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유희의 인간을 뜻하는 용어이다.
유희라는 말은 단순히 논다는 말이 아니라, 정신적인 창조 활동을 가리킨다.
풍부한 상상의 세계에서 다양한 창조 활동을 전개하는 학문, 예술 등 인간의 전체적인 발전에 기여한다고 보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그런 인간들이 모였다.
어게인 1966년을 뛰어넘어 로마군단을 연장전에서
시저의 복부에 칼침을 넣는 부르투스처럼 안정환의 골든 볼로 숨통을 끊었던
2002년 그 뜨거웠던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 삼삼오오가 아니라
삼,삼,삼,삼으로....3인 1조 16개팀이 모여 들었다.
놀기 위하여..... 그냥 노는 것이 아니라 창조적으로 놀기 위하여.....
마당을 까는 것이 아니라 마당을 세우고
지구를 떠나지 못했을 때 감내해야 하는 숙명적인 그래비티와 함께
우리는 수평에서 수직으로 ...... 뻐꾸기 둥지위로 날아가는 인디언 추장의 모습이 된다.
아직......
세상에 이보다 더 재미있는 놀이는 없다.
이보다 더 진보한 경기도 없다.
이보다 더 복잡한 룰과 심판진과 선수와 관객 모두를 헷갈리게 하는 채점도 없다.
우리는 위대한 경기를 만들어 나간다.
태양계 3번째 혹성 지구라는 곳의
좌표 위도 N36.36222도 경도 E127.32327도 되는 부분에서
새로운 경기를 만들어 간다. 세상 어디에도 없었던.....
앞서서 가는 이들은 길을 개척하고 루트를 만들어 가는데
뒤 쫒아 가는 이들은 채점하고 계량하고 라이브로 발표하는데 허덕이기만 한다.
그래서 선지자가 외로운가 보다.
세상에 완전히 새로운 것은 없기는 하다지만 낮 설은 것이 불편한 것을 보면
이제 어지간히 나이를 먹은 것이다.
훼스티발은 이틀간 계속 됐다.
토요일 오후 3시부터 시작된 경기는 밤 9시를 훌쩍 넘겼고 다음날 아침 9시부터 다시 시작된
경기는 오후 3시경에 마무리를 할 수가 있었다.
4개 코스에서 동시에 벌어진 경기는 팀당 25분 씩 시간이 주어줬다.
5분씩 정리 시간을 갖고 다시 30분 간격으로 다음 경기가 진행 되었다.
시간배정 방식이야 하나도 새로울 것이 없지만
경기 순서 진행 방식에서 우리는 하나의 또 다른 휴머니즘을 보여준다.
또 다른 휴머니즘이란 무었인가?
첫 번째 경기
각기 다른 4개의 코스가 준비되어 있고 치사스럽게 숨겨져 있지 않으며
당당하게 옷을 벗어버린 여신의 자태가 매혹적이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복불복을 체험하는가?
처음에는 무작위로 제비뽑기를 한다. 우리 인생이 어디서 어떻게 시작 할 줄을 몰랐듯이....
순서와 직접적으로 같이 경쟁 할 같은 조의 팀들은 사주팔자의 오묘함을 느끼게 한다.
처음으로 출전하는 팀은 시범경기도 없는 진정한 개척등반에 들어가게 되고
두 번째로 경기하는 팀들부터는 앞 팀을 잘 만나야 한다.
앞 팀에서 얼마나 따끈하고 영양가 있는 정보를 주는가는 우리 팀의 경기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눈길에 첫길을 함부로 가지 말라는 ,뒤 따라 오는 사람의 지침이 된다는
옛 선인의 말을 곱씹어 보며
앞 팀을 잘 만나고 못 만나고는 앞 팀 없이 간 팀을 생각하며 위안을 받아야 한다.
두 번째 경기
복불복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은 진정한 클래스의 힘이다.
첫 경기가 끝난 후 각조에서 성적 순위 결정은 바로 나온다.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해야 할 것은 지금부터 이다.
운이던지 실력이던지 각기 다른 성적표를 받아 들었고 그 성적표를 바탕으로
다시 출전 순서를 정해야 한다.
성적이 좋은 즉 잘하는 팀부터 두 번째 경기를 시작 한다.
그래야 초반에 성적이 안 좋았던 팀들이 앞 팀의 경기정보를 이용하여 조금이나마 좋은 경기를 할 수 있고 잘하는 팀과의 격차를 그나마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경기
첫 번째 경기의 성적과 두 번째 경기 성적을 합산하여 역시 성적이 좋은 팀이
먼저 경기를 한다.
빅월 경기의 특징은 그 장소에서 어떤 적절한 장비를 사용하느냐가 시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어차피 모든 루트는 오픈이 되어 있다.)
앞팀이 하는 좋은 시스템은 뒤에 팀이 바로 학습 하여 사용할 수 있다.
비슷한 실력이라면 뒤에 팀이 절대적으로 유리 할 수밖에 없는 경기이다.
네 번째 경기(마지막 경기)
이틀간의 훼스티발이 정점을 향해 달려갈 무렵 경기는 마지막 집중도를 높여서 휘날레를 장식해야 한다. 마지막 네 번째 경기는 이전 까지 있었던 3경기의 성적을 모두 합한 것으로
성적이 뛰어난 팀 일수록 뒤에 출전 한다.
왜? 조용필은 마지막에 나오니까
경기는 휴머니즘을 조장하다가 결국은 엔터테이먼트로 넘어간다.
우리네 요즘의 삶이 그러 하듯이.....
훼스티발이 끝났다.
두 달 전부터 매주 모여서 준비해 왔던 우리의 축제가......
성적에는 큰 이변은 없었다.
항상 그러하듯이 받을 팀이 받고 훈련이 부족한 팀은 상위권에서 밀려 났다.
청주 타기 팀의 좋은 매너와 즐거운 응원은 그에 보상하는 좋은 성적을 걷었다.
대전 두리 팀은 역시 홈그라운드의 기운이 있었는지......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주었다.
일부 몰지각한 팀도 항상 그렀듯이 ......있었다. 별로 보기 안좋았다는.....
훼스티발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노고도 좀 생각 해주었으면 좋겠다 일부 몰지각한 친구야
훼스티발은 계속해서 발전해야한다.
호모 루덴스의 창의적인 놀이와 우리의 거벽등반 문화의 발전과
궁극적으로 진정한 알피니즘을 위하여
2015. 9. 17. 고경한
첫댓글 지난 멜을 정리하다 툭 튀어나온 옛글 하나....
원고료를 받을줄 알고 열심히 썼는데....이 글은
이알 빅월대회 홍보용 글이라 원고료가 없다는 편집장님의 말씀에 맘 상했던 기억.....그리고 십년의 세월이 흘렀다.
이제 우리는 그 유희를 다시는 할 수 없는 것일까?
이알 정신은 자본주의 시스템에서 감 떨어지는 감이 있다.
이런 글은 넉넉한 원고료가 당연한데....
그러게 말입니다.^^
다시봐도 그때의 생생함이 가슴떨리네요~~~