張維, <筆說>(필설), <<谿谷集>> 권4
장유, <붓 이야기>
“筆”(필)은 “붓”이다.
원문:
獸 有鼠屬而黃者 俗號爲 黃獷 多產於西北方之山 尾有秀毛 可爲筆 其美擅天下 謂之 黃毛筆
吾友李生 喜書 嘗乞於人 而得之 毫秀而銳 色燁而澤 以爲大美 拂拭之 其中薾然有異 濡墨以試之 撓而曲 字不可成 孰視之 其心蓋狗毛 而燁而秀者外被之也 遂愕然以歎 間以 語余曰 是必工者利於欺人 而莫或辨之 故得 以售其奸也 人心之偸 至此哉
余曰 子 何獨怪於是 夫今之所謂大夫士者 其不類於是筆者蓋尠 衣冠其形體 文理其語言 規矩其步趨 儼然莊色 而處 視之 皆若君子正士然 及其居幽隱之地 而遇利害之塗 則回其志肆其欲 不仁於心 而不義於行者 皆是 蓋秀燁其外 而狗毛其中 與是筆無少異焉 而觀人者不察也 視其外而信其中 故有奸人亂國 而不可悔者也 今子不此之憂 而筆焉是怪 亦不知類也夫
李生曰善 遂記其說
읽기:
獸(수)에 有鼠屬而黃者(유서속이황자)하니, 俗號爲(속호위) 黃獷(황광)이라. 多產(다산) 於西北方之山(어서북방지산)하니라. 尾有秀毛(미유수모)하여 可爲筆(가위필)이라. 其美(기미) 擅天下(천천하)니라. 謂之(위지) 黃毛筆(황모필)이라.
吾友(오우) 李生(이생)이 喜書(희서)하므로 嘗乞於人(상걸어인)하야 而得之(이득지)하니라. 毫秀而銳(호수이예)하고 色燁而澤(색엽이택)하여 以爲大美(이위대미)하였노라. 拂拭之(불식지)하니 其中(기중) 薾然有異(이연유이)하니라. 濡墨以試之(유묵이시지)하니 撓而曲(요이곡)하고 字不可成(자불가성)이노라. 孰視之(숙시지)하니 其心蓋狗毛(기심개구모)라. 而燁而秀者(이화이수자)는 外被之也(외피지야)라. 遂愕然(수악연) 以歎(이탄) 間以(간이) 語余曰(어여왈)하되, 是(시) 必(필) 工者(공자) 利於欺人(이어기인) 而莫或辨之(이막혹변지) 故(고)로 得(득) 以售其奸也(이수기간야)니라. 人心之偸(인심지투) 至此哉(지차재)인가.
余曰(여왈) 子(자)는 何(하) 獨怪於是(독괴어시)인가? 夫(부) 今之所謂大夫士者(금지소위대부자)는 其(기) 不類於是筆者(불류어시필자)가 蓋尠(합선)이라. 衣冠(의관) 其形體(기형체)하고, 文理(문리) 其語言(기어언)하고, 規矩(규구) 其步趨(기보추)가 儼然莊色(엄연장색) 而處(이처) 視之(시지)면 皆(개) 若君子正士然(약군자정사연)이나, 及(급) 其居幽隱之地(기거유은지지)한즉 而遇利害之塗(이우이해지도)면 則回其志(즉회기지)하고 肆其欲(사기욕)하며 不仁於心(불인어심)하고 而不義於行者(이불의어행자)가 皆是(개시)니라. 蓋(개) 秀燁其外(수엽기외)나 而狗毛其中(이구모기중)이 與是筆(여시필) 無少異焉(무소이언)이라. 而觀人者(이관인자)가 不察也(불찰야)하여 視其外(시기외)하고 而信其中(이신기중)이라. 故(고)로 有奸人亂國(유간인난국)하고 而不可悔者也(이불가회자야)라. 今(금) 子不此之憂(자불차지우)하고 而筆焉是怪(이필언시괴)하니 亦(역) 不知類也夫(부지유야부)인저.
李生曰(이생왈) 善(선)이라더라. 遂(수) 記其說(기기설)이니라.
풀이:
“獸”(수)는 “짐승”이다. “有鼠屬而黃者”(유서속이황자)는 “쥐 무리이면서 누런 것이 있다“이다. “俗號爲”(속호위)는 “세상에서 일컫다”이다. “黃獷”(황광)은 "족제비"이다. “擅天下”(천천하)는 “천하에 이름이 나다”이다.
