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위에, 나로서 알베르틴 속에 살아 있는 것은 해질 무렵의 바다뿐만 아니라, 이따금 달 밝은 밤에 모래톱에 조는 바다이기도 하였다. 사실 때때로, 내가 아버지 서재로 어느 책을 찾으러 가려고 몸을 일으키자, 그동안 누워 있어도 좋겠느냐고 묻던 알베르틴이, 아침부터 오후에 걸친 바깥의 산책에 지쳐, 내가 방을 잠시 비운 사이에, 돌아와 보면 잠들어 있는 적이 있고, 나는 그런 그녀를 깨우지 않았다. 일부러 꾸밀 수 없을 것 같은 자연스런 자세로 길게 내 침대에 누워 있는 그녀의 모습이란, 보기에, 꽃핀 기다란 줄기 한 포기가 거기에 놓여 있는 듯 하였다. 또 과연 한 포기의 꽃핀 풀 이었다. 이와 같을때, 마치 그녀가 잠든 채로 식물이 되어 버린 듯, 나는 그녀의 부재였을 때밖에 갖지 못하는 몽상하는 능력을 그녀 곁에 있으면서 되찾는 것이었다. 그래서 그녀의 잠은 사람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 실현 하였다. 혼자 있을때, 나는 그녀를 생각할 수 있지만, 그녀가 나에게 결핍되어 그녀를 소유할 수 없었다. 그녀가 눈앞에 있으면, 그녀에게 말을 건네지만, 내 자신에게서 멀어져 그녀를 생각할 수 없었다. 그녀가 잠자고 있으면, 그녀에게 말 건네지 않아도 무방하고, 이제는 그녀가 나를 물끄러미 보지않고 있음을 알고 있다. 더 이상 나 자신이 표면에 살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눈을 감고, 의식을 잃어 가는 동안에, 알베르틴은 내가 그녀를 알게 된 날 부터 나를 실망시키던 그 갖가지 인간의 성격을 하나하나 벗어 갔다, 이제 그녀는 초목의 무의식의 생명, 내 생명과는 더욱 다르고 더욱 이상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보다 나의 것이 된 생명에 생기가 나고 있을 따름이었다. 그녀의 자아는 둘이서 이야기 할 때 처럼,마음 속에 숨긴 사념이나 눈길의 출구를 통해 끊임없이 새어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바깥에 있는 온갖 자기를 불러들여, 그 육신 안에 도피시키고, 가두어 집약되어 있었다. 그 육신을 눈길 밑, 두 손 안에 안으면서, 나는 그녀가 깨어 있을 때에 느끼지 못하는 인상, 그녀를 오롯하게 소유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녀의 목숨이 내 손 안에 놓여있고, 가벼운 숨결을 새액새액 이쪽으로 내뿜고 있었다.
살살 부는 바다의 서풍처럼 훈훈하고도, 달빛인 양 몽환적인, 이 살랑살랑 소리나는 신비로운 내쉼, 곧 그녀의 잠자는 기척에 내 귀를 기울인다. 잠들고 있는 한, 나는 그녀를 몽상할 수 있으면서도 그녀를 물끄러미 볼 수 있고, 또 잠이 더 깊이 들었을 때에는 그녀의 몸에 닿고 포옹할 수 있었다. 그런 때에 내가 느끼는 것은, 생명 없는 사물들, 곧 자연의 아름다운 것을 눈 앞에 두는 때와 마찬가지로, 순수하고, 비 물질적이고, 신비스런 애정 이었다. 사실, 그녀가 좀 깊이 잠들어 버리자, 그녀는 금세 그때까지의 한낱 식물이던 존재를 그치었다. 그녀의 잠의 가장자리에서 몽상 하면서, 나는 영영 물리지 않는, 한없이 완미할 수 있는 일락을 느꼈는데, 그때에 그녀의 잠은 나에게 하나의 풍경인 듯 싶었다. 그녀의 잠은 내 곁에, 고요한, 감미로운 관능을 유발하는 그 무엇, 마치 보름달 밤에 발베크의 해만이 호수처럼 고요해지고 나뭇가지들이 흔들릴 듯 말 듯, 사람들이 모레에 드러누워 한없이 썰물이 부서지는 소리를 듣고 싶어질, 그 무엇을 놓았다.
방안에 들어서면서, 나는 기척을 낼까 봐 문지방에 서 버린다. 귀에 들리는 것은, 단지 그녀의 입술에서 막 내쉬는 숨결, 간헐적이고도 고른, 썰물 같은, 그러나 더욱 잔잔하고 더욱 밋밋한 그 숨결뿐이었다. 내 귀를 이 숭고한 소리에 기울일 즈음에, 내 눈앞에 누운 아리따운 갇힌 여인의 온 인격, 온 생명이 그 소리 속에 압축되어, 소리 자체로 되어 버린 듯 싶었다. 차들이 거리에 시끄럽게 지나간다. 그래도 그녀의 이마는 까딱하지 않고, 여전히 맑고, 숨결 역시 그대로 가볍게, 단지 필요한 공기를 들이쉬고 있을 따름이다. 다음에 나는 그녀의 잠에 방해되지 않을까 살펴보고 나서 조심성 있게 앞으로 나가, 침대 옆에 있는 의자에 않아 있다가, 침대 위에 앉는다.
나는 알베르틴과 함께 담소하거나 놀거나 하면서 즐거운 밤들을 보냈지만, 잠자는 그녀를 물끄러미 보는 때 만큼 감미로운 밤은 따로 없었다. 그녀가 수다를 떨거나 트럼프 놀이를 하거나 하면서 배우도 흉내 못낼 자연스러움을 보였다고 해도, 그녀의 잠이 나에게 보이는 것은 한결 더 깊은 자연스러움, 한결 드높은 자연스러움이었다. 장밋빛 얼굴에 따라 늘어진 그 머리털은 침대 위 그녀의 옆에 놓여, 이따금 흐터러진 머리칼 한 타래가 쪽 곧게. 엘스티르가 그린 라파엘풍 그림의 원경에 곧게 서 있는, 희미하고 가냘픈, 달빛 속의 나무들처럼 원근효과를 내고 있었다. 알베르틴의 입수리는 닫혀 있는 반면에, 눈꺼풀은 내가 자리잡은 위치 때문에, 그녀가 정말 잠들어 있는지 의심할 정도로 조금도 안 합치고 있는 듯 하였다. 그래도 잠긴 눈꺼풀은 그 얼굴에, 눈에 의해 중단되지 않은 완전한 연속성을 주고 있었다. 눈길이 사라지는 동시에, 금세 그 얼굴에, 여느때 없던 아름다움과 위엄을 띠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