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강진의 정약용 남도 유배길과 순창 섬진강길을 어제(3/26) 다녀왔습니다.
걷는 길과 관련된 일을 하러 가는 자리였으나 시간 관계상 길을 제대로
걷지는 못하고 이런저런 길에 대한 논의를 주로 하고 왔습니다.
첫날밤 묵은 다산회당이란 곳입니다.
다산연구회에서 1983년 경제학교수들의 다산사상 연구 모임인 다산회에서 모임장소로
다산초당 인근에 지은 한옥으로 1999년 강진군에 기부한 건물입니다.
다산회당 뒤편에 지어진 어느 민가 한옥,
저 툇마루에서 바라다보이는 경치가 참 멋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다산회당 바로 앞에 있는 다산명가라는 식당에서 식사 준비중입니다.
아침식사 한상을 받아듭니다. 1인분 가격은 1만원.
가격에 비해 푸짐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정갈하게 준비된 느낌을 받습니다.
바로 옆에 있는 다산초당 가는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일명 뿌리길이라고 불리는 곳으로, 이 노출된 뿌리에 대한 복원이야기를 한참 했습니다.
찾는 사람들이 많으면서 흙이 쓸려내려가고 그에 따라 뿌리의 노출이 점점 심해지는 형국입니다.
그렇다고 여기에 흙만 무작정 다시 쌓아서 될 일은 아닙니다.
이미 노출된 뿌리는 호흡과 물을 취하는 일을 하지 않는 일종의 줄기 같은 상태이기에
흙을 덮어준다고 해결될 일은 아닙니다. 또한 나무가 나이가 들면 스스로 뿌리를 위로 노출하는
경향이 있다고도 합니다. 이 노선은 노폭이 넓으므로 왼쪽으로 걷는 동선을 유도한 후
뿌리 쪽으로는 사람들이 다니지 못하도록 얕은 막을 세우면 수년 안에 자동으로 식생이 자라면서
이곳이 복원될 것이라는 전제하에 복원작업을 부탁했습니다.
다산초당 가는 길은 이리도 고즈넉합니다.
어제 비가 내린 뒤라 공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이 청명합니다
그 다음 구간의 뿌리길입니다.
아까와는 다른 방식으로의 복원을 이야기했습니다.
다산초당 가는 길, 대나무 목책이 운치를 더합니다.
언듯 보이는 다산초당....
가시지 않은 연무 속에서 다산초당은 그 옛날 유배당한 어느 선비의 도포자락처럼 고고합니다.
툭 떨어져 어느 바위 틈에서 다시 한번 피어난 다산초당의 동백.
다산초당 옆의 동암
위의 검은 글씨는 보물과 같은 '정 씨'가 머무르는 곳이라는 뜻으로 추사 김정희 선생의 글씨라고 합니다.
유배온 정약용 선생이 형제와 고향이 그리울 때면 이 부근에서 자신의 고향인 두물머리와
흡사한 지형의 강진 바다를 보며 위무했을 것이랍니다.
이곳에 천일각이라는 정자로 세워 이를 추모하고 있습니다.
다산이 이곳에 머물 때 바로 재 넘어 있던 백련사에는 혜장이라는 뛰어난 학문의 스님이 계셔서
다산과 말벗이 되는 등 친분을 갖고 교류하셨다고 합니다.
이때 오가며 들렸던 동백숲과 야생차밭은 지금도 남아 많은 이들을 위로합니다.
길 좌우로는 야생차밭이 넓게 분포합니다.
그 유명한 백련사 동백림으로 길이 이어집니다.
이 숲은 천연기념물 151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낱장으로 떨어지는 꽃에게서는 느껴지지 않는 주검의 이미지가 덧씌워져서 일까요.
낙화동백은 왜 이리도 볼 때마다 처연한지요.
저 바닥에 붉은 동백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백련사의 처마가 동백나무 사이로 언듯 비치기 시작합니다
맑은 법문 소리가 흘러나오던 대웅보전.
대웅보전 옆 배롱나무의 자태가 다산 초당의 그것처럼 고고합니다.
백련사는 차로도 매우 유명한 사찰입니다. 우리차의 대가로 알려지신 여연스님 때문이시지요.
여연스님은 일본으로 차 관련 여행을 떠나신 중이라서 일담스님께 차를 내어주시며
좋은 말씀 해주셨습니다.
다시 다산회당 앞에 주차한 차를 갖고 순창으로 향하던 중 다산회당 앞 마을 풍경이 예뻐서 한컷 해봅니다.
남원역에서 다른 일행 한명이 합류하고, 남원 시내에서 식사 후 순창으로 갑니다.
