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온의 명상이야기 87
발톱이 빠지다
얼마전 양말을 신다가 엄지발톱이 반쯤 들렸습니다. 항암 후유증으로 발톱이 까맣게 변색되고, 피가 통하지 않고 죽은 것처럼 보였던 발톱이었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들린 발톱을 다시 곱게 덮었습니다. 그리고 무척 상심했습니다. 그나마 발톱이 붙어 있어서 산책이라도 다녔는데, 발톱이 빠지면 걷는데 아주 불편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발톱이 빠지고 나면 세균 감염이 되어 아프지는 않을까, 불안하고 걱정되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이틀 후, 조심조심 하였는데도 발톱은 빠지고 말았습니다. 발톱이 빠진 엄지 발가락을 자세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울퉁불퉁하면서도 연약한 발톱이 삼분의 이쯤 차 올라와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아, 살과 비슷한 새발톱이 돋아난 거였습니다. 그리고 무좀이라 생각한 새끼발톱도, 실은 발톱이 빠지고 새로 울퉁불퉁 돋아난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기분이 너무 좋아졌습니다.
문득 깨닫습니다. 행불행이 비교에서 오는구나!
기쁨과 괴로움이 다 한 생각에서 오는구나!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좋으면 행복하고, 조금이라도 나쁘면 금세 불행해집니다.
한 가지 사실을 갖고도 이리저리 유추해서 기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