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서] 무책임한 법제처의‘현장체험학습 전세버스 임차 관련 유권해석’ 국회와 교육부는 빠른 시일 안에 예외조항 등 법적 근거를 만들고, 학교현장의 혼란을 막기 위한 유예기간 적용하라!
<학교현장의 대 혼란을 초래한 법제처의‘현장체험학습 전세버스 임차 관련 유권해석’>
지난해 10월 법제처는 제주교육청의 유권해석 요청으로 『도로교통법』 제2조, 제23호 등과 관련해 "비상시적 현장체험학습도 교육과정의 하나이므로 어린이 통학버스 이용대상에 해당한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경찰청은 지난달 말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전세버스조합연합회 등에 "전세버스를 현장체험학습 등에 비정기적으로 운행할 때도 어린이 통학버스 신고를 준수해 달라"는 협조 공문을 보냈다. 이 공문에는 어린이통학버스를 신고하지 않고 운행할 경우 운영자에게 과태료 30만원이 부과된다는 내용도 포함하였다.(도로교통법 제52조)
어린이통학버스(일명 노란버스)는 13세 미만 어린이에게 적용되며, 이는 일부 중학교 학생과 대부분 초등학교 학생에 해당한다. 어린이 통학버스는 차량 전체를 노란색으로 칠하고, 어린이 탑승 안내 표지와 어린이 체형에 맞춘 안전띠를 설치해야 하며, 운전자의 안전교육 이수 등의 절차가 필요하다. 지침을 모두 지키려면 1대 당 500만 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고 알려지고 있다. 어린이 통학버스는 비용도 비싸지만, 당장 대규모 학교를 수용할 만한 통학버스 업체를 찾기도 쉽지 않다.
법제처의 해석과 경찰청의 신고 요청으로 앞으로 모든 학교는 현장학습체험을 실시할 때 어린이 통학버스를 사용해야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성인들이 이용하는 전세버스를 임대해 사용했었는데, 이 절차가 불법으로 규정된 것이다. 짧은 시간 안에 대안을 마련하기 어려워 결국 학교 현장에서는 2학기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거나, 불법을 인지하면서도 강행해야 하는 등 여러 부수적인 문제들이 생길 것이고, 자칫 교육과정 파행이 우려된다. 이미 공문이 시행된 8월 22일 이후, 교육지원청과 학교현장에는 체험학습 관련 문의가 빗발치고 있고, 현장체험학습을 취소하는 학교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법제처의 법 해석 공문 한 장으로 인해 학교 뿐 아니라 지역사회 및 체험학습장, 관련 버스 업계 등 모두가 대 혼란을 겪고 있다. 이러한 해석은 현장과 동떨어진 탁상행정의 전형이며, 무책임 행정의 표본이다. 어느 버스회사가 상시적 활동도 아닌 일시 활동을 위해 버스 색깔을 바꾸고, 어린이용 안전 장비를 갖추겠는가?
교사, 학부모, 연구자 등 교육전문가로 구성된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법제처의 ‘현장체험학습 전세버스 임차 관련 유권해석’(이하 전세 버스 임차 문제)을 다시 하거나, 관련 유예 조항 등을 마련하기 위한 교육당국과 국회의 법령 개정작업의 즉각적인 착수 요구와 함께, 당분간 유예기간을 둘 것을 강력히 요구하는 바이다.
<전세 버스 임차 문제는 2학기 학교 현장의 교육과정 파행과 현장체험학습 자체의 거부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이미 상당수 초등학교는 개학을 하였고, 당장 현장체험학습 실시를 앞두고 있다. 법제처의 법 해석과 공문 시행에 대해서 시·도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은 공문 시행 이외에 권한 밖의 어떠한 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판단은 학교 현장에서 해야 하는데, 불법임을 인지하면서 기존 계약된 전세버스를 이용하는 방식을 강행하는 것도 쉽지 않다. 만약 사고라도 나게 되면 교사와 학교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어린이 통학버스 업체를 찾아 나서는 것도 쉽지 않고, 비용도 상당히 비싸며, 실제 어린이 통학버스는 탑승인원 등에서 비춰볼 때 과밀학급 등의 상황과도 맞지 않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아이들의 교육적 권리를 박탈하게 되는 현상을 초래할 것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코로나 과정에서 체험학습을 거의 경험하지 못하였다. 가뜩이나 위축된 상황에서 조금씩 회복되려는 현장체험학습을 사실상 하지 말라고 법제처와 경찰청이 유권해석을 내린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부와 교육청은 공문을 현장에 이첩할 뿐, 문제 해결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이렇게 법제처의 논리대로 계속하여 강행하게 된다면 학교현장은 현장체험학습 자체를 거부하고, 학교 밖 활동도 위축될 것이다. 이미 현장체험학습은 교육당국의 과도한 안전에 대한 요구 등으로 인해 교사와 학교로부터 거부감과 피로도가 지속되고 있다. 물론, 학생에 대한 안전은 중요하지만, 학교현실에 맞지 않은 과잉대응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 이는 교권침해 현상에서 누누이 확인한 사안이다. 이에 대한 책임은 현재 상황을 방관한 교육당국의 책임이 크다. 교육의 과도한 행정화, 입법화, 사법화는 이제는 해소되어야할 적폐이다.
<교육부는 이번 사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하고 근본적 대책을 강구하라!>
정책성과 현장성을 지향하는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전세버스 임차 문제에 대해 교육당국의 안이한 대처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이미 2022년 10월부터 시작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손 놓고 있다가 경찰청의 공문을 그대로 이첩하여 학교현장의 혼란을 가중했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사회부총리의 권한을 가진 교육부 장관은 이 사태에 대해 책임을 지고, 학교현장의 혼란을 막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법제처의 법령 해석이 타당한 것인지, 현실에 맞는 것인지 묻고 싶다. 현장에 미치는 파급이나 대안을 생각하면서 해석한 것인가? "교육부는 뒷짐지고 손놓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길 바란다. 학교현장에 맞는 전세버스 임차 문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과 학교현장의 특성을 반영한 법 개정을 위해 빠른 대응을 해야 한다." 단순히 교육부 차원의 시행령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법적 근거 마련이 어렵다면, "국회와 협조하여 올해 안으로 법 개정에 착수"할 필요가 있다. 시·도교육청이나 교육지원청 역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
법적 근거를 만드는 동시에 당장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여, 시·도교육청 및 학교에 즉각적으로 어린이 통학버스의 활용 매뉴얼을 만들어 보급해야 한다. 만약, 법 개정 작업이 시일이 걸린다면, 일정 기간 유예 기간을 두어야 한다. 2023년 하반기 추가적인 재원 마련, 어린이 통학버스 활용이 가능하도록 2024년 예산을 현실화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당장 내일부터 현장체험학습을 시행해야 할 학교들의 교육과정 파행이 예상되므로, 국회 및 중앙정부와 적극적으로 협의하여 유권해석을 다시 하기를 바란다. 그것이 어렵다면 관련 법적 유예 근거를 마련하거나, 법적 근거 마련 전까지 "어린이 통학버스 이용에 일정기간 유예기간을 두는 등 중앙정부 차원의 공동대응을 강력히 촉구하는 바이다."
2023년 8월 25일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관련기사: http://www.edpl.co.kr/news/articleView.html?idxno=101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