광한루원 부근의 고향국수,
남원 현지분이 추천한 맛집인데, 아쉽게도 쉬는 날입니다.
바로 옆에 돌솥밥으로 유명한 반야돌솥밥에서 식사를 합니다.
돌솥밥을 나물과 비벼먹는 방식이더군요.
광한루원 부근에는 개인적으로 '춘향골 게장'이라는 곳의 간장게장 정식도 좋아한답니다. ^^
섬진강 순창구간입니다.
바로 이 부근에 순창군에서 이런저런 길 관련 시설을 하겠다고 하여 와 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이 곳에 시설을 하기 보다는 섬진강길 순창구간 26km 전 구간에 걸쳐
안내시스템이 미비하니 우선적으로 그것부터 보강한 후 다른 일들을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요 그네 제가 함 타봤는데, 아주 기분이 그만입니다. ^^
아름다운 자연의 정취가 남아 있는 이제 몇 안되는 이 섬진강 순창 구간.
우리가 아끼고 보전하여 후대에 잘 물려주어야 겠습니다.
차를 타고 이동하다 만난 어마어마한 직벽의 위용에 카메라 셔터가 절로 눌려집니다.
지리산둘레길 비젼마을의 박초월 생가도 잠시 들려봅니다.
이 바로 앞 람천에 하천 정비사업을 하고 있던데요.
이 모습을 본 우리 일행 중 한명이 매우 가슴아파 하셨습니다.
한번도 범람한 적 없는 개천에 석축을 쌓아 일명 4대강 공사의 하천사업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 바람에 아름다웠던 람천의 모습은 이제 사라지고, 네모 반듯한 석축만 남아버렸다는... T.T
그러고 보니 얼마전 우리 시골의 작은 개울도 이러한 공사를 하고 있던 것이 생각납니다.
등골이 오싹해지며, 사람들이 무섭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저녁을 거를 순 없겠지요? ^^
인월면에서 지리산 흑돼지로는 이 집을 따를 곳이 없다고 합니다.
현지 분들의 강력한 중복 추천을 받은 곳이지요.
우와.. 맛보지 않고는 설명하기 힘든 아름다운 맛입니다. ^^
아, 오늘도 결국 먹는 것으로 후기를 마치게 되는군요.
좋은 길과 맛있는 음식이 함께 하고 좋은 길동무가 곁에 있다면 이보다 좋은 일이 어디 있을까요.
오늘 하루 이러한 삼박자가 잘 맞는 하루 되시길 빕니다. ^^
삭제된 댓글 입니다.
네, 어제 아침의 그 길은 참 멋졌습니다.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기에 떨어진 동백처럼 아까운 그 시간이네요.
다산초당, 백련사 가는길, 순창 섬진강길...... 참 아름다운 풍광입니다. 그네의 모습도 퍽 인상적입니다.
저 그네 꽤 괜찮았습니다. 다만 탐방로 강 건너에 있는 것이라서... ^^;
나무뿌리가 움직이는 용과 같은 그 길을 걸을 때는 뭔가 무서움조차 느낄 것 같네요. 더욱이나 비 내린 후의 길이라면....
우리나라의 구석 구석을 살피며 길과의 인연을 만들어가는 일이 만만치 않군요.
재미나고 신나는 일만 있지는 않지만 발도행 회원님들 같은 분들이 많아서 보람된 일입니다. 격려 감사합니다. ^^
안개에 휩싸인 촉촉한 흙길....완전 훅~~입니다 ^^
섬진강 순창구간은 낯익은 모습이 보이네요. 이번 길은 맛집들이 특별히 더 눈에 띄네요..수고하셨습니다 ^^
네. 맛집을 참 많이도 다니고 있습니다. ㅎㅎ 언제 가서 맛보시길... ^^
때때로는 촉촉하게 젖은 길을 거닐다보면 ᆢ 영화에 주인공이된듯 ~~기분이 꽤 괜찮을때가 있죠~~~^*^
힘드실땐 즐기시며 다니셔요ᆢㅎㅎ
네. 언제나 그렇게 즐기려고 노력한답니다. 수니꺼님 처럼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많아 가능한 일이지요.
수니꺼님도 늘 즐기시며 생활하시길 빕니다. 화이팅!! ^^
강진~~이번에 다녀왔내요~~ 먼곳이라 가기 어려운데~~ 기회가 될때마다 다녀야 겠다는 생각했습니다.
몇번 다녀온 백련사와 다산초당이지만 새삼스럽게 느
겨집니다. 다산회당(다산 맛집)은 못가봤네요. 다음기회있음 들러보려고 합니다. 섬진강은 물론...
다산 맛집은 적극 추천은 아니고 평균 수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