“吾友李生”(오우이생)은 “내 벗 이생”이다. “喜書”(희서)는 “글씨 쓰기를 좋아하다”이다. “嘗乞於人”(상걸어인)은 “일찍이 어떤 사람에게 애걸하다”이다. “而得之”(이득지)는 “그것을 얻다”이다. “毫秀而銳”(호수이예)는 “털이 빼어나고 예리하다”이다. “色燁而澤”(색엽이택)는 “색은 빛나고 윤택하다”이다. “拂拭之”(불식지)는 “그것을 풀어 휘젓다”이다. “薾然有異”(이연유이)는 “분명히 이상한 것이 있다”이다. “濡墨以試之”(유묵이시지)는 “먹을 묻혀 그것을 시험하다”이다. “撓而曲”(요이곡)은 “구부러지고 꺾이다”이다. “其心蓋狗毛”(기심개구모)는 “그 중심은 개털로 덮였다”이다. “間以”(간이)는 “조금 있다가"이다. “語余曰”(어여왈)은 “내게 말하다”이다. “是”(시)는 “이것”이다. “必”(필)은 “반드시”이다. “工者”(공자) 는 “만든 사람”이다. “利於欺人”(이어기인)은 “사람을 속여 이익을 얻다”이다. “莫或辨之”(막혹변지)는 “그것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없을까 여기다”이다. “售其奸也”(수기간야)는 “간사한 것을 팔다”이다. “人心之偸”(인심지투)는 “인심이 교활함”이다. “至此哉”(지차재)는 “이에 이르다”이다.
“余曰”(여왈)은 “내가 말하다”이다. “子”(자)는 “그대”이다. “何”(하)는 “어찌”이다. “獨怪於是”(독괴어시)는 “그것만 괴이하게 여기다”이다. “夫”(부)는 “무릇”이다. “今之所謂大夫士者”(금지소위대부자)는 “지금 대부하고 일컫는 자”이다. “其”(기)는 “그것”이다. “不類於是筆者”(불류어시필자)는 “그 붓과 흡사하지 않은 자”이다. “蓋尠”(합선)은 “어찌 적은가”이다. “衣冠”(의관)은 “옷과 관”이다. “其形體”(기형체)는 “그 몸체”이다. “文理”(문리)는 “글의 이치”이다. “其語言”(기어언)은 “그 말”이다. “規矩”(규구)는 “규범과 법도”이다 “其步趨”(기보추)는 “그 걸음걸이”이다. “儼然莊色”(엄연장색)은 “엄연히 빛깔이 단정하다”이다. “而處”(이처)는 “처신하다”이다. 視之”(시지)는 “이것을 보다”이다. “皆”(개)는 “모두”이다. “若君子正士然”(약군자정사연)은 “마치 군자나 올바른 선비 같다”이다. “及”(급)은 “이르다”이다. 其居幽隱之地(기거유은지지)는 “그 그윽이 숨어 사는 곳”이다. “而遇利害之塗”(이우이해지도)는 “이해와 만나는 경우”이다. “則回其志”(즉회기지)는 “뜻을 바꾸다”이다. “肆其欲”(사기욕)은 “그 욕망을 드러내다”이다. “不仁於心”(불인어심)은 “마음이 어질지 않다”이다. “而不義於行者”(이불의어행자)는 “행동이 의롭지 않은 것”이다. “皆是”(개시)는 “모두 이것”이다. 蓋(개)는 “대체로”이다. “秀燁其外”(수엽기외)는 “밖이 빼어나고 빛나다”이다. “而狗毛其中”(이구모기중)은 “그 가운데는 개털이다”이다. “與是筆”(여시필)은 “이 붓과 더불어”이다. “無少異焉”(무소이언)은 “다른 것이 적지 않다”이다. “而觀人者”(이관인자)는 “보는 사람”이다. “不察也”(불찰야)는 “살피지 못하다”이다. “視其外”(시기외)는 “그 밖을 관찰하다”이다. “而信其中”(이신기중)은 “그 안을 신뢰하다”이다. “故(고)”는 “그래서”이다. “有奸人亂國”(유간인난국)은 “간사한 사람이 나라를 어지럽히는 일이 있다”이다. “而不可悔者也”(이불가회자야)는 “뉘우치게 할 수 없는 것이다”이다. “今”(금)은 “지금”이다. “子不此之憂”(자불차지우)는 “그대는 이것을 근심하지 않다”이다. “而筆焉是怪”(이필언시괴)는 “붓이 괴상하다고만 하다”이다. “亦”(역)은 “또한”이다. “不知類也夫”(부지유야부)는 “비슷한 것을 알지 못하다”이다.
