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르(2012, 미카엘 하네케 감독)
새말에 사는 남편 사촌형님이 울먹이며 전화했다
내가 복이 없어 니형수가 먼저 갔다
겨울 나는 동안 숨질이 가프다고 응급실에 몇번 실려가긴 했다마는.. 오래 고통받느니 차라리 잘갔지..
가을에 메주 세짝 부탁했더니 그깐거 어데 붙힐거냐며 큰항아리에 함께 담가놓은테니 장뜰때 와서 퍼가라시더니..
저녁의 장례식장에 문상객이 우리뿐이다
코로나 사태로 상주도 마스크하고 있고.
축처져 더 꺼매진 영감님이 그 와중에도 빽빽이 늘어선 화환 가리키며 우리 아들 그늘이 넓제~ 부잣집 사위됐다는 소문이 자자한 아들자랑 놓치지 않는다
명절때나 들리곤 하는 서울 아들네에 홀로 된 노인이 가서 살게 될까
미카엘 하네케 감독의 '아무르' 찾아봤다
파리의 아파트에 살며
둘이서 제자의 피아노 콘서트도 가고 책도 보고 산책도 하며 안락한 노후를 보내는 80대 부부 자고 있을 때 든 도둑같이
할멈에게 마비증세가 왔다
수술 결과가 시원찮아 휠체어를 타고부터 점점 악화되더니 마침내 침대에서 꼼짝도 못하고 소리도 낼 수 없다
간병인이 몇시간씩 오긴하지만
영감이 혼자 일으키고 뉘이고 먹이고 기저귀 갈며 푸대자루같은 할멈과 씨름한다
제삶이 있는 멀리 사는 딸이 한번씩 와선
계속 저렇게 뉘여둘 수밖에 없는 건가요 훌쩍인다
너네 집에 모셔갈래.. 요양원에 보내 영양제 주사 꼽아놓을까..지금껏 처럼 둘이 잘 지낼꺼야 오히려 딸을 위로하는 지치고 늙은 아버지
아름다운 인생이지만 너무 긴것같아. 계속 살아야 할 이유를 모르겠어. 우리가 왜 같이 힘들어야 해?!
마침내 물삼키는 것도 거부하는 할멈
아내의 뺨을 때리며 당신이 나라면 어떻게 하겠어..
촬영당시 86살 엠마누엘 리바 83살 장-루이 트랑티냥의 실감나는 연기에다 감독의 지극히 리얼한 연출이 다큐같다
나는 '존엄사'는 마땅히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라에서 법으로 왈가왈부 할 수 없는 지극히 개인적인 일이라 생각한다
난소암으로 3년 투병하다 돌아가신 엄마
오롯이 아버지 혼자 감당하셨다
매년 기일에 동생집에서 기독교인 올케의 주제로 간소한 추모제를 지낸다
2012년 3주기 때 아버지의 '우부의 넋두리'를 내가 낭독했다
'...중앙박물관의 '이스탄불의 황제들'을 관람하다가 코피숍에 들렀는데 메뉴판의 '카푸치노'를 보는 순간 매월 한번씩 둘이서 동아대학병원에 항암치료 받으러 갔다가 병원 구내 카페에서 카푸치노 한잔 시켜 나누어 마시던 생각이 불현듯 떠오릅디다
당신이 세상 떠나기 한달 전쯤이었을까
침대에 둘이 나란히 앉았는데
우리가 오늘날까지 이렇게 함께 살아온 것이 바로 사랑이겠지요.. 말을 건네는 당신도 나도 머리만 희미하게 끄덕였을뿐 그이상 말을 잇지 못했어요
60여년을 함께 살아오면서 <사랑> 을 입에 울린건 이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소
할 말이 없는 것도, 말할줄 모르는 것도 아닌데 어찌 그리 끝내 벙어리였는지...
하늘 나라로 간 당신이여, 부디 이 어리석은 자를 용서하시오... '
♣ 정말 먹먹하다..
문상 이야기..
영화 '아무르' 이야기..
벗의 우부 이야기..
년 전에 어릴 적 친구가 하던 말..
"무섭게도 오래 살제?!"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현실이 아프고 쓰리다..
우리도 벌써 그 줄에 들어섰고.. ㅎ
그래도
아름답게 볼 수 있기를 기도한다..
주님 앞으로 가는 날까지
우리의 삶은 구차한 것이 아니라고 되뇌이며
순응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