분이 없지 않습니다. 아무리 뛰어난 재주를 가졌다 해도 열 사람이 할 일은 한두 사람이 감당하기엔 버거운 일이거든요. 그런데 그런 재주마저도 별로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일에 전념할 수 있을 만큼 재정 지원을 받는 기자들이 많았다면 세세한 부분까지 취재하고 조사해서 더욱더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점이 무척 아쉽습니다.
어떤 지역 신문은 후원금을 받거나 출자금을 받아서 운영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런데 파주신문은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기사라는 것이 항상 좋은 이야기만 쓸 수는 없는 건데, 꼭 전달해야 할 기사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상처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 대상이 후원자라거나 거액의 출자금을 낸 사람이라면, 기사를 쓰면서 갈등이 생길 수도 있겠다 싶었기 때문입니다. 재정적으로 자유롭지 못한 게 지역 신문이 처한 현실인데, 고민이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어려운 가운데서도 할 말을 제대로 하는 ‘파주신문’이기를 바라며 힘들지만 버텼습니다.
앞으로 건강한 언론이 되려면, 한겨레 신문이나 오마이뉴스, 파주에서처럼 조합원이 운영하는 방향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동안 파주 지역에서 ‘평화경제 시민포럼 대표’, ‘파주 평화의 소녀상 세움 추진위 상임대표’, ‘허준 한방클러스터 시민 추진위 부대표’ 등 다양한 활동을 하신 것으로 압니다. 먼저 평화경제 시민포럼에 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평화경제 시민포럼은 분단의 상징-휴전선 접경지역인 파주의 안전과 미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상호협력과 평화가 전제되어야 함을 깊이 인식하고, 지역 내에서 평화를 추구할 수 있는 다양한 가치를 발굴하여 시민들과 함께 실천하고 있습니다. ‘평화경제 시민회의’라는 이름으로 2018년 시작했는데 ‘평화경제 시민포럼’으로 바뀌면서 좀 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22년 5월 ‘파주는 평화가 경제다’ 주제로 첫 시민 릴레이 행사를 임진각 평화의 종 광장에서 개최했습니다. 개성공단 지원재단 관리위원회 김진향 이사장, 최종환 파주 시장, 조인현 파주시의회 부의장, 평화경제 시민포럼 회원들과 파주 시민 등 50여 명이 참석해서 평화경제 특구법 제정 촉구, 개성공단 재개, 대북 대남 전단 살포 반대 등을 결의했습니다.
2021년 가을에는 문산천 변 노을길에서 ‘코로나19’로 침체되어 있는 문화계 공연 활성화와 시민들의 문화 욕구 충족을 위해 ‘김대훈과 가을노래하기' 공연을 주최했습니다.
2022년 3월에는 공릉천 하구 하천 정비공사로 인해 멸종위기종 서식지를 파괴하고 수로 공사로 생태계를 단절시키는 수로 공사 철거를 요청하는 퍼포먼스를 시민단체들과 진행했습니다.
앞으로도 남북평화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 전반에 걸친 평화 또 지속 가능한 자연과 공존하기 위한 평화 등 다양한 방면에서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입니다. 많은 분이 동참하시면 좋겠습니다.
다음은 임진각-북한 쪽 기차역 이름이 쓰인 철길 앞에 세워진 ‘파주 평화의 소녀상’에 관해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2017년 준비위원회가 구성되고 2년 만에, 판문점 선언 1주년 기념일인 2019년 4월 27일에 시민들의 성금으로 세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분들은 물론이고 일본군위안부 문제·간사히 네트워크 공동대표인 오쿠다 가즈히로 씨와 회원들 그리고 일본인 인권변호사 가족 여섯 명이 참석하여 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거기다 영화 ‘귀향’의 제작진과 배우들도 함께 해, 치욕스러운 역사를 잊지 말고 정의를 제대로 세우는 의미 있는 일에 동참했습니다.
민족화해센터에서 열린 ‘통일을 그리다’ 전시에서 작품 판매, 소녀상 배지와 티셔츠 제작 판매, 매주 2회씩 전철역과 학교 앞 캠페인으로 시민들의 동참 그리고 학생들이 모은 성금, 일본인들의 성금이 모였습니다. 마음을 모아 함께 해 준 1,773명 106개 단체는 소녀상 뒤에 새겨 기록했습니다. 다수의 소녀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작가가 동참했는데, 파주는 다른 지역과 다르게 쌍둥이 소녀상으로 만들었습니다. ‘통일로 가는 평화의 소녀상’이라 하나는 북한과 협의 후 북으로 보낼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이 소녀상은 임진각을 찾는 세계인들에게 평화와 인권의 소중함을 알리는 전령사가 될 것입니다.