“李生曰”(이생왈)은 “이생이 말하다”이다. “善”(선)은 “옳다”이다. “遂”(수)는 “드디어” 또는 “이에”이다. “記其說”(기기설)은 “그 말을 적다”이다.
번역:
짐승에 쥐 무리이면서 누런 것이 있으니, 세상에서 일컫기를 족제비라고 한다. 많이 나는 곳이 서북의 산이다. 꼬리에 빼어난 털이 있어 붓을 만들 만하다. 아름다움으로 천하에 이름이 난 이것을 황모필이라고 한다.
내 벗 이생이 글씨 쓰기를 좋아한다. 일찍이 다른 사람에게 애걸해 그것을 하나 얻었다. 털이 빼어나고 예리하며, 색은 빛나고 윤택해 아주 아름다웠다. 풀어 휘저어보니, 분명히 이상한 것이 있었다. 먹을 묻혀 그것을 시험하니, 구부러지고 꺾이고 글자가 되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중심은 개털로 덮여 있었다. 빛나고 빼어난 것은 겉에 씌워놓기만 했다. 놀라 탄식하고, 조금 있다가 내게 말했다. “만든 녀석이 사람을 속여 이익을 취하는 짓을 알아차리는 사람이 없을까 여겨, 간사한 물건을 판 것이 틀림없다. 인심이 교활함이 이 지경에 이르렀는가.”
내가 말했다. “그대는 어찌 그것만 괴이하게 여기는가? 지금 대부(大夫)하고 일컫는 자들이 그 붓과 흡사하지 않은 것이 어찌 적다고 하겠는가? 몸체에 의관을 걸치고, 하는 말에 글의 이치를 갖추고, 걸음걸이가 규범이나 법도에 맞아, 엄연히 빛깔 단정하게 처신한다. 보면 모든 것이 마치 군자이고 올바른 선비 같다. 그윽이 숨어 사는 곳에 이르러 이해와 만나는 경우에는 뜻을 바꾸고, 욕망을 드러낸다. 마음이 어질지 않고, 행동이 의롭지 않다는 것이 모두 그렇다. 대체로 밖은 빼어나고 빛나지만, 그 가운데는 개털인 것이 이 붓과 더불어 다를 바가 적지 않다. 보는 사람이 살피지 못해, 그 밖을 관찰하고 그 안을 신뢰한다. 그래서 간사한 사람이 나라를 어지럽히는 일이 있어도 뉘우치게 할 수 없다. 지금 그대는 이런 일을 근심하지 않고, 붓이 괴상하다고만 하는가? 또한 비슷한 것을 알지 못하는가?”
이생이 말했다. “옳도다.” 이에 그 말을 적는다.
논의:
“類”(유)라고 한 “비슷한 것”을 이용해 글을 썼다. 겉은 족제비털이고 안은 개털인 가짜 붓을 들어 겉은 군자이고 안은 도적인 무리를 규탄했다. 가짜 물건을 속여 파는 것보다 가짜 인간이 행세하는 것이 더 큰 재앙이라고 소리 높이 외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우회 작전을 폈다. 설득력을 높이고 박해를 피하는 글을 슬기롭게 썼다.
겉은 족제비털이고 안은 개털인 가짜 붓을 팔아 사람을 속이는 것이 잘못임은 너무나도 명백하다. 분개하지 않을 사람이 없고, 분개해도 위험이 따르지 않는다. 겉은 군자이고 안은 도적인 무리가 행세하면서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은 알기 어렵다. 겉은 군자이고 안은 도적인 무리는 위장술에 능하고, 힘이 있어 정체를 폭로하면 박해를 가할 수 있다. 이 두 가지 이유 때문에 가짜 붓의 경우를 들어 사리를 밝히고 동조자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가짜 붓을 파는 것 같은 작은 일을 보면 크게 분개해 길길이 날뛰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소인배는 가짜 군자가 나라를 어지럽히는 것 같은 큰일은 알지 못해 가만있고, 짐작은 해도 관심을 가지다가는 손해를 볼까 염려해 외면하면서 신중한 태도를 자랑한다. 이런 잘못을 고발하고 시정하려는 것이 이 글을 쓴 의도이다.
붓 장사는 먹고살기 위해 하는 수 없이 작은 잘못을 저지르니 너그럽게 보아주어야 한다. 나라를 어지럽히는 가짜 군자는 동정의 여지가 없고, 정상 참작을 할 수도 없다. 죄과를 엄중하게 묻고 징치하기 위해 싸워야 한다. 글 쓰는 사람은 물리적인 힘이 모자라지만 정체 폭로의 중대 과업을 맡는다.
*<고의불원(古意不遠)>
*<금슬우지(琴瑟友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