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고등어요리는 나름의 매력이 있는 메뉴입니다. 제주고등어라는 명칭은 많은 생각과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같은 바다에서 잡은 것이 목포로 가면 목포고등어, 부산으로 가면 부산고등어, 제주로 가면 제주고등어가 되죠. 어릴적 엄마따라 시장에 가보면 큼직한 놈 한마리에 500원이던 것이 너무 잡아서 많이 귀해졌는지 이제는 제주에서도 튼실한 놈 한마리가 6000원에 거래됩니다. 거품도 많고 현혹도 많지만 어쨌든 제주고등어요리는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이름이기도 합니다.
제주에서 고등어요리를 하는 집은 참 많습니다. 수요도 많다보니 제주 안에서 유통되는 고등어도 노르웨이에서 온 것과 제주산이라 붙은 국내산 고등어 두 종류가 있죠. 어쨌든 제게도 고등어조림은 은근히 기대감을 만들게 하는 요리인지라 잘한다는 집들을 수소문해 찾아다녔습니다. 그리고 만족할 만한 집을 만났습니다. 그 집을 소개하죠.
제주 세무서사거리 부근의 작은 식당입니다. 사실 이 집도 제법 잘 알려져서 아시는 분들도 많죠.
고등어조림 중짜를 주문합니다. 반드시 함께 주문해야 할 것.. 돌솥밥입니다. 이유는 아래에 나옵니다.
제주의 식당이라면 빠지지않고 나오는 자리젓을 포함하여 반찬이 나옵니다. 반찬은 모두 정갈하고 맛이 좋습니다.
그리고 특이하게 쌈채소가 나오네요. 고등어조림에 쌈채소라.. 조금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돌솥밥이 이렇게 나옵니다. 뜨거우니 조심...
콩나물 냉국도 나오는데 진한 국물이 참 좋았습니다.
일단 돌솥의 밥을 앞접시에 담아내고 어서 따뜻한 물을 부어야죠. 그래야 누룽지탕을 맛볼 수 있을테니.. 그래서 이 집이 누룽지 식당이었나 봅니다.
돌솥의 열기에 물이 자글자글.. 밥은 잘 불어갑니다. 옆으로 잠시 밀어둡니다.
고등어조림이 나왔습니다. 토막이 조금 자잘하지만 구성은 아주 좋습니다. 잘 익은 조림무와 감자 갖가지 양념이 군침돌게 합니다.
싱싱한 고등어의 속살..
쌈채소로 나온 배추잎에 밥과 고등어살과 조림무, 그리고 자리젓을 살짝 찍어 담아 입에 넣습니다. 정말 색다른 맛입니다.
이 집 고등어조림은 달달하지 않아 좋습니다. 보통의 맛집이라 소문이 난 집이 대부분 달달함이 조금 과하다 싶은 느낌이 있는데 이 집은 양념이 담백하고 간이 적당하며 깊이가 있습니다. 사진으로는 남기지 못했는데 잘 익은 묵은지와 콩나물이 들어가는 것도 독특합니다. 묵은지야 고등어와 잘 어울리지만 맛도 좋고 잘 익은 묵은지가 콩나물과 만들어내는 조합은 인상적이었다 할까요?
적당히 식음과 동시에 잘 불은 누룽지를 후식으로 먹구요.
이렇게 잘 먹었습니다.
고등어조림을 쌈으로 먹어보는 것은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맛은 신선함을 넘은 풍부한 조합이었다 할까요? 이 집의 양념은 외식의 느낌이라기보다는 오랜만에 찾아간 할머니의 손맛이다 싶은 느낌입니다. 그만큼 남다른 느낌입니다. 좀 더 마음에 드는 집이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제가 먹어본 고등어조림 중 최고의 맛이었다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제 가을이 되었으니 살이 잘 오른 고등어가 많이 올라오겠죠. 좀 더 맛있어진 가을고등어는 회로도 조림으로도 아주 좋은 메뉴가 될 것입니다. 늦더위가 가시고 좀 더 풍성해지는 시기가 오면, 이 집을 다시 찾아갈 생각입니다. |
출처: 칼을 벼리다. 원문보기 글쓴이: 민욱아빠
첫댓글 누룽지식당이라고 해서 누룽지만 먹는 줄 알았습니다.
싱싱한 고등어조림에 돌솥밥까지 최강구성이네요
저는 밥을 돌솥밥으로 주는 곳은 일단 좋더라고요. 나중에 누룽지 먹는 게 좋아서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