- 이번에는 허준 한방클러스터 시민 추진위에 관해서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장단 하포리에 영면해 계신 의성 허준 선생은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었고 국가 보물인 《동의보감》의 저자입니다. 조선 선조 임금의 명으로 당시 국내외 의학서적을 집대성한 동의보감은 당시 전무후무한 탁월한 의학 백과사전이었습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까지 전해질 정도로 유명했고 오늘날까지 한방임상의학서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파주시에서는 허준 선생의 고향인 이곳 파주에서 허준 선생의 뜻을 기리고 그 정신을 함양하고 지역발전을 위해 ‘허준한방클로스터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을 지속해서 발전시키기 위하여 민관협력을 요청하고 있는데, ‘허준한방클로스터 시민추진위원회’ 부대표를 맡게 되었습니다. 500년 전 위국 애민의 마음으로 동의보감을 편찬한 허준 선생의 뜻을 이어서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이룰 수 있도록 파주에서 그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할 것입니다.
더불어서 전 세계 사람들이 자유롭게 허준 선생을 찾을 수 있도록 출입제한 통제를 풀어야 합니다. 1991년 기적적으로 묘소를 발견했지만, 민통선 안이라 출입이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찾기엔 어려움이 있습니다. 가까운 연천의 경우에서 경순왕릉이 민간인 출입 통제구역 안에 있을 때는 소수의 사람만이 찾다가 지금은 통제선이 경순왕릉 북쪽으로 옮겨져 수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찾는 곳이 되었습니다.
-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들이 많겠지만, 어떤 것들을 생각하고 있는지 몇 가지만 이야기해 주세요.
우선 평화, 교육, 성장에 관해 깊이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주는 특히 평화 구조 정착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평화를 이야기하자면 안보가 논의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긴 하지만, 안보로 인하여 지역민의 삶에 평화가 방해받고 있는 것 또한 우리가 처한 현실입니다. 모든 상황을 ‘안보’라는 프레임을 씌우지 말고, 이제는 평화가 먼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린 내 땅에 있는 임진강을 안보라는 이유로 빼앗긴 지 너무 오래되었습니다. 임진강 북단 근방엔 현재도 농사를 짓고 있고 일상생활을 하고 있는 지역입니다. 민간인출입통제선을 북쪽으로 옮기던가 최소한 통일대교에서 리비교 방향으로는 철조망을 걷어내야 합니다. 그래서 임진강을 시민에게 또 전 국민에게 돌려줘야 합니다. 자연 친화적이면서도 환경친화적인 서비스산업이 확대되어 누구나 그곳을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접경 구역에서 파주 시민이, 우리 국민이 또 세계인들이 자유롭게, 평화롭게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도 임진강은 그야말로 분단의 상징이 아니라 평화의 상징이 될 것입니다.
교육은 이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공급자 필요로 학교를 배정해, 집 근처에 학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스를 두 번이나 갈아타고 다녀야 하는 불합리함은 없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거주지가 시 외곽이라는 이유로 교육정보 제공을 필요에 따라 공급받지 못하는 것도 해소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육정보 지원센터를 외곽에서도 접근 용이한 지역에 설립해 학생과 학부모가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지역적 소외를 학생들까지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 학습정보, 진학 정보, 학습 고충 상담, 심리 상담까지 종합해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학생 친화적인 공간을 만들어 만남과 교류가 이어져 지역 편차 없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우리의 미래가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성장 면에서는 외곽 지역민들은 기회가 너무 없습니다. 성장 동력이 될만한 발판을 만들어야 합니다. 기본 소득이 늘어야 생활이 변화하고 그 변화를 발판 삼아 성장할 수 있습니다. 북파주를 보면, 농업 소득 산업 소득 증대가 절실히 필요함을 느낍니다. 철조망을 걷어냄으로 인해 임진강 접근이 용이해 지면, 관광과 농업, 휴양, 산업시설을 포함해 다양한 방면에서 변혁이 일어날 것입니다. 그로 인해 일할 기회가 늘어나고, 고용과 소득 증대 유지가 될 것이고 그러면 삶의 질 또한 높아질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언론인으로 살아 온 세월은 파주의 현상을 속속들이 알게 되었고, 불합리한 것들을 변화시켜 민주시민 사회가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동전의 앞뒷면과 같아서 꼭 필요하지만 누군가에는 상처가 된 경우도 있었지만, 어떤 개인적 감정이 있어서는 아닙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언론인인 제가 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이제 제도적 개선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들과 함께 성장할 일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기회를 주신다면 정말 최선을 다해 해내고 싶습니다.
“타협을 모르는 그의 성품은 원칙을 중요시하기에 어떤 일을 맡기면 정석으로 할 것 같다.”라는 평판이 많다. 그럴 기회가 그에게 온다면 기대할 만할 사람이라는 것이다. 조금 거리를 두고 보는 사람은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그의 또 다른 면을 잘 알지 못해서 가끔 너무 강직해서 부러지겠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그와 친분이 생겨 가까이에서 지내본 사람들은 그의 따뜻하고 부드러운 면이 있음을 알고 놀라기도 한다. 부지런히 많은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들의 고민을 함께 풀어가고 동반 성장하는 모습을 그려본다.
인터뷰 작가 김선희 汀彬
kimsunny020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